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로봇 표준의 격전지가 된 중국과 차페크상의 권위

중국 안후이성 우후시 신화리엔리칭 호텔은 2026년 6월 5일 제12회 차페크상(The Capek Prize) 시상식을 개최했다. 차페크상위원회는 '로봇'이라는 용어를 창시한 카렐 차페크의 이름을 따 2014년 이 상을 제정했으며, 로봇 산업의 '노벨상'을 목표로 기업과 개인의 공로를 시상하고 있다. 이번 시상식에는 중국과 해외의 정부, 기업, 연구기관, 대학, 투자기관 관계자 700여 명이 참석해 글로벌 로봇 시장의 기술 표준을 논의했다. 시상 규모는 브랜드상 4개, 제품상 3개, 응용 시나리오상 3개, 개인상 8개, 사회단체상 2개 등 총 6개 분야 20여 개 부문으로 구성됐다.

차페크상위원회는 올해부터 휴머노이드 로봇 분야를 별도 평가 항목으로 신설해 기술 경쟁력 평가 범위를 확장했다. 또한 중국 로봇 CR 인증을 반영한 ‘최고 품질 제품상’을 새롭게 도입해 제품의 실제 품질과 신뢰성 검증 강도를 높였다. 이러한 평가 체계의 변화는 단순한 기술적 시도를 넘어 글로벌 시장, 특히 중국 내에서 통용되는 엄격한 품질 표준과 인증을 충족하는 것이 수주와 수상의 핵심 전제 조건이 되었음을 의미한다.

한국 로봇 3사의 핵심 분야 석권과 기술력 입증

(주)브릴스는 시스템 통합(SI) 분야에서 국내 기업 최초로 연간 가치 브랜드상(年度价值品牌)을 수상했다. 브릴스는 2015년 설립 이후 로봇 자동화 통합 솔루션 전문 기업으로 성장하며 설계부터 사후관리까지 이어지는 원스톱 자동화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주)뉴로메카는 휴머노이드 로봇 분야에서 연간 기술혁신 제품상(年度技术创新产品奖)을 수상했다. 뉴로메카는 지난해 협동로봇 분야 수상에 이어 올해 휴머노이드 분야까지 휩쓸며 2년 연속 수상 기업의 성과를 기록했다.

(주)티로보틱스는 자율주행이동로봇(AMR) 분야에서 연간 기술혁신 제품상(年度技术创新产品奖)을 수상하며 중대형 물류 자동화 로봇의 혁신성을 인정받았다. 티로보틱스는 2004년 설립 이후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공정용 진공 로봇 및 이송 모듈을 전문적으로 개발해 온 기업이다. 이번 한국 3사의 수상 결과는 하드웨어의 단순 스펙 경쟁을 넘어, 복잡한 산업 현장을 정교하게 제어하는 피지컬 AI와 시스템 통합(SI) 능력이 글로벌 시장의 결정적 판단 기준이 되었음을 보여준다.

VLA 기반 지능과 제로샷 픽앤플레이스의 기술적 실체

뉴로메카는 VLA(Vision-Language-Action) 기반 AI를 통해 시각, 언어, 행동을 통합한 지능형 제어 시스템을 구현했다. 뉴로메카는 자체 데이터 파이프라인과 VLA 프레임워크를 구축해 현장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학습하고 추론에 반영하는 구조를 만들었다. 특히 지능형 휴머노이드 '에이르(EIR)'는 별도의 사전 학습 없이도 물체를 인식하고 조작하는 ‘제로샷 픽앤플레이스(Zero-shot Pick & Place)’ 기술을 적용해 범용성을 높였다. 뉴로메카는 텔레오퍼레이션 장비와 GPU 인프라를 활용해 모방 학습에 필요한 모션 데이터를 수집하며 정밀도를 고도화했다.

뉴로메카는 현장 특화형 휴머노이드 플랫폼 4종을 개발해 실제 투입 환경에 최적화된 라인업을 구축했다. 연구용 '젠(ZEN)', 연구·서비스용 자동화 실증 폼팩터 '나미(NAMY)', 제조·물류 자동화 특화 '렉시스(RAXIS)', 산업 현장 투입용 '에이르(EIR)'가 그 구성이다. 또한 뉴로메카는 서울 성동구 본사에 ‘뉴로메카 휴머노이드 오픈 이노베이션 센터’를 마련해 피지컬 AI 기반의 연구와 로봇 자동화 솔루션 고도화를 수행하는 거점으로 활용하고 있다. 뉴로메카는 로봇 설계와 제조부터 제어 SW, AI 모듈까지 전 과정을 자체 개발하는 풀스택 역량을 확보해 다양한 공정에 유연하게 대응하고 있다.

중대형 AMR의 정밀 제어와 북미 시장 대규모 수주 성과

티로보틱스는 국내 최초로 디스플레이 제조공정용 8세대 진공 로봇을 개발하며 중대형 진공 로봇 분야의 글로벌 리더로 자리 잡았다. 티로보틱스는 초정밀 제조 기술과 파티클 최소화 기술을 바탕으로 미국 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와 12년간 협력 관계를 유지하며 기술력을 검증받았다. 티로보틱스의 AMR은 기존 무인운반차(AGV)와 달리 별도의 유도선 없이 자율 주행하며, 작업 공간 내 사람과 장애물을 실시간으로 인식해 자율 회피 또는 정지하는 기능을 갖췄다. 이는 중대형 로봇의 안전성과 위치 인식 오차 최소화를 동시에 구현한 결과다.

티로보틱스는 2023년부터 2024년까지 북미 배터리 공장에 약 600여 대의 AMR을 공급하며 대규모 양산 레퍼런스를 확보했다. 이러한 기술 경쟁력을 바탕으로 최근 미국 켄터키주 포드의 에너지저장장치(ESS)용 이차전지 생산 공장에 AGV를 공급하는 988만 달러(약 150억 원) 규모의 프로젝트를 수주했다. 티로보틱스는 향후 북미 시장의 배터리, ESS, 데이터 센터, 반도체 분야 등 첨단 공정 자동화 시장에서 피지컬 AI를 포함한 스마트 물류 자동화 수요에 대응해 영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SI 역량 강화를 위한 인프라 확충과 글로벌 시장 진출 전략

브릴스는 110여 개의 관련 특허를 보유하고 백데이터 기반 로봇 모듈화 플랫폼과 6가지 핵심요소 기술을 통해 다양한 산업에 솔루션을 공급하고 있다. 브릴스는 현대자동차, SK에코플랜트 등 국내 대기업뿐 아니라 미국, 체코, 인도, 슬로바키아, 멕시코 등 해외 생산 현장에 자동화 솔루션을 공급했다. 브릴스는 2025년 전체 매출의 37%를 수출로 달성하는 것을 목표로 글로벌 시장 입지를 강화하고 있다. 특히 포스코그룹과 한국산업은행으로부터 유치한 투자 재원을 기반으로 글로벌 인프라 확충에 나섰다.

브릴스는 인천 송도국제도시 본사 옆에 연면적 8,097㎡(약 2,500평) 규모의 로봇 제조센터를 증축하며 2027년 하반기 준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센터는 BRS 시리즈(협동, 산업용, 물류, 방폭 로봇)의 제조와 피지컬 AI 실증을 수행하는 전초기지로 활용된다. 또한 올해 하반기 대구 알파시티 내에 연면적 1만 2,000㎡, 지상 10층 규모의 AI·소재부품 R&D센터를 착공해 차세대 로봇 핵심부품, 제어기술, 온디바이스 AI 기술 연구개발을 집중 수행한다. 브릴스는 미국 미시간 법인(BRILS USA LLC)을 운영 중이며, 올해 하반기 코스닥 상장을 준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