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cts
15억 달러 규모의 저작권 합의 과정에서 앤스로픽(Anthropic)이 극비리에 추진한 '프로젝트 파나마(Project Panama)'의 실체가 드러났다. 2024년 초에 시작된 이 프로젝트의 핵심은 수천만 달러의 예산을 투입해 수백만 권의 종이책을 매입하고, 이를 디지털로 스캔하여 클로드(Claude) LLM 학습에 활용한 뒤 원본 책을 모두 파기하는 것이었다.
중개인을 통해 중고 서적을 대량으로 확보하는 방식이 사용됐다. 특히 2022년 이전의 기록, 즉 AI가 생성한 콘텐츠가 섞이지 않은 '기계가 손대지 않은(untouched by machines)' 데이터를 확보하는 데 집중했다. 이 과정에서 물리적 도서라는 지식의 매개체가 디지털 데이터로 전환된 후 사라지는 결과가 초래됐다.
이러한 움직임에 대응해 세계 최대의 그림자 도서관인 안나의 아카이브(Anna’s Archive)는 전 세계 자원봉사자들에게 도서관과 아카이브의 희귀 서적, 학술지, 신문 등을 스캔해 업로드해달라고 요청했다. AI 기업들이 물리적 책을 파괴함으로써 디지털 복제본을 독점하는 상황을 막고, 인류의 지식 자산을 공공 영역에 보존하겠다는 취지다.
market-flow
데이터 확보 경쟁의 축이 웹 스크래핑에서 물리적 자산 매입으로 이동하고 있다. 2025년 초부터 새롭게 발행되는 인터넷 콘텐츠의 절반 이상이 AI 생성 콘텐츠로 채워지면서, 모델의 성능을 높이기 위한 '순수 인간 작성 데이터'의 희소성이 극대화됐다. AI 기업 입장에서 2022년 이전의 종이책은 오염되지 않은 고품질의 학습 재료가 된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투자와 채택의 논리가 '접근성'에서 '독점'으로 변했다는 것이다. 과거의 데이터 확보가 공개된 웹 데이터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처리하느냐의 문제였다면, 이제는 물리적 실체를 매입해 디지털화한 뒤 원본을 없앰으로써 해당 지식의 유일한 디지털 소유권을 갖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이는 기업의 서버 내에 지식을 영구적으로 가두는 결과로 이어진다.
법적 허용 범위와 윤리적 논란 사이의 간극도 경쟁의 변수로 작용한다. 물리적 책을 구매해 소유권을 가진 뒤 이를 파기하는 행위는 현재 법적으로 제재하기 어렵다. 하지만 이는 공공 도메인의 지식 자원을 사유화한다는 점에서 강력한 사회적 반발을 불러일으키고 있으며, 결과적으로 그림자 도서관과 같은 대안적 보존 체계의 확산을 가속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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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실무자와 기업이 관찰해야 할 신호는 '데이터의 물리적 희소성'이 가져올 비용 상승과 리스크다. 웹상의 데이터가 AI 생성물로 오염되는 '모델 붕괴(Model Collapse)' 리스크가 현실화되면서, 검증된 인간의 기록을 가진 물리적 아카이브의 가치가 급등하고 있다. 앞으로 고성능 모델 개발을 위한 데이터 소싱 비용은 단순한 API 이용료나 라이선스 비용을 넘어, 물리적 자산 매입 비용까지 포함하는 구조로 확장될 가능성이 크다.
또한, 데이터 확보 과정에서의 윤리적 리스크가 브랜드 이미지와 규제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판단해야 한다. 앤스로픽의 사례처럼 '지식의 독점'이나 '문화유산 파괴'라는 프레임이 씌워질 경우, 이는 단순한 저작권 분쟁을 넘어 사회적 책임(CSR) 문제로 확산될 수 있다.
결국 개발자와 기업은 학습 데이터의 출처를 명확히 하고, 데이터 확보 과정이 공공의 지식 생태계를 파괴하지 않는지 검토하는 기준을 세워야 한다. 특히 2022년 이전의 고품질 텍스트 데이터 확보 전략을 세울 때, 법적 정당성뿐만 아니라 데이터의 지속 가능성과 공공성이라는 새로운 평가 축을 고려해야 할 시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