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8일, 미국 플로리다주 센트럴 플로리다 대학교(UCF)의 졸업식장. 학사모를 쓴 수천 명의 졸업생이 강연자의 말 한마디에 일제히 야유를 쏟아낸다. 이 소란스러운 장면 뒤에는 인공지능이 가져올 미래에 대한 인문학도들의 깊은 거부감이 자리 잡고 있다.

글로리아 콜필드와 UCF 졸업식의 야유

글로리아 콜필드(Gloria Caulfield)는 타비스톡 그룹(Tavistock Group, 글로벌 투자 및 전략 기업)의 전략적 제휴 부사장이다. 그녀는 UCF의 예술 및 인문대학과 니콜슨 커뮤니케이션 및 미디어 학교 졸업생들 앞에서 강연을 맡았다. 콜필드는 강연 도중 인공지능의 부상을 다음 산업혁명이라고 정의했다. 이 발언이 나오자마자 장내에는 웅성거림이 퍼졌고 곧이어 수천 명의 졸업생이 보내는 야유 소리로 바뀌었다. 당황한 콜필드가 무슨 일이 일어났느냐고 묻자 군중 속에서 AI는 형편없다는 외침이 터져 나왔다.

근육의 대체에서 LLM의 인지 자동화로

과거의 산업혁명은 증기기관이 인간의 근육을 대신하며 시작되었다. 쉽게 말하면 무거운 짐을 옮기거나 옷감을 짜는 육체적 노동을 기계가 가져간 사건이다. 이제 콜필드가 말한 다음 산업혁명은 LLM(Large Language Model, 방대한 데이터를 학습해 인간처럼 글을 쓰는 대규모 언어 모델)이 인간의 인지 능력을 대신하는 상황을 뜻한다. 비유하자면 과거에는 팔다리를 대신하는 기계가 나왔다면 이제는 생각하고 쓰는 뇌의 기능을 흉내 내는 소프트웨어가 등장한 셈이다.

인문학적 가치와 생성형 AI의 충돌

인문학 전공자들이 분노한 지점은 바로 이 대체 가능성에 있다. 인문학은 인간의 고유한 경험과 비판적 사고, 그리고 맥락에 대한 이해를 다루는 학문이다. 하지만 생성형 AI(Generative AI, 텍스트나 이미지 등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인공지능)는 의미를 이해하기보다 확률적으로 가장 적절한 단어를 배치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개발자들은 이를 효율성이라 부르지만, 글을 쓰고 소통하는 법을 배운 학생들에게는 자신의 정체성과 직업적 가치를 부정하는 선언으로 들렸을 가능성이 크다.

니콜슨 커뮤니케이션 및 미디어 학교 학생들의 경우 그 충격이 더 직접적이다. 기사 작성, 영상 편집, 홍보 전략 수립 등 그들이 배운 핵심 역량이 AI의 자동화 범위에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과거의 산업혁명이 숙련된 직조공의 일자리를 앗아갔듯, 이번 변화가 창의적 영역의 전문성을 단순한 데이터 처리 과정으로 전락시킬 수 있다는 공포가 야유라는 형태로 표출된 것이다.

개발자가 체감하는 변화는 도구의 진화지만 인문학도에게는 생존의 문제로 다가온다. 코딩 보조 도구가 개발자의 생산성을 높여주는 것처럼 AI가 작가나 기자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시각이 있다. 그러나 실제 시장에서는 AI가 초안을 작성하고 인간이 검수하는 방식으로 업무 구조가 바뀌며 진입 장벽이 낮아지고 있다. 이는 숙련된 전문가의 가치보다 AI를 잘 다루는 운영자의 가치가 높아지는 결과로 이어진다.

시장의 구조는 이제 결과물의 질보다 생산 속도와 비용 절감에 집중하고 있다. 인문학적 성찰을 통해 도출한 깊이 있는 통찰보다 AI가 1초 만에 뽑아낸 그럴듯한 요약본이 더 선호되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졸업생들이 외친 야유는 단순히 기술에 대한 거부감이 아니라, 효율성이라는 이름 아래 인간의 고유한 사유 과정이 삭제되는 것에 대한 저항에 가깝다.

기술의 효율성이 인간의 고유성을 압도하려는 순간, 교육의 현장은 가장 먼저 저항의 공간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