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금과 참여 투자자가 보여주는 신호
원하는 제품을 얻기 위해 낯선 이들과 돈을 모으는 경험은 이제 흔한 일이다. 하지만 이제는 사람이 아닌 인공지능의 연산 비용을 대기 위해 자금을 모으는 시도가 시작됐다. FablePool은 후원자들이 하나의 야심 찬 인스트럭션(AI에게 내리는 구체적인 지시어)에 자금을 모으면 AI 에이전트인 Fable(목표 달성을 위해 스스로 계획을 세우고 실행하는 AI)이 작업을 수행하는 크라우드펀딩형 빌드 플랫폼이다. 단순한 결과물 구매가 아니라 AI가 소프트웨어를 구축하는 과정 자체에 투자하는 구조다.
운영 방식은 킥스타터(Kickstarter, 대중에게 자금을 조달받는 서비스)와 유사하지만, 실제 제품을 만드는 빌더가 AI라는 점이 결정적인 차이다. 후원금이 모이면 Fable이 거대한 목표를 작은 단계로 나누어 수행하며, 이 모든 과정은 공개적으로 공유된다. 특히 자금의 유입과 지출 내역이 기록된 장부가 투명하게 드러난다. 어떤 단계에서 얼마만큼의 리소스가 소모되었는지 누구나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어 AI 빌드의 투명성을 확보한다.
모든 빌드 작업은 Anthropic의 최신 모델인 Claude Fable 5를 기반으로 실행된다. AI가 도출한 최종 산출물은 MIT 라이선스(누구나 자유롭게 사용하고 수정할 수 있게 허용하는 소프트웨어 이용 규칙)를 통해 오픈소스로 공개된다. 자금을 낸 후원자와 그렇지 않은 비후원자 모두 결과물에 대해 동일한 권리를 가진다. 특정 소수가 독점하는 것이 아니라, AI가 만든 결과물을 공동체 전체가 공유하는 리소스 관리 모델을 지향한다.
기술이 실제로 작동하는 방식
보통 소프트웨어 개발비는 통째로 계약하지만 여기서는 AI가 쓰는 글자 수만큼만 돈을 낸다. 킥스타터나 텀블벅처럼 후원자들이 자금을 모으면 AI 에이전트인 Fable(특정 임무를 수행하는 AI 프로그램)이 단계별 마일스톤을 실행하고 전 과정을 공개한다. 사용자가 오픈소스 Terminal 구축 같은 거대한 요청서를 올리면 AI가 이를 작은 마일스톤으로 쪼개고, 각 마일스톤에는 토큰, 즉 AI가 처리하는 최소 텍스트 단위 기반으로 가격을 책정한다. 후원금이 모여 해당 마일스톤의 예산 풀이 채워지면 AI가 작업을 수행하고 그 산출물을 즉시 게시한다. 큰 목표를 잘게 나누어 필요한 만큼의 비용만 그때그때 조달하는 방식이다.
돈이 어떻게 쓰이는지는 모두가 볼 수 있는 장부에 기록된다. 자금 유입과 토큰 지출, 산출물을 추적하는 복식부기 장부를 사용한다. 복식부기는 모든 거래를 두 번 기록해 오류를 잡는 회계 방식이다. 이 장부는 기존 내용을 수정할 수 없고 오직 새로운 기록만 추가하는 append-only 방식으로 운영된다. 빌드 로그와 자금 흐름은 비공개할 수 없으며, 프로젝트 페이지를 통해 모금액과 마일스톤 비용, 산출물을 투명하게 표시한다. 수정이 아니라 새로운 줄을 계속 추가하며 모든 기록을 쌓아 올리는 구조다. AI 기반의 오픈소스 개발 비용을 어떻게 산정하고 리소스를 관리하는지 확인할 수 있는 모델이다.
투자금과 참여 투자자가 보여주는 신호, 추가 쟁점
평소 온라인 서비스에서 결제할 때 미리 금액을 충전해두고 쓰는 방식은 익숙하다. FablePool(AI 에이전트 기반 오픈소스 개발 플랫폼)의 후원 방식도 이와 비슷하다. 사용자는 1크레딧당 정가 추론 기준 0.01달러의 가치를 가진 선불 크레딧을 구매한 뒤, 이를 특정 프로젝트 풀에 적용해 후원금을 보낸다. 구매한 크레딧은 FablePool 내에서만 사용할 수 있다. 프로젝트가 실제로 가동되기 위해서는 펀딩 목표 합계가 최소 100달러 이상이어야 한다는 조건이 붙는다. 추천을 뜻하는 업보트는 무료로 제공되며 프로젝트 순위를 결정하는 용도로만 사용될 뿐 실제 자금 이동은 전혀 발생하지 않는다. 단순한 관심과 실제 자금 지원을 엄격히 구분해 프로젝트의 실행 가능성을 사전에 검증하는 장치다.
작업 도중 예상치 못한 오류로 진행이 멈추는 상황은 개발 현장에서 흔히 일어난다. FablePool에서는 마일스톤(단계별 목표) 수행 중에 중단 상태가 발생하면 지출이 즉시 자동으로 정지된다. 이때 마일스톤이 시작되었으나 아직 토큰 구매 등에 지출되지 않고 남아 있던 풀 크레딧은 사용자의 크레딧 잔액으로 다시 반환된다. 이미 토큰 구매에 사용해버린 크레딧은 소멸하지만, 장부에는 그 사용처가 명확히 기록되어 자금의 행방을 누구나 확인할 수 있다. 미지출 풀은 그대로 남고 장부가 나머지 자금의 흐름을 표시하는 구조다. AI 에이전트가 리소스를 낭비하지 않도록 지출 경로를 투명하게 관리하고 투자자의 손실을 최소화하는 리소스 관리 모델이다.
킥스타터나 텀블벅처럼 돈을 모으는 방식은 같지만, 실행 주체가 AI 에이전트라는 점이 다르다. 거대한 작업 지시서를 토큰이라는 글자 단위 가격으로 쪼개고, 이를 복식부기 장부로 기록해 지출을 투명하게 공개한다.
결국 핵심은 AI가 투입하는 리소스를 어떻게 측정하고 비용을 산정하느냐에 있다. AI 기반 오픈소스 개발의 비용 산정 방식과 리소스 관리 모델이 투명하게 작동하는지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이 실험의 가치는 충분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