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엔드 개발자 T씨는 터미널에서 마크다운 파일을 읽다가 고정폭 글꼴의 피로감에 한숨을 내쉰다. 깃허브나 앱스토어에서 뷰어를 찾아봐도 검색 기능이 없거나 인앱 결제를 요구하는 불편함이 반복된다. 결국 적당한 도구를 찾는 대신 AI 에이전트로 직접 나만의 뷰어를 만들겠다는 결심을 하는 상황이 벌어진다. 이런 곤란을 겪는 개발자가 늘고 있다.
Claude로 30분 만에 구현한 MDV.app의 기능
Claude(Anthropic의 AI 모델)를 활용해 제작한 MDV.app(macOS용 마크다운 뷰어)은 실제 상호작용 시간 약 30분 만에 완성되었다. 오래된 MacBook에 Xcode(애플의 통합 개발 환경)와 git(분산 버전 관리 시스템)을 설정하고 Claude 환경을 구축하는 사전 준비가 뒷받침된 결과다.
이 앱은 텍스트 선택 및 복사, 고정 문자열 검색, SQLite FTS(전체 텍스트 검색 엔진) 색인, 단축키 책갈피, 목차 탐색 기능을 모두 갖췄다. 문서 사이를 오갈 때 마지막 위치를 기억해 재시작 후에도 이어지며, 읽기 좋은 타이포그래피와 색상 테마를 제공한다.
개발 과정에서 Claude는 Swift(애플의 프로그래밍 언어)와 macOS 디자인 가이드라인에 대한 구체적인 도움을 제공했다. 결과적으로 앱스토어의 전용 뷰어보다 나은 수준의 개인용 도구가 단시간에 구축되었다.
Electron의 한계와 네이티브 UI의 개인 맞춤화
예전에는 Signal(암호화 메시징 앱)처럼 Electron(웹 기술로 데스크톱 앱을 만드는 프레임워크) 기반의 앱들이 Chromium(오픈소스 웹 브라우저 엔진) 사본을 각각 들고 다니며 메모리를 점유했다. 겉으로는 네이티브 앱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웹페이지를 렌더링하는 구조여서 화면 깜빡임 같은 미묘한 성능 저하가 발생하곤 했다.
과거의 네이티브 UI 개발은 숙련된 개발자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진입 장벽이 높았으나, 이제는 Claude가 보통 수준의 SwiftUI(애플의 UI 프레임워크) 개발자 역할을 완전히 대체한다. 전문적인 포장이 필요한 프로그램의 영역이었던 네이티브 UI가 이제는 개인이 자신의 불편함을 해결하기 위해 직접 구성하는 영역으로 내려왔다.
Emacs(확장성이 극대화된 텍스트 편집기) 사용자들이 elisp(Emacs용 설정 언어)로 개인 맞춤형 도구를 만들던 문화가 소프트웨어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r/emacs(레딧의 Emacs 커뮤니티)에서 사용자들이 서로의 설정을 공유하며 더 나은 버전을 만들듯, 이제는 네이티브 앱에서도 이런 현상이 벌어진다.
소스 코드 자체의 가치보다 "이런 기능을 구현할 수 있다"는 아이디어와 이를 이끌어낸 프롬프트(AI에게 주는 지시어)가 더 중요한 기준점이 되었다. 에이전트가 코드를 모두 작성한다면 개발자는 빌드(Build)가 아니라 플랫폼 위에서 구성(Configuring)하는 경험을 하게 된다.
터미널 도구의 개선 가능성도 커졌다. iostat(시스템 입출력 통계 도구)나 bpftrace(리눅스 커널 추적 도구) 같은 복잡한 도구들을 더 이해하기 쉬운 UI 형태로 빠르게 변환할 수 있다. 취약점 연구자들이 익스플로잇(소프트웨어 취약점을 이용한 공격 코드) 개발에 에이전트를 쓰듯, 일반 개발자들은 자신의 생산성을 높이는 초특정 도구를 만드는 재미를 찾고 있다.
이제 소프트웨어는 구매하는 제품이 아니라 프롬프트로 구성하는 개인의 설정값이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