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enAI가 이번 주 Daybreak(최신 모델의 안전한 배포를 관리하는 프로젝트) 이니셔티브를 통해 gpt-5.5-cyber 모델의 배포 범위를 제한했다. 이 모델은 사이버 보안 능력이 뛰어나지만 모든 사용자에게 열어주지 않고 일부 파트너에게만 제공된다. 이로 인해 최신 AI 기술을 누구나 쓸 수 있다는 기존의 믿음이 깨지고 있다.
보안 모델의 폐쇄적 배포와 정부의 개입
Anthropic(AI 연구 및 개발 기업)은 지난 4월 초 Mythos(사이버 보안 전문 모델)를 공개하며 비슷한 행보를 보였다. Mythos는 기존 시스템의 보안 취약점을 찾아내고 수정하는 능력이 탁월하지만, 접근 권한은 미국 내 소수 기업으로 한정되었다. OpenAI의 gpt-5.5-cyber 역시 이와 유사한 성능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제한적 출시를 결정했다. 미국 정부 또한 이러한 제한적 접근 방식을 국가 안보 차원에서 제도화하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무한 공급의 환상과 증류 기술의 위협
예전에는 AI 토큰(AI 모델이 처리하는 텍스트의 기본 단위)이 시장 논리에 따라 무한히 공급될 것이라고 믿었다. 누구나 적절한 비용만 내면 최신 모델을 쓸 수 있고, 결국 누가 더 잘 활용하느냐의 싸움이 될 것이라는 관점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보안과 경제적 제약이라는 새로운 기준점이 생겼다.
개발자가 가장 경계하는 지점은 Distillation(거대 모델의 지식을 추출해 작은 모델을 만드는 기술)이다. DeepSeek(중국의 AI 모델 개발사) 같은 후발 주자들이 API(소프트웨어 간 통신 규칙) 토큰을 대량으로 사용해 최신 모델의 성능을 복제하는 방식이 대표적이다. 쉽게 말하면, 비싼 과외 선생님의 수업 내용을 몰래 녹음해 저렴한 요약집으로 만들어 파는 것과 같다. 기업 입장에서는 막대한 연구 개발비를 들인 모델이 순식간에 복제되는 상황을 방치할 수 없다.
미국 정부의 개입은 상황을 더 복잡하게 만든다. NSA(미국 국가안보국) 같은 정보기관은 AI가 찾아낸 Zero-day(제작자도 모르는 보안 취약점)를 일반 대중이 알기 전에 먼저 확보하고 싶어 한다. 비유하자면, 도둑이 들어올 수 있는 뒷문을 먼저 찾아내서 정부가 먼저 잠그거나, 혹은 필요할 때 몰래 이용하려는 전략이다. 이 과정에서 KYC(고객 신원 확인 절차)가 강화되고 지정학적 조건에 따라 접근 권한이 차등 부여되는 흐름이 가속화된다.
유럽의 주권론자(디지털 기술의 자립을 주장하는 사람들)들은 과거의 소프트웨어 시장을 예로 들며 AI도 결국 보편화될 것이라고 주장해 왔다.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기업이 소프트웨어를 전 세계에 보급하며 시장 규모를 키웠듯, AI 역시 한계 비용이 낮아지면 모두가 누리게 될 것이라는 논리다. 하지만 최신 AI 모델의 제공 방식은 완전히 다른 게임이다.
최첨단 AI 모델을 구동하는 것은 제로섬 게임(한쪽의 이득이 다른 쪽의 손실이 되는 구조)에 가깝다. 모델을 한 명의 사용자에게 제공하기 위해 투입되는 컴퓨팅 자원은 다른 사용자가 쓸 수 있는 자원을 뺏어오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이는 단순한 소프트웨어 복제가 아니라, 한정된 전력과 칩셋이라는 물리적 자원을 나누어 갖는 싸움이다. 쉽게 말해, 책을 인쇄해 뿌리는 것과 매번 전문 상담사를 배치하는 것의 차이다. 결국 자본과 권력을 가진 소수만이 최첨단 AI의 혜택을 독점하는 구조로 회귀하고 있다.
AI의 민주화라는 환상은 이제 국가 안보와 자본의 논리라는 현실적인 벽에 부딪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