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ock(옛 Square)은 최근 전체 직원의 40%를 감축하고, 기존의 위계적 관리 구조를 AI 기반의 '지능체(intelligence)' 조직으로 재설계하는 실험을 공식화했다. 잭 도시(Block CEO)는 지난 2,000년간 이어져 온 관리 계층이 정보 전달의 비효율을 초래해왔다고 진단하며, 사내의 모든 이메일, 코드, 회의록 등 아티팩트를 AI 모델로 통합해 누구나 회사 자체와 직접 대화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고 있다. 이번 변화는 AI를 단순한 업무 보조 도구(Copilot)로 활용하는 수준을 넘어, 조직의 운영 근간 자체를 AI 중심으로 재편하려는 시도다. 2024년 12월 코딩 모델의 성숙도가 레거시 코드베이스를 관리할 수 있는 임계점에 도달했다는 판단이 이번 대규모 인력 재배치와 구조 개편의 핵심 배경이 되었다. 현재 5단계에 달하는 조직 깊이를 올해 안으로 2~3단계까지 줄이고, 궁극적으로는 6,000명 전원이 CEO에게 직접 보고하는 구조를 목표로 한다.

40% 감원과 조직 구조의 근본적 재설계

전통적인 기업의 위계질서는 지난 수천 년간 정보의 비대칭성을 해결하고 명령을 하달하기 위한 최선의 수단으로 기능해 왔으나, 잭 도시(Block CEO)는 이제 이 구조가 오히려 정보의 왜곡과 유실을 초래하는 병목 지점이라고 진단한다. 이러한 문제의식 아래 Block(결제 서비스 기업)은 최근 전체 인력의 40%를 감축하는 과감한 구조조정을 단행하며 조직 운영의 근간을 재설계하고 있다. 이는 단순히 비용 절감을 위한 조치가 아니라, 회사를 하나의 지능체로 전환하여 AI가 정보 전달의 중심이 되는 새로운 운영 체제를 구축하려는 전략적 실험이다. 기존의 관리 계층이 수행하던 정보 중개 역할을 AI가 대체함으로써, 사내의 모든 산출물과 데이터가 투명하게 모델링되고 누구나 실시간으로 회사 자체와 대화하며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는 환경을 지향한다.

조직의 깊이는 올해 안으로 현재의 5단계에서 2~3단계 수준으로 대폭 축소될 예정이다. 최종적으로는 6,000명에 달하는 전 직원이 CEO에게 직접 보고하는 평면적인 구조를 목표로 한다. 이러한 변화는 보고 체계의 해체를 의미하며, 기존의 관리자 중심 조직에서 역할 기반의 기능적 조직으로의 이동을 시사한다. 새롭게 정의된 조직 내 역할은 크게 세 가지로 단순화되었다. 먼저 실질적인 빌더와 오퍼레이터로서의 IC(Individual Contributor, 개별 기여자), 고객 성과를 직접 책임지는 DRI(Directly Responsible Individual, 직접 책임자), 그리고 실무를 수행하며 동료의 역량을 함께 키워나가는 플레이어 코치로 구분된다. 플레이어 코치는 전통적인 의미의 상급자가 아니라, IC나 DRI에게 필요한 코칭을 제공하기 위해 배정되는 유연한 지원자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이러한 조직 재설계의 핵심은 AI를 단순히 업무 효율을 높이는 보조 도구로 활용하는 단계를 넘어, 회사의 운영 근간 자체를 AI 중심으로 재프로그래밍하는 데 있다. 2024년 12월경 코딩 모델이 레거시 코드베이스를 충분히 다룰 수 있을 정도로 성숙했다는 판단이 이번 결정의 기술적 배경이 되었다. 이제 회의 현장에서는 슬라이드나 문서 대신 실제 데이터로 구동되는 프로토타입이 논의의 중심이 되며, 탐색 비용의 획기적인 하락으로 인해 실패를 가정한 실험과 경로 수정이 일상화되고 있다. 도시의 이러한 행보는 위계가 더 이상 정보 전달의 유일한 수단이 아니라는 점을 명확히 하며, AI 시대에 걸맞은 조직의 재구축이 생존을 위한 필수 과제임을 실증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슬라이드에서 프로토타입으로, 회의의 동작 원리 변화

회의실의 풍경은 구글 닥(Google Docs, 문서 작성 및 협업 도구)이나 슬라이드(Google Slides, 프레젠테이션 제작 도구)를 띄워놓고 진행하던 방식에서, 실제 데이터와 연동된 동작 가능한 프로토타입을 시연하는 형태로 급격히 전환되고 있다. 과거의 회의가 기획의 논리적 타당성을 언어와 도식으로 설득하는 과정이었다면, 현재는 AI 모델링을 통해 구축된 사내 인텔리전스 레이어 위에서 실시간 데이터 신호를 확인하는 과정으로 변모했다. 이는 단순히 도구의 변경이 아니라, 정보의 왜곡을 방지하기 위해 중간 관리자가 해석하던 보고 체계를 데이터 기반의 직접 시연으로 대체하려는 시도다.

이러한 변화의 핵심은 사내 모든 산출물에 대한 AI 모델링에 있다. 슬랙(Slack, 메신저 기반 협업 툴) 메시지, 이메일, 코드 풀 리퀘스트, 회의록 등 조직 내에서 파편화되어 생산되던 모든 아티팩트를 AI가 학습함으로써, 정보 접근권이 특정 계층에 머물지 않고 평준화된다. 결과적으로 구성원들은 회사의 현재 상태와 직접 대화하며 필요한 정보를 추출할 수 있게 된다. 이는 정보가 위계 구조를 거치며 유실되거나 왜곡되던 전통적 관리 방식의 치명적인 결함을 기술적으로 보완하는 구조다.

고객의 요구사항 또한 정제된 보고서가 아닌 대화형 인터페이스를 통해 직접적인 데이터 신호로 수집된다. 고객이 원하는 바를 프로토타입에 투영하고 그 반응을 실시간으로 관찰함으로써, 추론에 의존하던 기존의 시장 조사 방식보다 훨씬 높은 데이터 충실도를 확보할 수 있다. 이러한 피드백 루프는 탐색 비용의 하락으로 이어진다. 잘못된 경로를 수정하는 속도와 유연성이 극대화되면서, 조직은 실패를 두려워하기보다 빠른 반복을 통한 최적화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추게 된다.

결국 이 모델에서 리더와 구성원의 역할은 관리자가 아닌 빌더와 오퍼레이터로 재정의된다. 탐색 비용이 0에 수렴하는 환경에서는 마지막 20%의 결정을 내리는 인간의 취향과 판단력이 조직의 성패를 가르는 결정적 변수가 된다. AI를 단순한 코파일럿(Copilot, 업무 보조 도구)이 아닌 회사의 운영 근간으로 삼는다는 것은, 조직이 스스로를 하나의 지능체로 인식하고 끊임없이 재프로그래밍할 준비가 되었음을 의미한다. 이러한 동작 원리의 변화는 향후 6개월 내에 조직의 의사결정 속도와 실행력을 결정짓는 핵심 지표가 될 것이다.

AI를 코어로 삼는 조직이 마주할 실무적 과제

2024년 12월 코딩 모델이 레거시 코드베이스(과거부터 누적된 기존 코드 체계)를 처리할 수 있는 임계점에 도달하며 실무의 풍경이 바뀌었다. 이는 단순히 코딩 속도가 빨라진 것을 넘어, 사람이 붙잡고 있어야 했던 복잡한 기존 시스템의 해석과 유지보수 권한이 AI로 전이되었음을 의미한다. 잭 도시가 단행한 40%의 인력 감축은 이러한 기술적 성숙도를 바탕으로, 서비스 유지와 규제 준수에 필요한 최소 인원을 산정한 백캐스팅(최종 목표 상태에서 현재로 거슬러 올라와 계획을 세우는 방식)의 결과로 관찰된다. 이제 개발자의 실무 가치는 개별 함수를 구현하는 구현력보다 AI가 생성한 전체 구조를 검토하고 시스템에 통합하는 오케스트레이션 역량에서 결정된다.

AI를 코어로 삼는 조직에서는 AI의 출력을 최종 결과가 아닌 더 나은 입력을 위한 데이터로 다루는 능력이 핵심 경쟁력이 된다. 기존의 워크플로우가 입력 후 결과물을 기다리는 선형적 구조였다면, 이제는 AI의 응답을 분석해 프롬프트를 재설계하고 다시 입력하는 반복적 루프가 일상이 된다. 이러한 재프로그래밍 능력은 개별 작업자의 숙련도를 넘어 조직 전체의 지식 처리 방식으로 확장된다. AI가 내놓은 초안을 비판적으로 검토하고 이를 다시 정교한 지시어로 치환하는 과정에서, 조직이 보유한 고유의 도메인 지식이 모델의 출력 품질을 높이는 핵심 변수로 작용하며 선순환 구조가 형성되기 때문이다.

리더십의 본질 또한 관리 중심에서 역량 강화 중심으로 재정의된다. 루로프 보타는 진정성(Authenticity), 논리(Logic), 공감(Empathy)을 결합한 ALE 프레임을 통해 AI 시대 리더의 자질을 설명한다. 위계 조직의 핵심이었던 정보 전달과 통제 기능이 AI 레이어로 대체됨에 따라, 리더는 구성원의 심리적 안전감을 확보하고 논리적 방향성을 제시하는 코치로서의 역할에 집중해야 한다. 특히 변화의 속도가 가속화되는 환경에서 과거의 성공 공식에 매몰되지 않고 빠르게 경로를 수정하는 결단력이 리더의 생존 조건으로 부각된다. 이는 보고 체계를 없애고 코칭을 위해 리더를 배정하는 구조적 변화와 궤를 같이한다.

다만 이러한 지능체 구조가 모든 기업에 동일한 효율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고객의 요구사항과 피드백이라는 신호가 명확하게 유입되는 사업 모델일수록 AI 기반의 의사결정 구조가 더 높은 성능을 발휘하는 경향이 관찰된다. 추론과 가설에 의존하던 기존의 시장 조사 방식 대신, 대화형 인터페이스를 통해 수집된 실제 고객 데이터를 AI가 직접 모델링하여 제품 로드맵에 즉각 반영하기 때문이다. 결국 AI 중심 조직으로의 전환은 단순한 도구 도입의 문제를 넘어, 기업이 고객의 신호를 얼마나 투명하게 수집하고 이를 조직의 지능으로 전환하여 실행할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