어두운 방, 오래된 대학 시절 노트북 앞.
화면에는 수년 전의 텍스트 파일과 정돈되지 않은 폴더들이 나열되어 있고, 사용자는 이를 통째로 채팅창에 업로드한다.
이 무모해 보이는 시도가 11년간 닫혀 있던 지갑을 열었다.
데이터 분석을 통한 40만 달러의 회수
X(구 트위터) 사용자 cprkrn은 Anthropic의 Claude를 통해 11년 전 분실한 비트코인 지갑을 복구했다. 해당 지갑에는 5 BTC가 들어 있었으며, 현재 가치로 약 40만 달러에 달한다. 사용자는 과거 약물 복용 상태에서 지갑 비밀번호를 변경한 뒤 이를 완전히 잊어버린 상태였다.
Claude는 사용자가 업로드한 대학 시절 컴퓨터 파일 전체를 분석했다. 이 과정에서 2019년 12월에 생성된 오래된 백업 지갑 파일을 찾아냈다. 또한, 기존에 사용하던 btcrecover(비트코인 지갑 복구를 위한 오픈소스 도구)가 공유 키와 비밀번호를 결합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설정 오류를 발견했다.
구조적 결함과 AI의 디버깅 접근법
초기 암호화폐 지갑은 현재의 표준과 구조가 달랐다. 당시에는 Mnemonic seed phrase(지갑 복구를 위한 12~24개의 단어 조합)가 HD key tree(하나의 시드에서 여러 주소를 생성하는 계층적 결정적 키 구조)를 생성했지만, 일부 지갑은 비-HD 방식이나 가져온 키를 혼용했다. 이러한 키들은 시드 구문만으로는 복구가 불가능하며, 반드시 비밀번호가 걸린 지갑 파일이 필요하다.
반면 사용자는 이미 몇 가지 후보 비밀번호를 가지고 있었고, 이를 통해 Brute-force(가능한 모든 조합을 일일이 대입하는 공격 방식)를 시도했다. 하지만 btcrecover를 이용한 반복적인 시도는 모두 실패로 돌아갔다. 주목할 점은 Claude가 비밀번호 자체를 추측한 것이 아니라, 도구의 작동 방식과 데이터의 정합성을 분석했다는 점이다.
사용자가 대학 시절 노트에서 찾은 시드 구문은 특정 파일의 주소와 일치했다. 이는 해당 파일이 5 BTC를 보유한 지갑임을 확인시켜 주었으나, 암호화 상태는 여전했다. Claude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데이터 덤프 내에서 비밀번호 변경 이전의 시점인 2019년 백업 파일을 식별해 냈다.
결과적으로 Claude는 도구의 버그를 수정하고 이전 버전의 파일을 적용해 btcrecover를 정상 작동시켰다. 이를 통해 Private keys(자산 소유권을 증명하는 비밀 키)를 성공적으로 복호화했고, 사용자는 5 BTC를 현재 지갑으로 이체할 수 있었다. 과거 연구자들이 20자리의 비밀번호를 풀기 위해 반년 이상을 소모해 160만 달러를 복구했던 사례와 비교하면, AI를 통한 데이터 패턴 분석이 복구 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했음을 보여준다.
반면 법적 제약으로 인해 복구가 불가능한 사례도 존재한다. 2025년 법원 판결로 인해 8,000 BTC가 든 노트북이 버려진 쓰레기장에서 데이터를 수집하는 것이 금지되어 7억 8,000만 달러를 잃은 사례가 대표적이다. 기술적 복구 가능성과 법적 권한의 차이가 자산 회수의 성패를 갈랐다.
LLM의 진정한 가치는 단순한 텍스트 생성이 아니라, 파편화된 데이터 속에서 논리적 결함을 찾아내는 디버깅 능력에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