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자민 홀런이 겪은 3년간의 집필 정체와 대응

작가라고 자신을 소개할 때마다 돌아오는 질문이 있다. "그래서 AI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라는 물음이다. 작가 벤자민 홀런(Benjamin Hollon)은 이 반복적인 질문이 단순한 호기심을 넘어 수년간 자신의 글쓰기 동기를 갉아먹고 창작 자체를 자기 의심의 대상으로 만들었다고 밝혔다.

홀런은 지난 3년 동안 심각한 글쓰기 정체기를 겪었다. AI가 작가의 영역을 대체할 수 있다는 사회적 분위기와 질문들이 자신의 작업을 '쓰레기와 동급'으로 놓는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그는 펜을 드는 것에 두려움을 느꼈고, 작가라는 정체성 자체를 의심하게 됐다. 실제로 그는 이 기간 동안 지난해 8월 출간한 "Those Who Breathe Easy"와 일부 신화 이야기 시리즈 외에는 많은 작품을 쓰지 못했다.

특히 그는 대화의 흐름이 질문자의 AI 사용 사례를 정당화하는 방향으로 흐르는 점을 지적했다. 많은 이들이 AI 비판적인 작가에게조차 자신의 AI 활용 방식이 괜찮다는 인정을 받으려 하며, 이는 결과적으로 인간의 노동과 창의성을 낮게 평가하는 기술적 믿음을 강화한다는 분석이다. 홀런은 이러한 환경에서 상처받은 작가들이 글쓰기를 포기하는 상황을 막기 위해, 작가들이 계속해서 쓸 수 있는 새로운 공간인 'Writing Month'를 시작했다. 이는 AI 비판을 계급주의적(classist)이거나 능력주의적(ableist)이라고 규정한 National Novel Writing Month의 성명에 대응하는 움직임이기도 하다.

상업 시스템의 AI 채택과 인간 창작의 분리 흐름

이번 사건은 AI 채택을 둘러싼 기업의 효율성 논리와 창작자의 가치 논리가 정면으로 충돌하는 지점을 보여준다. 현재 시장의 흐름은 비용 절감과 생산성 향상을 위해 AI가 예술가를 대체할 수 있다는 믿음을 바탕으로 움직인다. 기업 입장에서 AI는 인건비를 줄이고 콘텐츠 생산 속도를 높일 수 있는 강력한 도구다.

하지만 홀런은 이러한 상업적 채택이 오히려 '인간이 만든 작품'에 대한 갈망을 강화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본다. 독자가 책을 읽는 근본적인 이유는 기계가 아닌 실제 사람이 만든 창작물을 통해 관계를 맺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AI가 도달할 수 없는 진지한 글쓰기의 품질과 인간적 연결은 상업적 시스템 밖에서도 여전히 유효한 가치로 남는다.

결국 시장은 두 갈래로 나뉠 가능성이 크다. 대형 예산이 투입되었지만 상투적인 AI 생성 콘텐츠와, 창작 기술의 즐거움과 개인의 서사가 담긴 독립적 인간 창작물이다. 홀런은 대형 출판사가 AI로 작성한 로맨스 소설보다 사람이 마음을 쏟아 만든 책이 더 매력적일 것이라고 주장한다. 기업이 효율성만을 쫓아 인간 예술가를 해고하는 순간, 역설적으로 시장에서 가장 귀중한 자산인 '인간의 창의성'을 독립적인 영역으로 풀어주게 되어 창작자들이 상업 시스템 밖에서 더 강한 위치를 점하게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AI 실무자와 기업이 관찰해야 할 창작자 리스크

AI 도구를 개발하거나 도입하는 기업과 실무자들은 기술적 성능만큼이나 '창작자의 심리적 수용성'과 '인간 인증 가치'를 관찰해야 한다. 단순히 "AI가 소설을 쓸 수 있다"거나 "읽을 만한 결과물을 낸다"는 벤치마크 수치는 실제 독자가 원하는 '인간과의 연결'이라는 욕구를 충족시키지 못한다.

특히 한국의 AI 콘텐츠 시장에서도 효율성 중심의 도입이 가속화되고 있지만, 창작자 집단이 느끼는 평가절하와 소외감은 장기적으로 양질의 데이터 공급원인 인간 창작자의 이탈을 초래할 수 있다. 창작자가 자신의 작업이 가치 없다고 느끼기 시작할 때 발생하는 '집필 정체'는 단순한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AI가 학습하고 모방해야 할 새로운 인간 창의성의 고갈로 이어진다.

따라서 AI 서비스 기획자와 기업은 창작자를 대체 대상으로 보는 관점에서 벗어나, 그들의 전문성과 노동 가치를 어떻게 보존하며 협업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작가에게 AI에 대한 의견을 묻는 대신 "당신의 작품을 읽어볼 수 있느냐"고 묻는 태도의 변화처럼, 기술 도입 과정에서도 창작자의 실질적인 작업물과 가치를 우선시하는 접근 방식이 필요하다. 이는 향후 'Human-made'라는 라벨이 프리미엄 가치를 갖게 될 시장 구조에서 경쟁 우위를 점하는 핵심 전략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