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억 달러 규모의 자금 조달과 'AI 사모펀드' 모델

120억 달러의 기업 가치를 인정받으며 Thrive Holdings가 소프트뱅크(SoftBank), D1 캐피털 파트너스(D1 Capital Partners), 알티미터 캐피털(Altimeter Capital)로부터 20억 달러의 신규 자금을 확보했다. 이 회사는 일반적인 벤처캐피털과 달리, AI를 도입할 전통적인 비즈니스를 직접 인수해 내부 워크플로우를 AI 중심으로 재편하는 일종의 'AI 전문 사모펀드'처럼 움직인다.

전통적인 비즈니스를 인수해 AI를 이식하는 전략은 이미 회계와 IT 분야에서 가시적인 수치로 나타나고 있다. 회계 부문 플랫폼인 '커런트(Current)'는 50개 이상의 법인과 2,000명 이상의 전문가를 보유하고 있으며, 자체 개발한 세무 AI 에이전트 'TaxAI'를 통해 7,000건 이상의 세무 신고를 98%의 정확도로 처리했다. 이 과정에서 참여 기업들의 세무 준비 시간은 30% 이상 단축되었다.

IT 부문 플랫폼인 '실드(Shield)' 역시 약 20개 기업을 확보해 운영 중이다. 실드의 AI 제품들은 헬프데스크의 문제 해결 시간을 36배 빠르게 단축했으며, 지난 한 달 동안 배포된 맞춤형 AI 에이전트의 수를 두 배로 늘렸다. 현재 Thrive Holdings의 플랫폼에는 총 70개가 넘는 기업이 포함되어 있다.

OpenAI와의 밀접한 관계는 이러한 실행 속도를 높이는 핵심 동력이다. Thrive Capital에서 분사한 Thrive Holdings는 OpenAI로부터 지분 투자를 받았으며, OpenAI는 자사 직원들을 Thrive Holdings가 인수한 기업들에 직접 파견해 AI 채택을 가속화하는 협력 모델을 운영하고 있다.

API 제공을 넘어 '현장 임베딩'으로 전환하는 AI 도입 전략

최근 AI 업계에서 관찰되는 중요한 흐름은 AI 모델 개발사가 단순한 API 제공자를 넘어 기업의 운영 체계에 직접 개입하는 '임베딩(Embedding)' 전략으로 선회하고 있다는 점이다. Thrive Holdings의 사례처럼 AI 전문 인력이 기업 내부에 상주하며 워크플로우를 직접 뜯어고치는 방식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부상하고 있다.

OpenAI와 앤스로픽(Anthropic, 미국의 AI 스타트업) 모두 대형 사모펀드와 손잡고 각각 '더 디플로이먼트 컴퍼니(The Deployment Company)'와 '오드(Ode)'라는 10억 달러 규모의 벤처를 런칭했다. 이들은 엘리트 엔지니어 팀을 구성해 기업 현장에 투입하고, 실제 업무 흐름 속에 AI 솔루션을 직접 구현하는 방식을 취한다.

단순한 소프트웨어 판매가 아니라 기업을 인수하거나 운영에 깊숙이 관여하는 이유는 AI 도입의 병목이 기술 자체가 아니라 '기존 업무 방식의 관성'에 있기 때문이다. 전문 인력이 현장에서 직접 워크플로우를 재설계하는 모델은 투자자들에게 단순 툴 도입보다 훨씬 확실한 생산성 향상 신호로 읽히고 있다.

이번 투자금의 일부는 디지털 영역을 넘어 '물리적 자산'의 규제 서비스 영역으로 확장하는 데 사용된다. 데이터센터, 제조 시설, 의료, 에너지, 교통 등 물리적 인프라 구축에 필요한 인허가, 인증, 운영 유지 관리 등 복잡한 규제 절차를 AI로 효율화하는 세 번째 플랫폼을 런칭할 계획이다.

복잡한 규제 산업의 AI 적용 방식과 관전 포인트

한국의 AI 실무자와 기업 결정권자가 주목해야 할 지점은 AI가 '현장 업무의 대체'가 아닌 '행정적 병목의 제거'에 집중하고 있다는 점이다. Thrive Holdings의 창립 멤버인 아누즈 메핸디라타(Anuj Mehndiratta)는 AI가 현장 작업이나 전문가의 최종 승인, 지역적 판단을 대체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명시했다.

대신 AI의 역할은 연구, 보고서 작성, 허가 신청서 준비, 검사 문서화, 컴플라이언스 추적과 같은 수동적인 워크플로우를 압축하는 데 있다. 특히 데이터센터나 제조 시설처럼 파편화되어 있고 미션 크리티컬하며 운영 구조가 복잡한 산업일수록, 이러한 행정적 비용을 줄이는 것이 전체 프로젝트의 속도를 결정짓는 핵심 변수가 된다.

결국 AI 도입의 성패는 얼마나 고도화된 모델을 쓰느냐가 아니라, 실제 업무의 어느 단계에서 병목이 발생하는지를 정확히 짚어내고 그 지점에 엔지니어를 투입해 워크플로우를 재설계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AI가 전문가와 파트너십을 맺고 안전 표준은 유지하면서 비용을 낮추고 속도를 높이는 '규제 병목 압축' 모델은 향후 인프라 및 제조 산업의 AI 채택 기준이 될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