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의 앤스로픽 최신 모델 외국인 접근 차단 조치
이번 조치에서 가장 먼저 실행된 것은 앤스로픽(Anthropic, 미국 AI 스타트업)의 최신 모델인 '클로드 Mythos(Claude Mythos)'와 'Fable 5'에 대한 외국인 접근 권한 회수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금요일, 미국 내 이민자를 포함한 모든 외국 국적자의 해당 모델 접근을 차단하라고 앤스로픽에 명령했다. 이에 앤스로픽은 국적별로 접근 권한을 세밀하게 제어하는 방식이 개인정보 보호 및 구현 측면에서 어렵다고 판단해, 해당 모델들에 대한 접근을 완전히 비활성화하는 방식을 택했다.
사건의 발단은 앤스로픽이 신뢰할 수 있는 소수 조직에만 조기 접근 권한을 부여하는 '프로젝트 글래스윙(Project Glasswing)'에서 시작됐다. 클로드 Mythos는 소프트웨어 취약점을 식별하는 능력이 매우 뛰어나 엄격하게 관리되는 모델이다. SK텔레콤은 미국 정부 및 외부 전문가들과의 수주 간 협력을 거쳐 이 프로그램에 참여한 약 150개 기업 중 하나로 선정되어 Mythos에 접근할 수 있었다. 하지만 미국 정부는 SK텔레콤의 접근 권한을 문제 삼았고, 이달 초 앤스로픽에 SK텔레콤의 접근 권한을 취소할 것을 요청했다. 앤스로픽은 즉시 이에 응했으나, 이후 조치는 모델 전체의 외국인 접근 차단이라는 더 강력한 수출 통제로 확대됐다.
중국 연관성 우려와 보안 취약점이 결합된 정책 흐름
미국 정부가 이번 조치를 단행한 핵심 근거는 SK텔레콤의 중국 내 사업 이력과 모델 자체의 보안 취약점이다. 미국 당국은 SK텔레콤이 중국과 연결되어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실제로 SK텔레콤은 2004년 중국 국영 통신사인 차이나유니콤(China Unicom)과 합작법인 '유니스크(UNISK)'를 설립해 무선 인터넷 및 모바일 콘텐츠 서비스를 제공한 이력이 있다. 2006년에는 차이나유니콤 홍콩 법인이 발행한 전환사채에 10억 달러를 투자해 약 6.6%의 지분을 확보하기도 했다.
비록 SK텔레콤이 2009년에 해당 지분을 약 13억 달러에 매각하며 파트너십을 정리했고, 2024년 기준 중국 내 매출이 약 190만 달러, 고용 인원이 7명에 불과한 소규모 수준이지만, 미국 정부의 시각은 달랐다. SK텔레콤이 속한 SK그룹 전체가 반도체, 에너지 등 다양한 산업에서 중국 내 광범위한 사업 이해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 리스크로 작용했다. 특히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가 최근 국가 안보 우려를 이유로 미국 통신사와 차이나유니콤 등 중국 통신사 간의 상호접속을 금지하는 방안을 제안한 정책 흐름과 궤를 같이한다.
여기에 아마존(Amazon)이 발견한 기술적 결함이 촉매제가 됐다. 아마존 연구진은 6월 9일 공개된 Mythos의 보호 버전인 'Fable 5'에서 가드레일을 우회해 Mythos의 강력한 사이버 공격 능력을 이용할 수 있는 취약점을 발견해 백악관에 보고했다. 미국 정부는 앤스로픽이 최첨단 AI 기술을 안전하게 보호할 능력이 부족하다고 판단했고, 결국 외국인에 대한 접근 차단이라는 강수를 둔 것이다.
한국 AI 실무자와 기업이 직면한 파트너십 리스크
이번 사건은 단순한 모델 접근 차단을 넘어, 글로벌 AI 협력에서 '자본 투자'와 '기술 채택'이 별개의 영역으로 작동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SK텔레콤은 2023년 앤스로픽에 1억 달러를 투자하며 통신 산업 특화 AI 모델 개발을 위한 상업적 파트너십을 맺었다. 하지만 이러한 대규모 투자나 전략적 제휴 관계가 미국 정부의 국가 안보 판단 앞에서는 보호막이 되지 못했다.
한국 기업들은 이제 AI 모델 도입 시 성능이나 비용뿐만 아니라, 미국 정부의 수출 통제 리스트와 공급망 보안 기준을 최우선 변수로 고려해야 한다. 특히 삼성전자와 한국인터넷진흥원(KISA) 역시 프로젝트 글래스윙에 참여했던 만큼, 특정 모델에 대한 의존도가 높을 경우 정책 변화 한 번에 서비스나 연구가 중단될 수 있는 '정책적 단절 리스크'가 실재함을 확인했다.
결국 AI 실무자들은 특정 벤더의 최신 모델에만 의존하는 전략보다, 규제 리스크에 따라 빠르게 대체 가능한 모델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방향으로 선택지를 넓혀야 한다. 기술적 파트너십이 정치적·정책적 판단에 의해 언제든 철회될 수 있다는 점이 이번 사례를 통해 명확해졌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