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f you automate 90% of the job, then everyone does the 10% of the job," 앤스로픽(Anthropic)의 CEO 다리오 아모데이가 최근 자동화가 일자리를 파괴하는 것이 아니라 결과물을 증폭시키는 도구라고 정의하며 한 말이다. 한때 화이트칼라 일자리의 50%가 사라질 것이라고 주장했던 그는 이제 자동화된 10%의 업무가 전체 업무의 100%로 확장되어 생산성을 10배 높일 것이라고 전망한다.
이러한 입장 변화는 비단 아모데이뿐만이 아니다. OpenAI의 샘 올트먼 역시 최근 인터뷰에서 AI의 경제적 영향에 대해 자신이 "상당히 틀렸다(pretty wrong)"고 인정했다. 2025년 6월까지만 해도 진입 레벨(entry-level)의 화이트칼라 직군이 심각한 위험에 처해 있다고 경고했던 인물들이 불과 1년 만에 말을 바꾼 것이다. AI가 인간의 노동을 완전히 대체할 것이라는 '일자리 종말론'을 주도했던 빅테크 수장들이 왜 지금 시점에 입장을 수정하고 있는지 그 구체적인 근거를 살펴본다.
샘 올트먼의 '인정'과 1조 달러 가치의 IPO 준비
샘 올트먼 OpenAI 최고경영자가 자신의 슬랙(Slack)과 이메일 응답 권한을 AI에 위임했다가 다시 수동 응답 방식으로 복귀했다. 인간 상호작용이 가지는 고유한 가치를 직접 체감하며 업무 방식을 되돌린 것이다. 그는 최근 호주 커먼웰스 은행 매트 코민 최고경영자와의 인터뷰에서 AI의 경제적 영향에 대해 자신이 상당히 틀렸다고 인정했다. 2025년 6월 당시 그는 진입 레벨의 일자리들이 심각한 위험에 처해 있다고 경고했으나, 실제 시장에서 벌어진 일은 예측과 달랐다. 올트먼은 당시의 경고가 과도한 공포를 조성했다는 비판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위험을 미리 알리는 것이 낫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제는 일자리 대체 속도가 예상보다 느리다는 사실을 공식적으로 받아들였다.
기업의 시장 가치는 이러한 고용 시장의 혼란과 별개로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OpenAI와 앤스로픽(Anthropic)은 올해 각각 기업가치 1조 달러 규모의 기업공개(IPO)를 준비하고 있다. 기술의 확장성과 잠재력에 대한 자본 시장의 평가가 극대화된 결과다. 반면 실제 테크 업계의 고용 지표는 냉혹한 수치를 보여준다. 2026년 5월까지 집계된 테크 업계 해고 인원은 115,000명을 넘어섰다. 이는 2025년 한 해 동안 발생한 전체 해고 인원인 124,000명에 거의 근접한 수치다. 불과 5개월 만에 지난 1년 치의 해고 규모에 육박하는 인원이 일터를 떠났다.
메타와 아마존, 스냅 같은 기업들은 이번 대규모 해고의 주요 동인으로 AI 도입을 명시했다. AI가 특정 업무를 대체하며 인력 효율화를 가속한 사례다. 그러나 올트먼은 개인적인 실험을 통해 AI가 대체할 수 없는 영역의 경계를 다시 확인했다. 그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상호작용은 조만간 AI에 외주를 줄 수 있는 성격의 것이 아니라고 말했다. 이 경험은 그가 가졌던 일자리 전망을 수정하게 만든 결정적 계기가 됐다. 자본 시장은 1조 달러라는 상징적인 숫자로 기술의 승리를 예견하지만, 정작 기술을 만드는 수장조차 인간의 개입이 필수적인 지점을 다시 발견하고 있다. AI가 업무의 일부를 빠르게 앗아가고 있음에도, 전체적인 직무 구조를 무너뜨리는 속도는 실무 차원에서 제동이 걸린 상태다.
'제본스의 역설'과 데이터 센터가 만든 20만 개의 일자리
기술 도입이 곧 일자리 감소로 직결될 것이라는 공포는 과거의 기술 혁신 사례와 경제적 지표 앞에서 매번 다른 양상을 보였다. 골드만삭스(Goldman Sachs)의 CEO 데이비드 솔로몬은 1900년대의 전력화와 1990년대 디지털 혁명 당시에도 비슷한 우려가 존재했으나, 결과적으로 미국 민간 고용은 1962년 이후 145% 증가했다고 지적한다. 단순히 효율성이 높아지면 노동 수요가 줄어들 것이라는 가정과 달리, 실제 시장은 기술을 통해 생산성을 높이고 그만큼 더 많은 서비스를 창출하는 방향으로 움직였다. 이러한 흐름은 데이터 센터 건설 현장에서도 구체적으로 확인된다. 2022년 이후 데이터 센터를 짓는 과정에서만 약 20만 개의 신규 일자리가 추가로 발생했다는 사실은 기술 인프라 확장이 고용 창출의 동력이 되고 있음을 방증한다.
이러한 현상을 설명하는 핵심 경제학 개념은 제본스의 역설(Jevons paradox)이다. 이는 기술 효율성이 향상되어 특정 자원이나 서비스의 비용이 낮아지면, 오히려 해당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여 결과적으로는 자원 소비와 노동 수요가 늘어나는 현상을 말한다. 앤스로픽(Anthropic)의 CEO 다리오 아모데이와 아폴로(Apollo)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토스텐 슬록은 바로 이 지점에 주목한다. 실제로 AI 도입 이후에도 콜센터 직원이나 방사선 전문의와 같이 자동화에 취약할 것으로 예상되었던 직군들의 고용은 유지되거나 오히려 증가하는 추세를 보인다. 낮은 비용으로 더 많은 고객을 응대하고 더 넓은 시장에 접근할 수 있게 되면서, 기술이 산업의 규모를 키우는 촉매제가 된 것이다.
실제 노동 시장의 데이터 역시 이러한 낙관적 전망을 뒷받침한다. 예일 예산 연구소(Yale Budget Lab)의 분석에 따르면, 2022년 말 ChatGPT가 출시된 이후 AI 노출도가 높은 직종들에서 직업 구성이나 실업 기간에 유의미한 변화는 발견되지 않았다. 박스(Box)의 CEO 아론 레비 또한 효율성이 높아져 서비스 가격이 저렴해지면, 기업은 해당 가치를 더 많은 곳에 제공하려 하기 때문에 노동 수요는 결코 줄어들지 않는다고 설명한다. 기술이 업무의 90%를 자동화한다면 나머지 10%의 업무가 100%의 비중으로 확장되어 생산성을 10배로 끌어올리는 구조가 형성되는 셈이다. 결국 기술은 인간의 업무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수행하는 작업의 범위를 확장하고 생산의 단위를 재편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OpenAI와 앤스로픽의 수장들이 과거의 일자리 종말론을 공식적으로 철회했다. AI가 단순한 대화형 인터페이스를 넘어 실질적인 업무 수행 능력을 갖춘 에이전트로 진화하며, 완전한 대체보다는 인간과의 협업을 통한 생산성 향상이 더 현실적인 경로임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기술의 지향점이 파괴적 대체에서 도구적 보완으로 이동하고 있다. 결국 AI가 결정하는 것은 일자리의 유무가 아니라 업무의 성격과 가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