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신 제어(WBC)로 확장된 휴머노이드 동작 범위
휴머노이드 로봇이 물뿌리개를 집어 맨 아래 선반의 초록색 통에 넣는 다단계 작업을 스스로 수행한다. 구글이 공개한 제미나이 로보틱스 2는 이동과 조작을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해 현실 세계의 과제를 해결하는 지능 모델이다. 기존 로봇들이 주로 상체나 팔의 움직임에 의존했다면, 이번 모델은 전신 제어(Whole-body control, 로봇의 모든 관절과 움직임을 통합 관리하는 기술)를 통해 동작 범위를 확장했다.
앱트로닉 아폴로 2(Apptronik Apollo 2) 휴머노이드에 이 기술을 적용해 걷기, 앉기, 몸 굽히기, 팔 뻗기 같은 동작을 통합적으로 제어한다. 이를 통해 로봇은 단순히 서서 팔을 움직이는 수준을 넘어, 어질러진 방을 정리하는 것처럼 전신을 활용해야 하는 환경에 대응한다.
실제 수행 과정은 지시 이해부터 물리적 이동과 정밀 조작까지 단계적으로 이어진다. 아폴로 2는 물뿌리개를 옮기라는 지시를 받으면 탁자로 이동해 물체를 집어든 뒤, 선반까지 걸어가 지정된 위치에 놓는다. 이는 미리 입력된 경로를 따라가는 반복 동작이 아니라, 목표 지점까지의 거리와 물체의 위치를 고려해 전신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계획한 결과다. 다만 로봇의 이동 속도는 향후 개선 과제로 명시되었다.
제미나이 로보틱스 2는 하드웨어 구성이 다른 여러 로봇에서도 동일한 모델 체크포인트를 사용하는 범용성을 보여준다. 로보티크 그리퍼(Robotiq gripper)를 장착한 프랑카 듀오(Franka Duo)부터 샤파웨이브(SharpaWave) 손이나 인스파이어(Inspire) 손을 가진 아폴로 2까지 다양한 형태의 로봇에서 전신 제어와 정밀 조작을 수행했다. 테스트 결과 전신 제어와 그리퍼 기반 조작에서는 높은 성공률을 달성했으나, 다지형 손가락을 활용한 정교한 조작은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
이러한 전신 동작의 물리적 구현 뒤에는 상위 수준의 추론과 하위 수준의 실행을 분리한 계층적 구조가 있다.
ER 2와 VLA의 계층적 추론 및 실행 구조
제미나이 로보틱스 ER 2는 로봇의 상위 의사결정을 전담하는 체화 추론 모델(Embodied Reasoning model)로 작동한다. 이 모델은 자연어 지시를 해석하고 주변 환경을 관찰하여 단계별 계획을 수립한다. 수립된 계획은 VLA(Vision-Language-Action, 시각 정보와 언어 지시를 로봇의 구체적인 동작 값으로 변환하는 모델)로 전달되어 실제 물리적 움직임으로 구현된다. ER 2가 전략을 결정하고 VLA가 세부 동작을 실행하는 구조를 통해 로봇은 복잡한 작업을 수행하며 실행 과정의 오류를 스스로 수정한다.
장기 작업에서도 실시간 상태 추적 능력을 통해 안정적으로 동작한다. 예를 들어 물건을 집어 올리는 과정에서 대상이 미끄러지면 이를 즉시 인지하고 다시 집어 올리는 계획을 세운다. 이러한 능력은 사전에 정의되지 않은 새로운 환경이나 갑작스럽게 변경된 목표에도 유연하게 대응하게 만든다.
네트워크 지연을 제거하기 위해 로봇 기기 내부 로컬 자원에서 직접 실행되는 '제미나이 로보틱스 온디바이스 2'가 개발되었다. 이는 최적화된 VLA 모델을 통해 시각 정보와 언어 지시를 즉각적인 동작으로 변환함으로써 반응 속도를 극대화한다. 0.1초의 지연이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산업 현장이나 가정 내 환경에서 실시간 제어 성능을 확보하기 위한 설계다.
또한 서로 다른 하드웨어 특성을 가진 로봇들이 소통하는 다중 로봇 협업 기능이 추가되었다. 각 로봇이 하나의 통합된 워크플로우를 공유하며 작업 상태와 위치 정보를 주고받는다. 상위 추론 모델인 ER 2가 협업 순서를 조율하면, 각 로봇의 VLA 모델이 자신의 기구학적 특성에 맞는 개별 동작으로 구현해 전체 공정을 완성한다.
200개 예시로 끝내는 로봇 형태 적응(Motion Transfer)
200개 미만의 예시 데이터와 단 몇 시간의 학습만으로 새로운 양팔 로봇 형태에 적응하는 동작 이전(motion transfer) 기술을 구현했다. 이는 제미나이 로보틱스 1.5의 능력을 계승하여 발전시킨 것으로, 특정 하드웨어에 종속되지 않는 범용적인 동작 제어를 가능하게 한다.
덱스메이트(Dexmate), SO101, 트로센(Trossen) 등 자유도와 센서 구성이 서로 다른 하드웨어에서 기술 안정성을 확인했다. 덱스메이트는 책장에 책을 꽂거나 식기세척기에 그릇을 넣는 작업, 마우스 클릭 동작을 수행했다. 트로센은 체스판 위 말을 옮기거나 커피잔을 다루는 동작을, SO101은 전자 부품 분류 작업을 수행했다. 각 로봇의 물리적 규격과 센서 배치가 다름에도 불구하고 동일한 수준의 작업 완수 능력을 보여주었다.
기존에는 로봇의 팔 길이 하나만 바뀌어도 모든 동작 코드를 다시 설계해야 했으나, 이제는 최소한의 예시 데이터만으로 하드웨어 간의 차이를 보정해 기술을 빠르게 전이시킨다. 이는 로봇 모델마다 개별적으로 학습시켜야 했던 비효율을 제거하고 새로운 장비 도입 시의 학습 비용을 낮춘다.
22자유도 정밀 조작과 ASIMOV-Agentic 안전 기준
제미나이 로보틱스 2는 아폴로 2 로봇의 샤파웨이브 손을 통해 5지 22자유도를 정밀하게 제어한다. 자유도란 관절이 움직일 수 있는 독립적인 방향의 수를 의미하며, 22개의 제어축을 통해 실을 꼬아 매듭을 묶거나 작은 지퍼백 입구를 잠그는 섬세한 작업을 수행한다.
프랑카 F3 듀오 로봇은 표준 2지 평행 그리퍼를 사용하여 촘촘한 포장 작업과 같은 공정을 처리한다. 평행 그리퍼는 두 개의 집게가 평행하게 움직이며 물체를 고정하는 장치로, 반복 정밀도가 높다. 제미나이 로보틱스 2는 이를 제어해 좁은 공간 내에서 물체를 정확한 위치에 배치하며, 포장 중 발생하는 미세한 위치 오차를 실시간으로 보정한다.
구글은 에이전트 안전 오케스트레이션과 불확실성 해소 능력을 평가하기 위한 ASIMOV-Agentic 벤치마크를 공개했다. 이 벤치마크는 체화된 추론 에이전트가 VLA 모델의 안전하지 않은 툴 호출(물리적 동작이나 소프트웨어 기능 실행을 위한 외부 명령어 전송)을 식별하고 거부하는 능력을 측정한다. 안전하지 않은 명령을 사전에 필터링함으로써 물리적 오작동 사고를 방지한다.
안전 시스템은 AI가 작업 성공 가능성을 예측하고, 확신이 낮을 때 사람의 개입을 선제적으로 요청하는 메커니즘을 갖췄다. 또한 작업 공간 내에 사람이 근접한 것이 감지되면 즉시 모든 동작을 멈추는 안전 정지 기능을 통해 물리적 충돌 가능성을 차단한다.
한국 AI 실무자를 위한 도입 경로 및 검증 포인트
제미나이 로보틱스 ER 2는 구글 AI 스튜디오(Google AI Studio)와 제미나이 엔터프라이즈 에이전트 플랫폼의 프라이빗 프리뷰를 통해 제공된다. VLA와 온디바이스 모델은 얼리 액세스 파트너에게만 제한적으로 공개되었다. 국내 실무자가 이를 적용하려면 구글 개발자 블로그의 구현 가이드를 확인하고 접근 권한을 신청해야 하며, 하드웨어 연산 능력과 모델 추론 속도 사이의 정합성을 맞추는 작업이 선행되어야 한다.
안전성 검증은 '제미나이 로보틱스 2: 안전 기술 보고서'의 세부 지표를 기준으로 수행한다. 구글은 엔드-투-엔드 안전성과 AI 정렬(alignment)을 위해 다층적 접근 방식을 적용했다. ER 2는 안전 제약 준수와 사람 근접성(human proximity) 벤치마크에서 높은 안전성을 기록했으며, 특히 사람의 접근을 감지해 즉시 정지시키는 동작은 산업 현장의 협업 안전 표준을 충족하기 위한 핵심 설계다.
도입 검토 시 실무자가 확인해야 할 핵심 지표는 200개 미만의 예시 데이터와 수 시간의 학습으로 실제 작업 환경에 적응 가능한가 하는 점이다. 특히 다지형 손가락을 활용한 정교한 조작의 성공률이 요구치에 부합하는지, 학습 시간이 예상 범위 내에 있는지 검증하여 기존 수동 프로그래밍 대비 실효성을 판단해야 한다.
로봇 하드웨어 변경 시 필요한 최소 학습 데이터 양과 적응 시간의 임계치를 판단하여, 200개 예시 데이터 기반의 학습 비용이 기존 수동 프로그래밍 대비 실효성이 있는지 검증하는 것이 도입의 최종 결정 기준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