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
하버드 케네디 스쿨(Harvard Kennedy School) 정치연구소의 2025년 설문조사에서 대학생들이 인공지능(AI)을 자신의 취업 전망에 대한 위협으로 간주한다고 답한 비율이다. 졸업장을 받기도 전에 10명 중 7명이 자신의 미래가 기계에 의해 대체될 수 있다는 공포를 실질적인 수치로 체감하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 이러한 불안감은 단순한 설문 수치를 넘어 실제 대학 졸업식 현장에서의 집단적인 야유와 거부 반응으로 표출되고 있다. 최근 미국 내 여러 대학의 졸업식에서 AI의 가능성을 역설한 연사들이 학생들로부터 거센 야유를 받는 상황이 반복적으로 발생했다. 구글(Google) 전 CEO 에릭 슈미트(Eric Schmidt)는 약 1만 명의 애리조나 대학교 졸업생들 앞에서 AI가 모든 직업과 관계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주장했으나, 돌아온 것은 환호가 아닌 야유였다. 학생들은 AI 사용을 금지하고 처벌하는 학내 분위기와 정반대로 AI의 챔피언을 연사로 초청한 학교 측의 태도를 공감 능력 부족이라고 비판한다.
에릭 슈미트와 3개 대학 연사들이 직면한 집단 야유 상황
에릭 슈미트 전 구글(Google) 최고경영자가 애리조나 대학교 졸업식에서 약 10,000명의 학생을 대상으로 연설하던 중 집단 야유를 받았다. 그는 인공지능(AI)이 모든 직업과 강의실, 병원과 실험실, 그리고 모든 인간관계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청중석에서는 즉각적인 야유가 터져 나왔다. 슈미트는 기계가 등장하고 일자리가 증발한다는 세대적 공포를 이해한다고 답했으나 분위기를 반전시키지는 못했다. 졸업생인 올리비아 말론은 학교에서 AI 사용을 금지하고 이를 어길 시 불이익을 주는 상황에서 AI의 옹호론자가 연사로 나선 것은 학생들에 대한 무례한 처사라고 비판했다.
유사한 거부 반응은 다른 대학에서도 동일하게 관찰되었다. 센트럴 플로리다 대학교에서는 타비스톡 개발 회사(Tavistock Development Company, 부동산 개발 기업)의 전략 제휴 부사장인 글로리아 콜필드가 AI를 다음 산업 혁명이라고 정의하자 야유가 쏟아졌다. 콜필드는 당황하며 상황을 물었으나 AI 능력이 손안에 있다는 추가 발언에 더욱 강한 야유가 이어졌다. 반면 미들 테네시 주립 대학교에서는 빅 머신 레코드(Big Machine Records, 음반사)의 CEO 스콧 보르체타가 AI의 음악 산업 재편을 언급하며 이를 도구로 활용해 대처하라고 조언했으나 역시 야유에 직면했다. 마켓 대학교의 경우 학생들의 반대 청원에도 불구하고 어도비(Adobe)의 AI 전도사이자 슈퍼휴먼 이노베이션(Superhuman Innovation)의 저자인 크리스 더피가 연단에 올랐으나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이러한 현상은 단순한 감정적 대응이 아니라 수치화된 불안에 근거한다. 하버드 케네디 스쿨(Harvard Kennedy School)이 2025년에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대학생의 70%가 AI를 취업의 직접적인 위협으로 인식하고 있다. 업계 리더들은 AI를 혁신과 도구의 관점에서 접근하지만, 졸업생들은 이를 생존권의 문제로 받아들이는 대조적인 시각을 보인다. 특히 22세에서 27세 사이 대학 졸업생의 실업률이 12년 만에 최고 수준에 도달한 경제적 상황이 맞물리며 AI에 대한 적대감이 구체적인 실체로 드러났다. 마켓 대학교 졸업생 사미 와고는 많은 채용 공고가 AI와의 협업 능력을 요구하지만 정작 수업 시간에는 AI 사용이 금지되었던 모순적 상황이 불안을 가중시킨다고 지적했다.
AI 활용 금지 교육과 'AI 협업' 요구라는 취업 시장의 모순
학교 현장에서는 AI 사용을 금지하고 이를 어길 시 처벌하는 규정이 작동한다. 그러나 정작 졸업식 연단에는 AI 옹호론자들이 초청되는 모순이 발생한다. 애리조나 대학교 졸업생 올리비아 말론은 학생들이 AI 사용으로 인해 불이익을 받는 환경에서 AI의 챔피언을 연사로 세운 학교의 결정이 학생들에 대한 존중이 결여된 처사라고 지적한다. 교육 기관이 기술의 위험성을 이유로 통제와 규제에 집중하는 사이, 정작 공식적인 행사에서는 기술의 낙관론을 전파하는 괴리가 나타나는 지점이다.
이러한 교육 현장의 폐쇄성은 취업 시장의 요구 사항과 정면으로 충돌한다. 디지털 미디어 전공 후 광고학을 부전공한 마켓 쿼티 대학교 졸업생 사미 와르고는 약 30곳의 기업에 지원했으나 모두 낙방한 경험이 있다. 주목할 점은 채용 공고의 요구 사항이다. 다수의 기업이 AI와의 협업 능력을 필수 역량으로 명시하고 있으나, 정작 대학 수업 과정에서는 AI 사용이 엄격히 금지되어 있었다. 구직자는 시장이 요구하는 AI 협업 능력이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는지 학습할 기회를 박탈당한 채 실전 시장에 던져진 셈이다. 교육 과정의 규제가 실무 역량 습득의 진입 장벽으로 작용하는 구조적 모순이 확인된다.
기술 활용도와 심리적 지표 사이의 불일치 또한 심화되고 있다. 갤럽(Gallup)의 조사에 따르면 14세에서 29세 사이의 Z세대 중 약 절반이 AI를 매일 또는 매주 사용하고 있다. 실제 사용률은 높게 유지되고 있으나, 정서적 반응은 정반대 방향으로 흐른다. 1년 전과 비교했을 때 AI 기술에 대한 분노는 증가한 반면, 희망과 기대감은 감소하는 추세다. 이는 AI를 도구로서 활용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가져올 고용 불안과 교육 체계의 부조화가 사용자들에게 심리적 압박으로 작용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학생들은 학교의 금지와 기업의 요구라는 양극단의 메시지 사이에서 심각한 인지 부조화를 겪는다. 교육 기관은 학문적 정직성을 이유로 AI를 배제하고 처벌하는 방식을 고수하지만, 산업계는 생산성 향상을 위해 AI 숙련도를 기본 전제로 요구한다. 반면 학교는 이러한 간극을 메울 실질적인 커리큘럼을 제시하는 대신 외부 연사의 강연이라는 일회성 이벤트로 대응하며 상황을 모면하려 한다. 학습자가 체감하는 현실은 AI를 체계적으로 다루는 법을 배우지 못한 상태에서 AI에 의해 대체될 수 있다는 공포와, 정작 AI를 다루지 못해 채용 시장에서 탈락한다는 무력감이 공존하는 상태다.
12년 만의 최악 고용 지표와 AI 공포의 결합
22세에서 27세 사이의 대학 졸업생 실업률이 최근 12년 만에 최고 수준에 도달했다. 졸업식장은 이제 축하의 장소가 아니라 AI에 대한 적대감이 표출되는 공간으로 변했다. 여러 캠퍼스에서 AI 관련 주제가 언급될 때마다 졸업생들이 집단적으로 야유를 보내는 장면이 포착된다. 특히 대학 교육 과정에서는 AI 사용을 엄격히 금지하며 이를 어길 시 불이익을 주지만, 실제 구인 공고에서는 AI와의 협업 능력을 필수 조건으로 요구하는 모순적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이러한 괴리는 구직자로 하여금 기술적 도태에 대한 실질적인 공포를 느끼게 하며, 교육과 시장의 불일치를 심화시킨다.
반면 AI 옹호론자들은 이를 새로운 산업 혁명으로 정의하며 개인의 적응력을 강조한다. 그러나 청년층의 심리적 지표는 정반대 방향을 가리킨다. 하버드 케네디 스쿨 정치연구소의 2025년 조사에 따르면 대학생의 약 70%가 AI를 자신의 취업 전망에 대한 직접적인 위협으로 인식한다. 갤럽의 Z세대 대상 조사에서도 AI에 대한 기대감과 희망은 감소한 반면 기술에 대한 분노는 증가하는 추세가 뚜렷하다. 이들에게 AI는 효율적인 도구가 아니라 이미 결정된 미래라는 절망감과 일자리 증발이라는 실존적 불안의 근원이다.
주목할 점은 이러한 기술적 공포가 특정 인물에 대한 사회적 반감과 결합하며 냉소주의를 심화시킨다는 사실이다. 에릭 슈미트 전 구글 CEO가 애리조나 대학교 졸업식에서 AI의 확산을 역설했을 때 학생들은 집단적인 야유로 응답했다. 학생들은 그의 강연을 영감이 아닌 제미나이(Gemini, 구글의 생성형 AI 모델)를 위한 긴 광고처럼 느꼈다고 증언한다. 여기에 제프리 엡스틴(Jeffrey Epstein, 미국의 성범죄자 및 금융가) 관련 파일에 그의 이름이 언급되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반감은 극에 달했다. 기술적 대체라는 구조적 공포가 도덕적 결함이 의심되는 권력자에 대한 거부감으로 전이된 결과다.
실무 현장에서 요구하는 AI 역량과 교육 현장의 규제 사이의 간극은 청년들의 무력감을 증폭시킨다. 마케트 대학교의 사례처럼 AI 전문가를 연사로 초청하는 것에 반대하는 학생 청원서가 제출될 만큼 거부감은 실질적이다. 디지털 미디어 전공자 등이 수십 군데의 기업에 지원해도 AI 협업이라는 모호한 요구 조건 앞에서 구체적인 준비 방향을 잡지 못하고 좌절하는 사례가 빈번하다. AI가 모든 전문직과 병원, 실험실을 바꿀 것이라는 예측은 이제 희망적인 비전이 아니라 생존을 위협하는 경고장으로 읽힌다. 기술의 진보가 가져올 풍요보다 당장 내일의 일자리가 사라질 수 있다는 공포가 청년 세대의 지배적인 정서로 자리 잡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