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자의 기억을 학습에 재활용하는 AI 코칭 시스템

사용자가 빈 화면에서 무엇을 쓸지 고민할 필요 없이 AI 코치의 질문에 답하는 방식으로 영어 일기를 쓴다. 20~40대 직장인을 대상으로 하는 잉크버드(EncBird)는 AI 코치가 먼저 한국어로 질문을 던지면, 사용자가 이에 영어로 답하는 구조를 취한다. 문법이 틀리거나 단어가 생각나지 않아 한영 혼용으로 작성해도 AI가 이를 자연스러운 영어 표현으로 교정해 준다.

단순한 첨삭에서 끝내지 않고 학습의 완결성을 높이는 장치를 배치했다. 교정된 문장 중 사용자가 마음에 드는 표현을 선택하면 클릭 한 번으로 '내 표현 사전'에 저장된다. 이렇게 저장된 표현은 SRS(간격 반복, Spaced Repetition System) 스케줄에 따라 며칠 뒤 플래시카드, 영작 퀴즈, 게임형 복습 형태로 다시 사용자에게 노출된다. 사용자의 의지에 의존하지 않고 시스템이 강제로 복습 큐에 올리는 방식이다.

가장 핵심적인 기능은 'GenAI 플라이휠'이다. 세션이 끝날 때마다 사용자와의 대화 내용이 개인 메모리에 자동으로 업데이트되며, 이 데이터가 다음 세션의 질문에 반영된다. 예를 들어 지난주 일요일에 교회에 다녀왔다는 내용을 일기에 썼다면, 이번 주 코치는 "교회 다녀와서 어땠어요?"라고 구체적으로 질문한다. 최근에 등록한 표현을 기억했다가 이를 실제 작문에서 연습하도록 유도하는 등, 쓰면 쓸수록 사용자 개인에게 최적화되는 맞춤형 학습 경로를 생성한다.

'망하지 않는 구조'를 위한 서버리스 채택과 서비스 포지셔닝

기존의 AI 영어 학습 도구들이 가졌던 한계를 좁은 범위의 작문 경험으로 해결하려 했다. ChatGPT와 같은 범용 AI는 대화가 무한정 이어져 기록을 다시 찾아보기 어렵고, 스픽(Speak)이나 말해보카 같은 서비스는 출퇴근 시간 지하철 등에서 말하기가 어렵다는 제약이 있다. 잉크버드는 '일기 한 편'이라는 완결된 단위를 설정해 기록의 파편화를 막고, 음성이 아닌 작문을 1급 시민(First-class)으로 설정해 장소 제약 없이 학습할 수 있게 했다.

운영 측면에서는 '지속 가능성'을 최우선으로 하여 비용 구조를 설계했다. 유휴 비용을 0에 수렴시키기 위해 Vue/Nuxt 프론트엔드, Go on Lambda 기반의 서버리스 아키텍처, 이벤트 기반 백엔드, CDK(Cloud Development Kit)를 활용한 IaC(코드형 인프라)를 도입했다. 트래픽이 없을 때는 청구 비용이 거의 발생하지 않고, 트래픽이 급증할 때만 자동으로 스케일링되는 구조를 통해 1인 운영자가 빚 없이 서비스를 유지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했다.

이는 단순한 기능 구현을 넘어, AI 서비스가 직면한 높은 추론 비용과 운영 리스크를 서버리스 아키텍처로 상쇄하려는 전략적 선택이다. 시장의 거대 서비스들과 정면 대결하기보다, 직장인의 출퇴근 시간이라는 틈새 시간과 '작문-저장-복습'이라는 좁고 깊은 루프를 통해 사용자 채택을 유도하고 있다.

코딩에서 '결정'으로 이동한 AI 에이전트 기반 개발 프로세스

개발자가 체감하는 가장 큰 변화는 실제 코드를 작성하는 시간보다 아키텍처를 결정하는 시간이 더 중요해졌다는 점이다. 잉크버드의 코드베이스는 12만 라인(컨텍스트 포함 시 18만 라인)에 달하지만, 코드는 100% AI 에이전트가 작성하고 개발자는 코드 리뷰만 수행한다. 이는 단순한 프롬프트 입력을 넘어 에이전트가 작동하는 환경인 '하네스'를 설계한 결과다.

구체적인 개발 흐름은 PRD(제품 요구사항 문서) → ADR(아키텍처 결정 기록) → 코드 순으로 이어진다. 개발자가 직접 코드를 수정하는 대신, ADR을 통해 기술적 결정 사항을 명시하면 AI 에이전트가 해당 기록을 읽고 구현하는 방식이다. 이 과정에서 직접 만든 'ALPS PRD Writer'를 활용해 기획과 설계의 밀도를 높였다. 사람이 개입하는 지점이 '구현'에서 '결정'의 단계로 격상된 셈이다.

한국의 AI 실무자와 개발자들은 여기서 1인 개발 규모에서도 AI 에이전트를 통해 엔터프라이즈급 코드 규모를 관리할 수 있는 가능성을 관찰할 수 있다. 특히 백오피스를 별도로 구축하는 대신 에이전트 기반 스킬을 활용해 운영 이슈를 처리하는 방식은, 운영 리소스를 최소화해야 하는 초기 스타트업이나 개인 프로젝트에 실질적인 벤치마크가 된다. 결국 AI 시대의 생산성은 얼마나 코드를 잘 짜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명확한 ADR을 설계하고 AI 에이전트를 제어하느냐에 달려 있음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