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6%.

Cerebras(AI 전용 칩 설계 기업)가 2025년 기록한 전년 대비 매출 성장률이다. 1년 전만 해도 상장 가능성이 희박했던 기업이 단숨에 시장의 중심에 섰음을 보여주는 수치다. 이는 마치 벼랑 끝에 몰렸던 선수가 단 한 번의 경기 결과로 전 세계의 주목을 받는 상황과 같다. 그런데 이 드라마틱한 반전 뒤에는 단순한 성장 이상의 복잡한 계산과 시장의 갈증이 숨어 있다.

55억 달러 조달과 564억 달러의 기업 가치

Cerebras는 목요일 IPO(기업 공개)를 통해 55억 달러를 조달했다. 수요일 저녁 확정된 주당 가격은 185달러로, 당초 예상 범위였던 115~125달러는 물론 상향 조정된 150~160달러보다 훨씬 높게 책정되었다. 발행 주식 수는 3000만 주로 확대되었다. 장 시작 전 거래에서는 개인 투자자들이 주가를 더 끌어올리며 상장 첫날 주가가 급등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이번 상장으로 Cerebras의 완전 희석 가치(모든 잠재적 주식을 포함한 기업 가치)는 564억 달러에 달한다. 공동 창업자인 Andrew Feldman CEO의 지분 가치는 약 19억 달러, Sean Lie CTO의 지분은 약 10억 달러로 평가된다.

CFIUS 리스크를 넘어선 실적 반전

1년 전의 상황은 지금과 완전히 달랐다. Cerebras는 2024년에 처음 상장을 시도했으나 CFIUS(미국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의 까다로운 검토에 가로막혔다. 아부다비 기반의 G42(AI 투자 및 서비스 기업)로부터 받은 대규모 투자가 국가 안보 리스크로 지적되었기 때문이다. 반면 당시 재무 상태는 G42 한 곳에 매출의 거의 전부를 의존하고 있어 투자자들의 냉소를 샀다. 그러나 2025년 매출이 5억 1000만 달러로 급증하며 전년 대비 76%의 성장률을 기록했고, 고객사 기반도 일부 확대되었다. 특히 전년도 5억 달러에 가까운 순손실을 기록했던 재무 구조를 2억 3780만 달러의 순이익으로 돌려세우며 시장의 평가를 완전히 바꾸었다.

추론 시장의 새로운 선택지로 부상

현재 시장의 관심은 학습이 아닌 추론(모델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수행하는 연산 과정) 칩으로 옮겨가고 있다. Cerebras는 이 지점에서 Nvidia의 강력한 대안으로 자리 잡았다. 고객사 명단에는 OpenAI, G42, MBZUAI(모하메드 빈 자이드 인공지능 대학), AWS(아마존 웹 서비스) 같은 거물들이 포함되어 있다. 특히 OpenAI와의 관계는 복잡한 순환 거래 구조를 띠고 있다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개발자와 기업들은 이제 단일 칩의 거대화라는 Cerebras의 하드웨어 접근 방식이 실제 추론 효율을 얼마나 높일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이는 기존의 작은 칩 여러 개를 연결하는 방식과는 완전히 다른 경로다. 주목할 점은 자본 시장이 더 이상 단순한 기술적 가능성이 아니라, 실제 매출과 이익이라는 숫자로 증명된 하드웨어 경쟁력에 반응하기 시작했다는 사실이다.

엔비디아의 독주 체제 속에서 거대 칩이라는 하드웨어적 정공법이 자본 시장의 검증을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