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일 오후, 메릴랜드주의 한 가정집 거실.
주민이 전기 요금 고지서를 살피다 고개를 갸웃거린다. 내가 쓰지도 않은 AI 데이터센터의 전력망 비용이 내 요금에 포함됐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이 작은 의문이 이제는 주 정부와 거대 전력 회사의 법적 전쟁으로 확장됐다.
PJM 인터커넥션의 20억 달러 청구서
OPC(주민 권익을 대변하는 메릴랜드주 정부 기관)는 FERC(미국 연방 에너지 규제 위원회)에 공식 불만을 제기했다. 대상은 PJM Interconnection(미국 최대 전력 송전 회사)이다. PJM은 전력망 업그레이드에 쓴 220억 달러 중 20억 달러를 메릴랜드주에 청구했다. 이 비용은 향후 10년간 메릴랜드 소비자들에게 16억 달러의 추가 부담으로 돌아온다.
가정용 고객은 8억 2,300만 달러를 더 내야 하며, 고객 1인당 약 345달러의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 상업용 고객은 1억 4,600만 달러를 추가 부담해 인당 약 673달러가 늘어난다. 산업용 고객의 부담은 더 크다. 총 6억 2,900만 달러가 추가되며 고객 1인당 약 15,075달러를 더 내야 한다.
PJM은 워싱턴 D.C.를 포함해 델라웨어, 일리노이, 인디애나, 켄터키, 메릴랜드, 미시간, 뉴저지, 노스캐롤라이나, 오하이오, 펜실베이니아, 테네시, 버지니아, 웨스트버지니아 등 13개 주를 관리한다. 이 지역은 미국 전체 인구의 약 20%인 6,500만 명을 커버하는 거대 전력망이다. PJM은 전력 소비가 극심한 AI 시스템의 수요를 맞추기 위해 인프라 확충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비용 분담의 기준점과 지역적 갈등
전력망 비용 분담의 기준점이 바뀌었다. 메릴랜드주는 버지니아, 오하이오, 펜실베이니아, 일리노이주와 상황이 다르다고 주장한다. 해당 주들은 데이터센터 프로젝트가 집중되어 전력 수요가 폭증한 곳이다. 반면 메릴랜드주의 수요 증가분은 다른 주에 비해 현저히 낮다. 현재의 계산 방식을 유지하면 메릴랜드 주민들이 타 주에 설치된 데이터센터의 인프라 비용을 보조하는 꼴이 된다.
테크 기업이 직접 비용을 내는 방식이 논의 테이블에 올랐다. 대안으로 제시된 것이 Ratepayer Protection Pledge(전기 요금 납부자 보호 서약)다. 이는 인프라 비용을 지역 주민이 아닌, 혜택을 보는 테크 기업이 직접 지불하게 하는 방식이다. OPC는 데이터센터 수요 예측의 불확실성이 매우 크다고 지적한다. 수요가 실제로 실현되지 않더라도 투자 비용은 이미 기존 고객들이 짊어지게 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지역 주민들이 느끼는 박탈감은 물리적 충돌로 이어진다. 이런 갈등은 Hyperscalers(초대형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 기업)에 대한 지역 사회의 거부감으로 확산하고 있다. 현재 약 69개 관할 구역에서 데이터센터 건설에 대해 Moratorium(일시적 중단 조치)을 내렸다. 미국인의 절반 가까이가 내 집 주변에 데이터센터가 들어오는 것을 원치 않는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일부 지역에서는 전력망 확충이 삶의 질을 위협한다는 분노가 총격 사건으로 이어지는 등 폭력적인 양상을 띠기도 했다.
AI의 연산 능력 경쟁은 이제 칩과 모델을 넘어, 전력 비용을 누가 지불하느냐는 정치적 생존 게임으로 옮겨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