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mo(데이터 플랫폼 기업)의 CDO 크리스 윌리스는 현재의 AI 도입 열풍이 혁신이 아닌 '공포'와 '조급함'에 기반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AI 기업들이 시장에 기술을 강요하며 경영진부터 실무자까지 커리어에 대한 불안감을 조성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특히 거대언어모델(LLM)이 구체적인 제품 사양(Spec) 없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모호한 정의로 출시된 점이 기업의 혼란을 가중시켰다.

많은 조직이 기술에 대한 이해 없이 도구 구매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며, 이를 통해 혁신이 자동으로 일어날 것이라 기대하는 경향을 보인다. 이는 실질적인 비즈니스 가치 창출보다 '무언가를 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AI 시어터(AI Theater)'로 변질되고 있다. 윌리스는 이러한 현상이 지속될 경우, 기업은 비즈니스 프로세스에 대한 이해 없이 강력한 엔진만 장착한 채 어둠 속에서 질주하는 위험에 직면하게 된다.

'토큰맥싱(Tokenmaxxing)'과 AI 시어터의 실체

기업들이 AI 모델 액세스 권한을 대량 구매하고 직원들에게 사용량을 강요하는 모습이 포착된다. 이를 토큰맥싱(Tokenmaxxing)이라 부른다. 단순히 AI를 많이 쓰는 상태를 성과로 착각하는 현상이다. 사용량 증가는 곧 혁신이라는 착각이 조직 전체를 지배하고 있다. 개별 직원의 작업 속도는 빨라질 수 있다. 하지만 이것이 기업의 최종 이익인 바텀라인(Bottom line) 변화로 연결되지는 않는다. 사용량이라는 숫자만 늘어나는 지형이다. 이는 전략적 목표 없이 도구의 점유율만 높이려는 시도에 가깝다. C-레벨부터 실무자까지 커리어에 대한 불안감을 느끼며 무작정 도구에 매달리는 양상이다.

문제는 AI 모델 자체가 가진 모호한 정의에서 시작된다. 일반적인 산업 제품은 구체적인 사양(Spec)이 존재한다. 타겟 고객이 누구인지, 어떤 기능을 수행하고 무엇을 하지 않는지 명확히 규정한다. 반면 거대언어모델(LLM)의 기능 사양은 누구에게나 어떤 방식으로든 작동한다는 식의 모호한 정의에 그친다. 제품의 경계가 없다. 이는 비즈니스 관점에서 정교한 전략적 포석을 짜기 어렵게 만든다. 도구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보다 무엇을 못 하는지가 더 중요한데 이 지점이 생략되어 있다. 명확한 기준 없이 도입된 기술은 조직 내에서 방향을 잃기 쉽다.

경영진은 기술에 뒤처진다는 공포에 휩싸여 있다. 충분한 이해 없이 도구부터 도입하는 패턴이 반복된다. 혁신은 도구 구매만으로 자동으로 일어나지 않는다. 현재의 AI 도입은 일종의 AI 시어터(AI Theater)로 흐른다. 무언가 하고 있다는 것을 외부에 보여주기 위한 연극이다. 이는 혁신의 문제가 아니라 조급함의 문제다. 기술적 가능성에만 취해 비즈니스적 타당성을 검토하는 단계가 생략된다. 전략 없는 도입은 결국 비즈니스 요구사항이 결여된 일회성 PoC(Proof of Concept, 개념 증명) 프로젝트의 양산으로 이어진다. 보여주기식 성과에 매몰된 프로젝트들은 실제 현업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

이러한 PoC들은 지속 가능성이 없다. 신뢰할 수 있는 수준의 품질을 확보하지 못하며 대규모 배포가 가능한 구조도 아니다. 비즈니스 프로세스와 워크플로우에 대한 깊은 이해 없이 강력한 엔진만 장착한 꼴이다. 이는 전등을 끈 채 밤길을 빠르게 달리는 위험한 질주와 같다. 기업은 AI를 해결책 그 자체로 취급하는 치명적인 오류를 범하고 있다. AI는 해결책을 구현하기 위한 도구여야 한다. 도구의 성능에 매몰되어 비즈니스 본질을 놓치는 판도가 형성되고 있다. 실제 가치를 창출하는 지점은 토큰의 양이 아니라 프로세스의 최적화에 있다.

'솔루션으로서의 AI' vs '도구로서의 AI'

스웨덴의 핀테크 기업 클라르나(Klarna)는 고객 서비스 인력을 AI로 전면 대체했다가 다시 사람을 복귀시켰다. 챗봇 하나로 모든 고객 접점을 해결하려 한 시도가 시장의 냉정한 반응에 부딪힌 결과다. 이는 AI 자체를 정답으로 여기는 솔루션 관점의 전형적인 실패 사례다. 기업이 비즈니스 맥락을 제거한 채 기술의 효율성만 믿고 인적 자원을 걷어낼 때 발생하는 리스크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고객은 단순한 챗봇과의 대화가 아니라 문제의 실질적인 해결을 원한다는 기본 전제를 간과한 포석이었다.

많은 기업이 AI를 도입하며 범하는 오류는 기술을 솔루션으로 취급하는 것이다. 구체적인 제품 사양이나 목표 없이 AI가 모든 문제를 해결해 줄 것이라 믿는 경향이 강하다. 이러한 흐름은 AI 시어터(AI Theater, 실질적 성과 없이 보여주기식으로 AI를 도입하는 현상)로 이어진다. 경영진은 혁신이라는 명분 아래 AI 툴을 구매하고 직원들에게 사용을 강요한다. 전략 없는 사용량 증대에 집착하는 토큰맥싱(Tokenmaxxing, 전략 없이 AI 모델 사용량만 늘리는 행위)이 여기서 나타난다. 모델에 입력하는 토큰 양이 늘어난다고 해서 비즈니스 모델이 혁신되는 것은 아니다. 이런 방식은 개인의 생산성을 일부 높일 수는 있으나 기업의 영업이익이라는 본질적인 지표를 바꾸지 못한다.

반면 AI를 프로세스 최적화를 위한 도구로 정의하는 기업은 전혀 다른 지형을 그린다. 비즈니스 워크플로우를 먼저 분석하고 AI가 개입할 최적의 지점을 찾는 방식이다. 송장(Invoice) 분석 앱을 통해 불일치 사항을 자동으로 탐지하고 이상 징후만 사람이 검토하게 하는 사례가 대표적이다. AI는 단순 반복적인 데이터 대조라는 도구적 역할에 집중하며 인간의 검토 효율을 극대화한다. 최종 판단이라는 핵심 권한은 여전히 인간이 보유하며 AI는 그 판단을 돕는 보조 수단으로 작동한다. 인간의 판단이 필요한 지점과 자동화가 가능한 지점을 명확히 구분하는 설계 능력이 성패를 가른다.

비즈니스 프로세스에 대한 이해 없는 AI 도입은 전조등 없이 밤길을 달리는 고속 자동차와 같다. 엔진의 출력은 강력하지만 방향성과 안전성이 결여된 상태다. 결국 재무 책임자(CFO)들이 투자 대비 성과를 묻기 시작하면서 시장의 판도는 바뀔 것이다. 단순한 챗봇 도입을 넘어 워크플로우의 세부 단계를 쪼개고 AI를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정교한 설계 능력이 기업의 핵심 경쟁력이 된다. 기술 그 자체가 아니라 기술이 놓일 자리를 정의하는 능력이 비즈니스 임팩트를 결정한다. AI를 정답지로 보는 관점에서 프로세스의 부품으로 보는 관점으로의 전환이 필수적이다.

CFO의 회계적 심판과 실무적 전환점

기업의 예산 집행권을 쥔 CFO(최고재무책임자)들이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다. 막대한 AI 인프라 비용과 라이선스 지출이 매 분기 이어지지만 재무제표에 찍히는 실질적 이득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단순한 기술 도입의 단계를 넘어 투자 대비 효율인 ROI(투자 대비 효율)를 명확히 증명해야 하는 회계적 심판의 시간이 온 것이다. 그동안 많은 기업이 보여준 AI 도입은 실질적 혁신보다 대외적 이미지를 관리하기 위한 AI 시어터(AI Theater, 보여주기식 AI 도입)에 가까웠다. 이제는 화려한 데모 시연이 아니라 숫자로 증명되는 수익성과 비용 절감액이 기업의 생존을 결정하는 핵심 요소가 된다.

전략적 포석은 이제 거창한 문샷(Moonshot, 도전적 목표) 목표에서 지극히 실무적인 자동화로 급격히 옮겨간다. 모든 비즈니스 문제를 한 번에 해결하겠다는 막연한 기대 대신 스프레드시트 기반의 프로세스 자동화 같은 단순 작업부터 공략하는 방식이다. 실제 사례로 기업 송장을 전수 조사해 불일치 항목을 찾아내고 이를 인간이 검토하게 만드는 앱 개발이 실질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다. 이는 기술의 전능함에 기대지 않고 구체적인 비즈니스 니즈와 워크플로우에서 출발한 접근이다. 단순 반복 업무의 자동화는 즉각적인 운영 비용 절감으로 이어지며 CFO의 의구심을 해소하는 가장 현실적인 경로가 된다.

이 과정에서 기업의 핵심 역량은 인간의 판단이 필요한 지점과 검증 가능한 자동화 지점을 정교하게 구분하는 능력으로 재편된다. 모든 고객 응대를 챗봇으로 대체하려다 결국 다시 인력을 투입한 스웨덴 핀테크 기업 클라르나(Klarna)의 사례는 맹목적 자동화가 초래하는 리스크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고객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챗봇과의 매끄러운 대화가 아니라 실질적인 문제의 해결이다. 자동화가 가능한 영역과 인간의 직관과 책임 있는 판단이 필수적인 영역을 분리하지 못한 전략은 반드시 한계에 부딪힌다. 검증 가능한 지점만을 자동화하고 인간은 최종 판단과 예외 처리에 집중하는 구조를 설계하는 것이 실무적 전환점의 핵심이다.

시장 지형은 이제 단순 도입 단계에서 실질적 비용 절감과 수익 창출 단계로 강제 전환되고 있다. AI 모델 사용량을 극대화하여 성과를 부풀리는 토큰맥싱(Tokenmaxxing, 토큰 사용량 극대화)처럼 지표에만 집착하는 전략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개별 직원의 생산성이 소폭 상승하더라도 그것이 기업 전체의 손익분기점을 낮추거나 매출 증대로 연결되지 않는다면 해당 기술 투자는 실패한 것으로 간주된다. AI를 해결책 그 자체로 보는 관점에서 해결책을 구현하기 위한 도구로 보는 관점으로의 이동이 가속화된다. 비즈니스 프로세스에 대한 깊은 이해 없이 도입된 강력한 엔진은 오히려 기업을 통제 불능의 상태로 몰아넣을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