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10년 경력의 소프트웨어 엔지니어가 2025년 6월
유명 기업의 이름값이 커리어의 영원한 보증수표가 될 수 있을까? 많은 개발자가 글로벌 빅테크 기업의 타이틀을 얻으면 고용 안정성을 확보했다고 믿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10년 차 소프트웨어 엔지니어(SW Engineer)가 겪고 있는 현재의 구직난이 이를 증명한다. 2025년 6월, 블리자드(Blizzard)에서 팀 전체와 함께 정리해고된 이 엔지니어는 현재까지 일자리를 찾지 못한 상태다.
이 엔지니어는 커리어 초기 소규모 외주 업체에서 실무 경험을 쌓은 뒤 블리자드로 자리를 옮겨 약 7년간 근무했다. 10년이라는 시간 동안 기술적 숙련도를 높였음에도 2025년 6월에 단행된 팀 단위 정리해고의 대상이 되었다. 경력의 정점에서 마주한 갑작스러운 실직은 현재의 채용 시장이 숙련된 경력자에게도 더 이상 안전하지 않음을 보여준다.
구직 과정에서 마주한 AI 코딩 도구의 전면적 수용 문제는 단순한 효율성의 논의를 넘어선다. AI 코딩에 굴복하는 행위가 예술가, 테스터, 작가들이 가진 직업적 가치를 내치는 것과 같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보안과 코드의 품질을 최우선으로 하는 엔지니어로서의 존엄성을 지키기 위해, 그는 AI 코딩의 무분별한 수용을 거부하며 자신의 가치를 지키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HackerRank 등 초기 필터링 도구들이 AI를 이용한
코딩 테스트 결과만으로 지원자의 실제 구현 능력을 온전히 가려낼 수 있을까. Coderpad(기술 면접 플랫폼)와 HackerRank(코딩 평가 도구) 같은 초기 필터링 도구들은 시험 중 화면을 잠가 외부 API 레퍼런스 접근을 원천 차단하는 방식을 쓴다. 하지만 응시자가 별도의 휴대폰을 이용해 AI의 도움을 받는 부정행위에는 대응 수단이 없다. 화면 잠금이라는 장치가 모바일 기기를 통한 외부 AI 접속이라는 경로를 막지 못하면서 초기 필터링 시스템의 실효성이 낮아졌다.
기업들은 무력화된 필터를 대신해 키워드 중심의 이력서 스크리닝과 AI 토큰 할당량(AI 모델이 처리하는 텍스트의 기본 단위) 요구 등으로 진입 장벽을 높이고 있다. 특정 핵심 키워드가 포함되지 않은 이력서는 기계적으로 배제되며, 구직자에게는 과도한 수준의 과제 수행과 토큰 소진 할당량을 채우라는 요구가 강요된다. 이는 단순한 검증을 넘어 통과 자체가 극도로 어려워진 시스템의 구축으로 이어졌다.
정석대로 규칙을 준수하며 준비한 지원자가 오히려 시스템의 필터에 걸러져 탈락하는 구조적 모순이 나타난다. AI 도구로 필터를 우회하는 이들과 경쟁해야 하는 주니어 엔지니어들에게 구직 과정은 끝없는 헛수고를 반복하는 시지프스적 과제가 됐다. 기술적 검증 도구가 AI의 등장 이후 오히려 시장 진입의 난이도만 높이는 결과로 돌아온 셈이다.
확인해야 할 핵심 지점
HackerRank(해커랭크, 코딩 테스트 플랫폼) 같은 도구로 알고리즘 문제를 풀거나 이력서에 특정 키워드를 배치해 필터를 통과하려는 시도는 이제 취업 시장의 상식이 됐다. 하지만 AI가 채용 시장의 부정적인 측면을 증폭시키면서 정직하게 규칙을 지키는 지원자가 오히려 불리해지는 환경이 조성되었다. AI 도구를 이용해 채용 필터링 시스템을 무력화하는 사례가 늘어났고, 이로 인해 원칙을 준수하는 지원자가 탈락하는 모순이 심화됐다. 정직하게 시험에 임하는 이들이 AI를 활용해 편법을 쓰는 이들에게 밀려나는 최악의 채용 시장이 만들어진 셈이다.
대학을 갓 졸업한 신입 개발자들은 기업이 진입 경로를 완전히 차단하는 사다리 걷어차기 상황에 직면했다. AI가 주니어 수준의 업무를 빠르게 대체하면서 기업이 신입을 채용해야 할 필요성이 급격히 낮아졌다. 신입이 실무를 배우며 성장할 수 있는 최소한의 진입 경로마저 사라진 것이다. 이 과정에서 Anthropic(앤스로픽, AI 모델 개발사)과 같은 AI 기술이 주니어 개발자의 필요성 자체를 완전히 없애주길 기대하는 반응까지 나오고 있다. AI가 신입의 진입 장벽을 높이는 동시에 시장 수요까지 감소시키며 주니어 엔지니어의 시장 진입 난이도를 극단적으로 높였다.
해커랭크의 알고리즘 문제 풀이나 키워드 중심의 이력서 최적화는 이제 취업 시장의 상식이 됐다. 하지만 AI 도구가 채용 필터를 무력화하며 규칙을 준수하는 지원자가 오히려 탈락하는 구조적 모순이 심화됐다. 코더패드 같은 화면 잠금 기반 필터링 시스템조차 모바일 AI의 우회 방식 앞에서는 무력해진 상태다.
결국 AI 시대의 채용 필터링은 실력 검증이 아닌 우회 능력의 시험장으로 변질됐다. 이제 주니어 엔지니어의 생존은 AI가 흉내 낼 수 없는 구현 능력의 실체를 어떤 방식으로 증명하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