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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억 달러 규모의 AI 기술 공급 계약 협상 결렬이 이번 법적 분쟁의 시작이다. Anthropic은 미 국방부의 기밀 시스템에 AI 기술을 공급하는 과정에서 자사 기술이 미국인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감시나 자율 살상무기에 사용되지 않아야 한다는 조건을 요구했다. 국방부는 민간 기업이 정부 정책을 결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며 합의에 실패했고, 이후 Pete Hegseth 국방장관은 Anthropic을 공식적인 '공급망 위험(supply chain risk)' 기업으로 지정했다.

공급망 위험 지정은 본래 미국 정부가 국가안보에 위협이 된다고 판단한 외국 기업을 대상으로 적용하던 제도다. 이번 조치로 인해 미 군과 거래하는 모든 계약자 및 공급업체는 Anthropic과 사업을 진행할 수 없는 제약을 받았다. Anthropic은 지난 3월 9일, 해당 지정이 미국 기업에 적용되는 법률 범위를 벗어났으며 수정헌법 제1조가 보호하는 표현의 자유를 침해했다는 이유로 두 건의 소송을 제기했다.

캘리포니아 북부 연방지방법원의 Rita Lin 판사는 59쪽 분량의 판결문을 통해 국방부의 조치가 불법이라고 명시했다. 법원은 정부가 국가안보라는 명분을 내세웠으나, 이는 실질적으로 정부의 정책에 반대하는 표현 활동에 대한 보복성 조치였다고 판단했다. 이번 판결은 Anthropic이 제기한 두 건의 소송 중 첫 번째 사건에 대한 결과이며, D.C. Circuit에서 진행 중인 두 번째 소송은 여전히 계류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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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배제 근거로 내세운 핵심 논리는 AI 모델의 임의 제어 가능성이다. 국방부는 Anthropic이 전시 상황에서 AI 모델을 임의로 비활성화하거나 성능을 변경할 수 있는 일종의 '킬 스위치(kill switch)'를 보유하고 있을 가능성을 제기하며, 이것이 국가안보에 심각한 위험이 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Rita Lin 판사는 심리 과정에서 국방부가 제시한 주장에 대해 구체적인 증거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이번 판결의 법리적 핵심은 국가안보라는 포괄적 명분이 정부 비판자에 대한 처벌을 정당화할 수 없다는 점에 있다. 법원은 Anthropic이 계약 협상 과정에서 제시한 사용 제한 요구를 헌법상 보호받는 표현 활동으로 보았다. 특히 국방부가 Anthropic의 공개적인 정부 비판을 연방정부 업무 배제의 근거로 삼은 논리에 대해 매우 우려스럽다는 평가를 내렸다.

분쟁의 중심이 된 AI 활용 제약 조건은 크게 두 가지 축으로 나뉜다. 첫째는 '미국인 대상 대규모 감시' 금지이며, 둘째는 '자율 살상무기'로의 전용 금지다. 이는 AI 모델의 가중치나 API 접근 권한을 가진 공급사가 최종 사용처(End-use)에 대한 제어권을 요구한 사례다. 국방부는 이를 정부 정책에 대한 민간의 과도한 개입으로 보았으나, 법원은 이를 기업의 가치관에 따른 정당한 요구 및 표현으로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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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급망 위험 지정 해제로 인해 군 관련 계약자와 공급업체들의 Anthropic 기술 도입 경로가 다시 열리게 됐다. 그동안 정부 계약을 유지하기 위해 Anthropic의 모델이나 API 사용을 기피해야 했던 파트너사들은 이제 법적 리스크 없이 기술 협력을 재개할 수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이번 판결에 항소하거나 D.C. Circuit의 두 번째 소송 결과에 따라 변동성이 남아있으나, 현재로서는 '공급망 위험'이라는 행정적 낙인으로 인한 사업적 제약은 제거된 상태다.

실무 차원에서 주목할 지점은 정부 및 공공기관과의 AI 공급 계약 시 '윤리적 사용 조항'을 삽입하는 것이 법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는 표현 활동의 범위에 포함될 가능성이 커졌다는 점이다. AI 개발사와 인프라 제공사는 향후 계약서 작성 시 기술의 오용 방지를 위한 구체적인 제약 조건을 명시하더라도, 이를 근거로 한 정부의 보복적 행정 조치에 대해 법적 방어권을 행사할 수 있는 기준점을 확보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