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일 오후, 시카고대학교의 한 강의실.

학생들이 시험지를 스마트폰으로 촬영해 LLM(거대언어모델)에 전송하고, 화면에 뜬 답변을 답안지에 그대로 옮겨 적는다.

이런 풍경이 일부 전공을 넘어 대학 시스템 전체로 확산하고 있다.

시카고대 내 LLM 침투 경로와 성적 데이터

시카고대학교의 통계학 244 수업에서는 학생들이 시험 도중 휴대전화를 꺼내 시험지를 촬영한 뒤 LLM에 제출하고, 기계가 작성한 응답을 답안지에 복사하는 사례가 보고되었다. 주목할 점은 성적의 괴리다. 한 논리학 수업의 조교로 활동한 제보자에 따르면, 집에서 치르는 과제형 시험과 강의실에서 직접 치르는 대면 시험 사이의 성적 차이가 약 40%포인트에 달했다.

비즈니스 경제학(Bizcon, 경영 경제학 전공) 수업은 이러한 AI 활용의 최적지로 꼽힌다. 이 전공은 단순한 대수학 수준의 수학과 강의 슬라이드의 내용을 기계적으로 반복하는 문제 풀이 위주로 구성되어 있다. 교수들이 제공하는 샘플 시험과 문제 세트만 검토하면 충분한 성적을 얻을 수 있는 구조이며, 실제 수업 참여나 과제 수행의 필요성이 낮다. 특히 경영대학원에서 수업을 듣는 학부생들은 MBA(경영학 석사) 학생들에 비해 질문이 적고 멍한 표정을 짓고 있다는 교수들의 평가를 받는다.

교수들의 강의 방식조차 의심받는 상황이다. 한 학생은 교수의 강의 톤이 지나치게 단조롭고 리듬감이 느껴지는 점을 발견하고, 강의안 자체를 LLM으로 작성한 것이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했다. 이는 AI가 학생의 과제뿐 아니라 교육자의 전달 방식까지 잠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단순 부정행위를 넘어선 시스템적 전이

과거의 AI 활용은 일부 집단의 서툰 시도에 그쳤다. 초기에는 한 사교클럽 학생들이 AI를 이용해 비동기식 중간고사를 치르려 했으나 대부분 70점대의 낮은 점수를 받는 데 그쳤고, 논리학 교수는 ChatGPT(OpenAI의 대화형 AI)가 내놓은 부실한 논리를 비웃기도 했다. 그러나 현재는 그 양상이 다르다.

인문학 과정에서도 변화가 관찰된다. 과거에는 각 사교클럽당 연간 1~2건의 표절 사례가 발생했으나, GPT-5(OpenAI의 차세대 모델) 출시 이후 표절 적발 건수는 감소한 반면 성적은 상승하는 기현상이 나타났다. 이는 학생들이 AI를 더 정교하게 사용하거나, 대학의 적발 시스템이 AI의 생성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학내 언론인 The Maroon(시카고대 학보사)에서도 AI 생성 콘텐츠가 발견되었다. Sidechat(익명 소셜 미디어 플랫폼)을 통해 알려진 바에 따르면, 학보사에 게재된 기사 중 두 건이 완전히 AI에 의해 작성되었다. 해당 기사들은 "시카고의 완벽한 시작은 우연이 아니라 응집력의 산물이다"라거나 "혼돈 속의 평온인 기디가 템포를 조절하고 팀을 지탱하고 있다"와 같은 전형적인 AI 특유의 문체를 보였다. 이 기사들은 수개월 동안 아무런 의심 없이 발행되었다.

개발자나 교육자가 체감하는 변화는 단순한 도구의 도입이 아니라 지적 생산 과정의 소멸이다. 대학의 징계 시스템은 연간 20여 명의 학생을 정학시키는 수준에 머물러 있으나, 실제 AI 활용은 이미 학내의 모든 부속 기관과 전공 영역으로 전이된 상태다. 이는 단순한 부정행위의 증가가 아니라, 대학이라는 제도 자체가 가진 인문주의적 프로젝트와 도덕적 훈련장으로서의 기능이 훼손되고 있음을 뜻한다.

대학은 이제 부정행위 적발이 아니라, 지적 생산의 주체가 누구인지 정의해야 하는 단계에 진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