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작성한 코드는 AI 생성 코드보다 제작 시간이 훨씬 오래

177줄의 코드를 직접 짜는 일은 AI가 만드는 것보다 50배나 더 많은 시간이 걸린다. 하지만 이 느린 과정은 AI가 순식간에 뱉어낸 결과물보다 훨씬 큰 자부심을 남긴다. AI가 단순한 도구를 넘어 대리 제작자의 역할을 수행하면서, 개발자가 느끼는 성취감의 본질이 제작에서 관리로 이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Google Sheets CSV 엔드포인트(데이터를 주고받는 통로)를 활용해 스페인어 학습 시스템을 직접 구현했다. JavaScript 112줄, CSS 33줄, HTML 32줄을 합쳐 총 177줄의 코드를 하나하나 입력하며 시스템을 완성했다. Claude(클로드, 앤스로픽의 AI 모델)가 작성했다면 훨씬 빠르게 끝났을 작업이지만, 직접 쓴 코드는 그 어떤 AI 생성물보다 깊은 만족감을 줬다.

AI는 이와 대조적으로 복잡한 창작물을 매우 빠르게 만들어낸다. 전투 장면이 담긴 SF 소설 'The Vorrkai Interval'이나 파스텔 색상의 목판화 'Mirrors of the Machine' 같은 결과물을 순식간에 생성했다. Rust(러스트, 성능과 안전성이 높은 프로그래밍 언어)와 Ratatui(라타투이, 터미널용 UI 라이브러리)를 사용해 UI와 로직을 분리한 TUI(텍스트 기반 사용자 인터페이스) 어드벤처 로그라이크 코드까지 구현했다.

기술이 실제로 작동하는 방식

프롬프트 작성에는 비전, 판단, 소통이라는 기술적 비용이 투입되지만, 이는 직접 제작하는 노력과는 성격이 다르다. 결과물을 직접 깎아 만드는 숙련도보다 내가 원하는 것을 정확하게 요청하는 능력이 더 중요하게 작용한다. 단순히 명령어를 입력하는 것이 아니라, 최종 결과물의 모습과 품질을 결정하는 판단력이 개입하기 때문이다. 제작자가 직접 손을 움직여 구현하는 행위보다, 어떤 결과가 나와야 하는지 정의하고 이를 전달하는 관리 역량이 핵심이 된다. 원하는 바를 구체적으로 지시해 타인이 만들게 하는 능력 자체가 하나의 중요한 기술적 요소로 자리 잡았다.

컴파일러(개발자가 쓴 코드를 컴퓨터가 이해하는 기계어로 바꿔주는 프로그램)나 어셈블러는 수학적으로 정밀한 변환을 수행하는 도구다. 망치처럼 정해진 규칙대로만 움직이기에 사용자는 이를 자신의 완벽한 소유물로 인식한다. 하지만 AI는 부정확한 인간의 언어를 이해하고 그에 맞춰 응답하는 특성이 있다. 사용자는 AI를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지시를 수행하는 부하 직원처럼 느끼게 된다. 인간 언어라는 유연한 매개체를 통해 소통하면서, 도구와 대리 제작자의 경계가 흐려지는 현상이 나타난다.

생성형 AI를 통한 결과물 완성은 직접 제작할 때보다 개인적

프로젝트를 단순히 완성하는 것과 내 손으로 직접 만드는 것은 느끼는 충족감의 크기에서 갈린다. 요청한 사람과 실제 제작 주체가 다르면 내가 만들었다는 성취감을 얻기 어렵다. 단순히 결과물을 끝냈다는 사실이 직접 제작했을 때 느끼는 깊은 개인적 만족감을 그대로 대체하지 못하며, 두 경험 사이의 경계 또한 명확히 규정하기 어렵다.

한 땀 한 땀 코드를 직접 짜던 장인정신과 저수준 문제 해결(컴퓨터가 이해하는 아주 세밀한 단위의 오류를 잡는 일)에서 오던 재미는 줄어든다. 대신 LLM(거대언어모델, 방대한 데이터를 학습해 인간처럼 글을 쓰는 AI)을 통해 고수준 문제 해결(전체적인 설계나 논리 구조를 짜는 일) 능력을 키우고, 그동안 미뤄 둔 프로젝트를 빠르게 완성하며 새로운 재미를 얻는다.

결과물을 내가 만들었다고 말할 수 있는 기준은 지시(Request)와 구현(Implementation)의 분리 여부에 있다. 도구인 망치나 컴파일러(작성한 코드를 컴퓨터가 실행할 수 있게 바꾸는 프로그램)를 쓴 것과 대리 제작자인 AI를 쓴 것을 구분하는 것이 제작 주체성을 판단하는 핵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