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3시의 사무실, 파티션 너머로 기계적인 키보드 소리가 들린다.
모니터에는 검은 화면 위로 알 수 없는 코드 뭉치와 로그 메시지가 쉴 새 없이 쏟아진다. 옆자리 동료는 미간을 찌푸린 채 심각한 표정으로 그 화면을 응시하고 있다.
하지만 이 긴박한 장면 뒤에 사실은 아무런 연산도 일어나지 않고 있을지 모른다. 우리는 AI가 모든 것을 자동화해 더 여유로운 삶을 줄 것이라 믿었지만, 현실은 더 많은 알림과 더 복잡한 도구들에 둘러싸여 이전보다 더 바쁜 하루를 보낸다.
이런 AI 시대의 '바쁨'을 유머러스하게 비튼 도구가 등장했다. 실제로는 아무 일도 하지 않지만, 화면만큼은 누구보다 치열하게 일하는 것처럼 보이게 만드는 시뮬레이터다.
계정 없이 켜는 가짜 터미널 BusyCode의 4가지 모드
보통의 AI 도구는 API 키를 설정하고 계정을 인증해야 작동하지만, BusyCode는 아무런 연결 없이 화면만 띄우는 가짜 CLI(명령어 입력 창) 시뮬레이터다. 계정을 생성하거나 로그인하는 과정이 없다.
사용자가 입력한 텍스트는 외부 서버로 전송되지 않고 브라우저 내 화면 연출용으로만 쓰인다. AI 코딩 에이전트가 코드베이스를 탐색하고 파일을 수정하는 바쁜 모습을 흉내 내며, 프롬프트에 문장을 입력하고 엔터를 누르면 작업 화면이 자동으로 흘러간다.
지원하는 화면 모드는 Claude Code, Codex, Gemini CLI, OpenCode 총 4가지다. 데모 페이지와 GitHub 저장소에서 확인할 수 있다.
오픈소스로 공개된 AI 시대의 '일하는 척' 시뮬레이터
AI로 업무 시간을 단축했음에도 여전히 바쁘게 일하고 있다는 인상을 줘야 한다는 압박이 존재한다. BusyCode는 이런 상황을 비튼 오픈소스 장난감이다.
이 도구는 실제 코드의 완성도보다 '작업 중'이라는 상태를 시각적으로 연출하는 데 집중한다. AI가 실무의 상당 부분을 대신 처리하는 시대에, 역설적으로 인간이 열심히 일하고 있다는 모습을 전시해야 하는 상황을 풍자한다.
화면 가득 초록색 글자가 쉴 새 없이 흐르는 풍경은 그 자체로 작업 중임을 알리는 장치가 된다. 결국 BusyCode는 도구의 기능보다 AI 시대의 노동 환경이 가진 모순을 보여주는 데 목적이 있다.
결국 생산성의 기준이 결과물에서 그것을 만들어내는 과정의 연출력으로 옮겨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