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오후, 실리콘밸리의 한 카페. 노트북 화면 속 코딩 에이전트가 수백 줄의 코드를 순식간에 작성하고, 개발자는 '승인' 버튼만 누른다. 옆 테이블의 분석가는 AI가 요약한 리포트를 훑으며 커피를 마신다. 도구의 도움으로 업무 시간이 줄어든 것처럼 보이는 광경이다.
이 장면 뒤에는 인간의 노동 수요 자체가 사라지는 '죽은 경제 이론(The Dead Economy Theory)'이 적용된다. 단순히 업무를 돕는 '코파일럿'이라는 수식어는 기업이 비용 센터인 인간을 제거하려는 재무적 모델을 가리는 완곡한 표현이다. AI 기업들의 천문학적인 기업가치는 글로벌 노동 시장의 대규모 대체 없이는 정당화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제 논의는 AI가 콘텐츠를 오염시키는 '죽은 인터넷'을 넘어, 인간이 경제적 레버리지를 잃어버리는 실물 경제의 위기로 확장된다.
OpenAI의 8,000억 달러 밸류에이션과 '노동 대체' 모델
8,000억 달러 이상의 기업가치가 OpenAI라는 이름 뒤에 붙었다. 이미 수천억 달러 규모로 투입된 AI 인프라 투자는 향후 10년 내 조 단위로 늘어날 전망이다. 앤스로픽(Anthropic) 역시 연간 흑자를 낸 적이 없으나 비슷한 고평가 영역에 놓여 있다. AI 에이전트가 분석가 10명의 역할을 수행한다는 투자자 프레젠테이션은 인간 노동 비용의 제거를 전제로 설계되었다. AI가 단순한 문서 자동완성이나 메모 생산 도구에 머문다면 이 기업들은 자본주의 역사상 가장 고평가된 자산이 된다.
GDPVal 벤치마크는 부동산 브로커부터 뉴스 애널리스트까지 44개 직업의 성능을 측정한다. AI Productivity Index는 투자은행 어소시에이트, 경영 컨설턴트, 대형 로펌 어소시에이트, 1차 진료 의사 등 4개 전문직 역할을 구체적인 평가 대상으로 삼는다. OpenAI의 평가 리드는 모델이 인간 전문가 대비 80% 이상의 승률을 달성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에 합류한 전직 은행원은 과거 자신이 수행하던 업무 중 모델이 처리할 수 있는 범위가 계속 확장되는 점을 확인했다. 기업들은 자체 벤치마크를 통해 전문 인력의 직접적인 대체 가능성을 수치로 입증하고 있다.
잭 도시는 지난 3월 AI 코딩 에이전트 도입을 이유로 블록(Block) 직원의 거의 절반을 해고했다. 이 발표 직후 시간외 거래에서 주가는 25% 급등했다. 시장은 인건비를 제거해 얻은 비용 절감을 주주에게 전달되는 즉각적인 가치로 평가했다. 기업이 AI로 인력을 대체해 비용을 낮추면 마진이 확대되고 주가가 오르는 단계가 형성된다. 투자자들은 생산성 향상보다 인건비라는 비용 항목의 완전한 삭제가 가져올 재무적 이득에 더 큰 가치를 둔다.
'AI 해고 함정(Layoff Trap)'과 인지 노동의 붕괴 구조
기업이 완벽하지 않은 도구를 도입하면서까지 인력을 줄이는 이유는 'AI 해고 함정(AI Layoff Trap)' 때문이다. 펜실베이니아 대학 와튼 스쿨의 브렛 헤멘웨이 포크와 게리 초칼라스는 자동화 기업이 해고를 통해 즉각적인 비용 절감을 누리는 반면, 그로 인해 발생하는 소비자 수요 붕괴 비용은 시장 전체로 분산된다고 분석했다. 20개 경쟁사가 존재하는 시장에서 한 기업이 자동화를 단행하면, 해당 기업은 자신이 파괴한 수요의 20분의 1만 부담하고 나머지 19분의 20은 경쟁사가 떠안는다. 개별 기업은 경쟁사보다 빠르게 자동화할 때 이익이 크기에 경쟁적으로 인력을 감축하는 군비 경쟁에 돌입한다.
과거의 기술 전환은 수십 년의 완충 지대를 가졌다. 미국 농업 고용 비중이 90%에서 2%로 급감하는 데 140년이 걸렸으며, 산업혁명 당시 대체된 노동자의 임금이 회복되기까지는 70년이 소요됐다. 반면 전 국가경제위원회 부국장 바라트 라마무르티는 이번 인지 노동의 전환이 2년 안에 완료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수천억 달러 규모의 인프라 투자가 집행된 상황에서 기업들은 빠른 도입을 통해 매출을 증명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는다. 19세기 말 내연기관 도입 후 60년 만에 미국 말 개체수가 88% 붕괴한 사례처럼, 인간 노동 역시 경제적 가치가 낮아지면 빠르게 대체된다.
생산성 향상이 미미해도 고용 붕괴는 일어날 수 있다. 다론 아세모글루는 향후 10년간 AI가 전체 생산성에 미치는 영향이 0.66%에 불과할 것으로 추정하며, 이를 '소소 자동화(So-so automation)'라고 불렀다. 기업들이 분기별 인센티브와 주가 압박에 밀려 이 수준의 AI를 공격적으로 배치하면 실업률 증가와 구매력 저하라는 사회적 비용이 발생한다. 2025년 조사에서 기업의 90% 이상이 대규모 투자에도 고용이나 생산성에 측정 가능한 영향이 없다고 보고한 수치는 홍보와 실제 성능 사이의 간극을 보여준다.
생산성 향상이 임금 상승으로 이어지지 않는 현상이 나타나며 노동의 레버리지가 소멸했다. 경제의 동력은 이제 인간의 노동력이 아닌 기술 자본의 소유 여부로 이동한다.
노동을 통한 계층 이동의 사다리는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다. 기술 자본을 소유한 주체가 부를 독점하는 구조로 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