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금과 참여 투자자가 보여주는 신호
지능과 정보가 풍부해질수록 의도를 실제 행동으로 바꾸는 실행력이 더 희소한 가치가 된다. Forerunner Ventures(포러너 벤처스, 벤처캐피털)는 AI의 핵심 가치를 자율적 시스템 구축이 아니라 인간의 에이전시(Agency, 실행력) 확장으로 정의한다. 이들은 The Human Bet과 The Supply Side라는 분석을 통해 AI를 사람이 이미 하려던 일을 끝내거나 이전에는 불가능했던 일을 시도하게 돕는 컴퓨팅 플랫폼의 변화로 본다. AI 자체의 자율성보다 인간이 수행 가능한 행동의 범위를 얼마나 넓혀주는지가 제품의 성패를 결정한다.
에이전트가 조사와 협상, 구매를 직접 수행하는 환경에서는 권한과 신원을 관리하는 제어 계층(Control Layer)이 필수적이다. 사용자의 의도를 담는 신원 체계와 에이전트의 허용 범위를 정하는 권한 체계, 모든 행동을 추적하는 감사 기록이 이 계층을 구성한다. Natural(내추럴, 결제 인프라 기업)은 에이전트가 사용자와 기업을 대신해 거래할 수 있는 결제 인프라를 제공한다. ZeroClick(제로클릭, 에이전트 통제 솔루션 기업)은 구매자와 판매자가 모두 에이전트로 구성된 환경에서 발생하는 가격 결정과 신원 확인, 통제 문제를 해결한다.
AI는 사용자의 입력에 반응하는 도구에서 맥락을 기억하고 먼저
기존 소프트웨어는 사용자가 클릭, 검색, 입력을 수행하거나 프롬프트를 보내야만 다음 단계로 움직이는 반응형 도구였다. AI는 사용자의 행동 패턴을 관찰하고 맥락을 장기간 기억하며 여러 시점의 정보를 연결해 요청받기 전에 기여한다. 단순히 입력에 반응하는 도구에서 먼저 움직이는 협력자로 진화한 결과다. 이러한 상호작용의 변화는 사용자가 겪는 반복적인 입력 과정의 인지 부하를 줄여 다른 고차원적인 역량에 집중하게 만드는 실질적인 효과를 준다.
인간의 에이전시(개인이 스스로 결정하고 행동하는 능력)를 확장하는 AI 제품은 실행 격차 해소와 능력 상한 확대라는 두 가지 경로로 나뉜다. Casa(집 관련 업무 자동화 서비스)와 Town(전문 맥락 학습 서비스)은 집 관련 업무 자동화나 전문적 맥락 학습을 통해 사용자가 이미 하려던 일을 실제로 수행하도록 도와 실행 격차를 줄인다. 반면 Suno(AI 음악 제작 도구)와 Wispr(음성-글 변환 도구)는 이전에는 어렵거나 불가능했던 일을 가능하게 하여 능력의 상한을 높인다. AI가 사용자의 의도를 실제 실행으로 연결하거나 기존의 기술적 한계를 깨는 방식으로 개인의 수행 능력을 확장한다.
확인해야 할 핵심 지점
단순 자동화를 넘어 더 좋은 판단, 빠른 실행, 풍부한 맥락을 제공하는 새로운 소프트웨어 스택이 소규모 팀에 대규모 조직 수준의 역량을 부여한다. Koah(수익화 인프라)는 대화형 인터페이스의 수익화에 집중하며, Blue Labs(인간 맥락 이해)는 AI가 인간의 맥락을 더 정확히 파악하도록 돕는다. Marklo(커머스 운영)와 Depthfirst(사이버보안) 역시 각각의 도메인에서 새로운 워크플로우를 통해 실행 속도를 극대화한다. 이러한 Capability Layer(역량 계층)는 소규모 팀이 대규모 조직이 가진 운영 효율성과 전문성을 기술적으로 확보하게 만든다.
규제나 폐쇄된 생태계, 관계 기반 데이터처럼 범용 모델이 접근하기 어려운 영역에서 전문 모델은 독자적인 해자를 구축한다. Speechify(음성)와 Suno(음악)는 자체 전문 모델을 제품과 직접 결합해 고객 이해도를 높이고 서비스 완성도를 올리는 전략을 취한다. 범용 모델이 학습할 수 없는 독점 데이터에 기반한 전문성은 모델의 단순 성능 수치보다 더 강력한 제품 경쟁력을 만든다. 이는 특정 도메인의 깊은 이해도와 폐쇄적 데이터 확보 능력이 제품의 생존 가능성을 결정하는 핵심 요소로 작용한다.
AI 제품의 해자는 범용 모델의 성능 경쟁이 아니라, 독점 데이터와 제품 경험을 통해 범용 모델이 따라잡기 전까지 무엇을 쌓을 수 있는지를 기준으로 판단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