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 후 보안 취약점을 이용해 Apple의 기밀 엔지니어링
생성형 AI의 폭발적인 성장과 ChatGPT가 보여준 시장 지배력은 이제 누구나 아는 상식이 됐다. 하지만 기술의 정점인 하드웨어 주도권을 잡으려는 기업 간의 경쟁은 전혀 다른 양상을 띤다. 애플은 전직 임직원들이 영업비밀을 유출했다는 근거로 OpenAI와 관련자들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며 정면 충돌했다.
Chang Liu는 퇴사 이후 보안 버그를 악용해 애플의 기밀 엔지니어링 파일을 무단으로 다운로드했다. 그가 확보한 자료는 자신이 애플 재직 당시 작업한 내용이 담긴 1,000페이지 이상의 기술 파일 모음집이다. 여기에는 애플 하드웨어 제품의 핵심 부품인 복잡한 회로 보드에 관한 상세 제조 문서가 포함되어 내부 설계 정보가 그대로 노출됐다.
OpenAI의 하드웨어 사업은 전 애플 최고디자인책임자인 Jony Ive가 진두지휘한다. OpenAI는 지난해 65억 달러 규모의 거래를 통해 Jony Ive의 스타트업 io를 인수하며 하드웨어 개발을 위한 인적, 물적 기반을 마련했다. 이 인수 과정에서 50명 이상의 엔지니어와 개발자가 합류했으며, Tang Tan 등 애플 출신 인력들이 협력하며 하드웨어 설계 역량을 강화했다.
AI 하드웨어 개발 과정에서 전직 직원이 보유한 전문 지식의 활용 범위와 기업의 영업비밀 사이의 법적 경계가 리스크 판단의 핵심 기준이 됐다. 인력 영입을 통한 기술 확보 전략이 기업 기밀 침해라는 법적 리스크로 전환되는 지점을 명확히 정의하고 이를 제어하는 보안 거버넌스가 필수적이다.
채용 면접 과정에서 Apple의 기밀 정보와 하드웨어 부품
경력직 채용 면접에서 이전 직장의 성과를 증명하기 위해 어디까지 공개하는 것이 적절한 수준인가. Tang Tan은 Apple의 미발표 제품에 사용되는 내부 프로젝트 코드네임을 질문에 활용해 지원자들이 보유한 내부 지식을 구체적으로 확인했다. 특히 Apple에 재직 중인 지원자들에게는 실제 하드웨어 부품과 샘플을 면접 과정에 직접 반입하도록 지시했다. 그는 이를 쇼앤텔(show and tell, 실물을 직접 보여주며 설명하는 방식) 세션이라는 명목으로 운영하며 Apple의 물리적 자산을 직접 확인하고 수집했다. 채용 절차가 단순한 역량 검증을 넘어 기업의 물리적 자산과 내부 기밀을 확보하는 경로로 이용된 사례다.
기술 유출의 범위는 개별 직원을 넘어 협력사 단계까지 확장된다. OpenAI는 Apple의 신뢰받는 파트너사를 기만하여 Apple의 독자적인 금속 마감 기술(metal-finishing technique, 금속 표면을 특수 처리하는 공정)을 적용하게 했다. 이 과정에서 OpenAI는 해당 파트너사에게 Apple로부터 정식 허가를 받았다고 오도하여 실제 기술 수행을 이끌어냈다. Apple은 OpenAI가 파트너사와의 신뢰 관계를 이용해 자사의 독자적인 제조 기법을 무단으로 사용하게 했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다. 이는 기업 간 파트너십의 신뢰 관계를 이용해 경쟁사의 핵심 제조 공정을 무단으로 확보하려 한 시도다.
OpenAI를 상대로 영업비밀 침해 소송을 제기했다
핵심 인재를 영입하는 과정에서 전 직장이 보유한 기술적 자산과 개인의 전문 지식 사이의 경계는 어디까지인가. 전직 직원들이 경쟁사의 이익을 위해 영업비밀을 탈취했다는 주장이 실제 법적 분쟁으로 이어졌다. Apple은 OpenAI와 io Products(AI 하드웨어 개발 관련 기업), 그리고 전직 직원인 Tang Tan과 Chang Liu를 피고로 지목해 영업비밀 침해 소송을 제기했다. 전직 임직원들이 OpenAI의 이익을 위해 내부 기밀을 유출했다는 점이 이번 소송의 핵심 쟁점이며, 이는 단순한 인력 이동을 넘어 기술 자산의 무단 이전 문제로 확대됐다.
법적 대응에 앞서 당사자 간의 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도가 있었으나 무산됐다. Apple은 지난 2월 OpenAI 측에 직접 우려를 표명하며 해당 문제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해결 방안을 요청했다. 하지만 OpenAI는 이러한 요청에 대해 전혀 응답하지 않았다고 Apple은 밝혔다. 기업 간의 직접적인 소통 창구가 닫히면서 결국 법원을 통한 강제적인 사실 확인 단계로 진입했으며, 이는 양사 간의 갈등이 회복 불가능한 수준임을 보여준다.
AI 하드웨어 개발 경쟁이 가속화되는 환경에서 전직 직원의 지식 활용은 기업의 영업비밀 보호 권리와 정면으로 충돌한다. 이번 사례는 인재 영입 시 전 직장의 기술 문서나 설계도 같은 구체적 자산이 유입될 때 발생하는 법적 리스크의 판단 기준을 제시한다. 특히 AI 하드웨어 설계와 같은 고도의 전문 영역에서는 전직자의 경험과 기업의 영업비밀을 구분하는 것이 매우 어렵다. 따라서 개발 조직은 채용 과정에서 확보한 정보가 개인의 정당한 전문성인지, 아니면 전 직장의 보호 대상인 영업비밀인지 명확히 구분하는 검증 프로세스를 구축해 법적 분쟁 가능성을 차단해야 한다.
ChatGPT가 이끄는 생성형 AI의 폭발적 성장은 이제 기술 경쟁을 넘어 법적 분쟁의 영역으로 진입했다. 애플이 제기한 이번 소송은 면접 중 CAD 설계도 요구와 보안 버그를 이용한 문서 탈취라는 구체적 정황을 통해 인재 영입의 위험성을 드러낸다. AI 하드웨어 개발 과정에서 전직 직원의 숙련도와 기업의 영업비밀을 구분하는 법적 판단 기준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 생존 전략이다. 채용 과정에서 정보의 성격을 명확히 구분하는 검증 프로세스가 기업의 법적 리스크를 최종적으로 결정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