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도입 가속화와 출력량의 수직 상승

2026년 1월부터 6월 사이, Linear 내 AI 기능 활성 사용자 비중은 모든 직군에서 2배 이상 증가했다. 제품 관리(Product) 직군은 12%에서 34%로 가장 빠르게 상승했으며, 코드베이스와 거리가 먼 시장 진출(Go-to-market) 직군조차 5%에서 18%로 늘었다. 특히 직원 201명 이상의 기업 CEO들의 AI 사용률이 9%에서 36%로 급증하며, 고위 경영진이 보고서가 아닌 직접 사용을 통해 기술을 학습하는 패턴이 확인됐다.

가장 극적인 변화는 코드 출력량에서 나타났다. 2024년 6월 대비 워크스페이스당 생성된 풀 리퀘스트(PR, 코드 변경 요청) 수는 111% 증가했다. 특히 코딩 에이전트를 연결한 팀의 경우, 주당 PR 수가 21개에서 65개로 약 3배 증가했다. 반면 에이전트를 사용하지 않는 팀은 8개에서 10개로 소폭 상승하는 데 그쳐, AI 에이전트 도입 여부가 실제 출력량의 격차를 만드는 핵심 변수가 됐다.

이슈 생성 방식에서도 AI의 영향력이 뚜렷하다. 2년 전만 해도 AI가 생성한 이슈는 1,000개 중 1개 미만이었으나, 현재는 Linear 내에서 생성되는 모든 이슈의 절반 가까이를 AI가 작성하고 있다. 현재의 추세라면 조만간 AI가 사람과 통합 툴을 합친 것보다 더 많은 이슈를 생성할 것으로 보인다.

실행 중심의 워크플로우와 '제본스의 역설'

업무 시간의 배분을 보면 AI가 '결정'보다는 '실행' 단계의 효율을 높이고 있음이 드러난다. 고객 요청 처리, 문서 작성, 프로젝트 기획에 쓰는 시간은 지난 1년간 정체된 반면, 이슈 생성·분류·댓글 작성에 쓰는 시간은 거의 모든 직군에서 증가했다. 엔지니어링 직군의 경우 생성 및 분류 작업 시간이 약 17% 늘어났다. 이는 AI가 무엇을 만들지 결정하는 과정보다는, 결정된 내용을 실행하고 조정하는 과정에 더 깊이 개입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주목할 점은 AI 도입이 전체 업무 시간의 단축으로 이어지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AI 채팅과 에이전트 위임이라는 새로운 작업 카테고리가 추가되었음에도, 기존 작업에 소요되는 시간은 줄어들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제품 개발에 투입되는 총 시간은 오히려 늘어났다. 효율성이 높아질수록 해당 자원의 소비가 오히려 증가하는 '제본스의 역설(Jevons Paradox)'이 AI 기반 소프트웨어 개발 환경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조직 내 역할의 경계를 무너뜨리고 있다. 지난 2년 사이 PR을 직접 첨부하는 제품 관리자(PM)의 비중은 3%에서 10%로, 디자이너는 1%에서 8%로 상승했다. 과거에는 변경 사항을 설명만 하던 비개발 직군이 이제는 AI의 도움을 받아 직접 코드를 커밋하고 배포하는 '빌더(Builder)'의 역할을 수행하기 시작했다.

역할 경계 붕괴와 새로운 성과 측정 기준

한국의 AI 실무자와 개발 팀이 관찰해야 할 지점은 성과 측정의 기준이 '토큰 소모량'에서 '실제 출력물'로 이동하고 있다는 점이다. 단순한 토큰 사용량은 기계적인 리팩토링 같은 저가치 작업에서도 높게 나타날 수 있어, 이를 생산성의 지표로 삼는 것은 초기 AI 시대의 유물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 대신 PR 생성 수와 같은 실제 워크플로우의 결과물을 통해 AI의 기여도를 측정하는 방식이 더 유효하다.

또한, 비개발 직군의 코드 참여도가 높아짐에 따라 코드 리뷰와 품질 관리의 주체가 확장되어야 한다. PM이나 디자이너가 직접 PR을 올리는 빈도가 높아지면, 엔지니어는 단순 구현보다는 전체적인 아키텍처 설계와 AI가 생성한 코드의 검증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구조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다.

결국 AI 도입의 실질적인 효과는 '시간 절약'이 아니라 '역량의 확장'과 '출력량의 증대'에서 찾아야 한다. AI가 업무 시간을 줄여주길 기대하기보다, 늘어난 실행력을 바탕으로 제품의 완성도를 어떻게 높일 것인지, 그리고 비개발 직군이 확보한 '빌더'로서의 권한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에 대한 운영 체계 마련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