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론의 세 축과 'E-J-A' 루프의 결손

과학적 발견의 과정은 귀납(Induction), 연역(Deduction), 귀추(Abduction)라는 세 가지 추론 축으로 분해된다. 귀납은 여러 사례(Case)와 결과(Result)에서 규칙(Rule)을 찾는 과정이며, 연역은 규칙을 사례에 적용해 결과를 도출하는 분석적 과정이다. 반면 귀추는 예상치 못한 결과에서 이를 설명할 가장 적절한 새로운 규칙이나 원인을 발명하는 창조적 도약에 해당한다.

아인슈타인의 발견 모델은 감각 경험(E, Sense Experience)에서 직관적 점프(J, Jump)를 통해 공리 체계(A, Axioms)를 구축하고, 이를 다시 연역하여 경험과 비교하는 순환 구조를 가진다. 현재의 생성형 AI는 데이터에서 규칙을 찾는 귀납과 주어진 공리에서 결과를 내는 연역은 빠르게 기계화하고 있다. AlphaProof가 IMO(국제수학올림피아드) 수준의 성과를 내는 것은 연역적 탐색의 효율성을 증명한 사례다. 하지만 감각 경험을 새로운 공리로 연결하는 'J(점프)' 단계, 즉 E $\to$ A 과정은 자동화되지 않았다.

데이터 압축의 한계와 조작적 귀추의 작동 방식

창의성을 '데이터 압축 과정'으로 보는 관점에서는 관측 오차를 줄이는 최적화가 과학적 발견의 핵심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일반상대성이론의 탄생 과정은 이 논리로 설명되지 않는다. 당시 뉴턴 역학은 관측 데이터와 거의 완벽하게 일치해 압축해야 할 오차 신호 자체가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수성의 근일점 이동 같은 예외조차 '벌컨(Vulcan)'이라는 가상의 행성을 추가하는 방식으로 처리 가능했으므로, 귀납적 최적화기 입장에서는 시공간의 구조를 바꾸라는 그래디언트(Gradient)가 발생하지 않는 상황이었다.

이 간극을 메우는 것이 '조작적 귀추(Manipulative Abduction)'다. 이는 단순히 희소한 사례에서 규칙을 찾는 ARC-AGI 방식의 귀추와 다르다. 아인슈타인이 자유낙하하는 관찰자의 물리적 감각을 머릿속으로 시뮬레이션해 "가속과 중력은 구별되지 않는다"는 등가원리를 도출한 것처럼, 환경을 직접 바꾸며 반사실적 상황을 경험하는 과정이 필수적이다.

작동 방식의 차이는 모델의 개입 가능 여부에서 갈린다. 구글의 Veo 같은 수동적 영상 예측 모델은 학습 데이터의 통계적 빈도에 따라 다음 장면을 생성할 뿐, 물리 법칙을 이해하고 조작하는 것이 아니다. 반면 Genie처럼 에이전트가 행동으로 개입할 수 있는 월드 모델은 '행동을 통한 사고(Thinking by doing)'를 가능하게 하며, 이는 잠재 물리 공간(Latent physics manifold) 위에서 반사실적 실험을 수행하는 기반이 된다.

심볼 그라운딩 결여와 구현상의 제약

LLM이 겪는 근본적인 제약은 심볼 그라운딩(Symbol Grounding), 즉 추상 기호가 실제 물리적 대상과 연결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LLM은 물리학의 기호를 고차원적으로 조작하지만, 그 기호가 가리키는 물리적 실체를 직접 경험할 수 없는 '중국어 방(Chinese Room)'과 같은 상태다. 이로 인해 물리적 Prior(사전 지식)가 없는 상태에서 기호의 순열만으로는 새로운 공리를 생성하는 점프를 수행할 수 없다.

현재의 자동 과학 시스템인 Sakana AI Scientist나 AlphaEvolve 역시 기존 기호 개념을 재조합하거나 고정된 목표 함수 내에서 최적화를 수행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이들은 명시적인 정답(Conjecture)이 있는 수학 정리 증명에는 강점을 보이지만, 현실을 예측하는 새로운 모델 자체를 설계하는 능력은 부족하다. 일반상대성이론의 장 방정식인 $R_{ik} - \frac{1}{2} g_{ik} R = -\kappa T_{ik}$을 유도하는 것은 연역적 작업이지만, 이 방정식의 기초가 되는 등가원리를 발명하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다.

AI 연구자와 개발자는 모델의 성능 향상을 위해 단순한 데이터 증강이나 연산량 확대보다, 에이전트가 물리적 환경에 개입해 반사실적 결과를 관찰할 수 있는 상호작용형 월드 모델의 구축과 이를 통한 공리 생성 루프의 구현 여부를 핵심 지표로 판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