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enAI 내부의 챗봇에서 에이전트로의 전환
챗봇에게 짧은 질문을 던지고 즉각적인 답을 얻는 방식은 이제 일상적이다. 하지만 정교한 결과물을 위해 사용자가 지시어를 계속 수정하고 다시 입력하는 과정은 번거롭다. OpenAI는 최근 경제 연구 논문을 통해 내부 직원들이 단발성 상호작용에서 벗어나, 스스로 도구를 호출하고 환경과 상호작용하며 정답을 찾아가는 Codex 에이전트로 주력 도구를 변경했음을 밝혔다. 에이전트는 사용자의 개입 없이 몇 분에서 몇 시간 동안 독립적으로 작동하며 장기 과업을 수행하는 AI 시스템이다.
2025년 8월까지 OpenAI 직원들의 Codex 토큰 사용량은 전체의 10% 미만이었으며, 당시에는 ChatGPT가 사내 기본 도구였다. 그러나 Codex가 더 강력한 모델을 탑재하고 기능을 추가하면서 사용 패턴이 변했다. 2025년 12월에는 엔지니어 직군의 과반수가 Codex를 주력 도구로 전환했다. 현재 OpenAI 엔지니어가 생성하는 출력 토큰의 99%는 Codex에서 발생하며, 이는 업무 체계가 에이전트 중심으로 옮겨갔음을 보여준다.
법무, 재무, 채용과 같은 비기술 부서에서도 유사한 전환이 일어났다. 이들 부서의 과반수는 2026년 4월경 Codex를 주력 도구로 채택했으며, 전환 속도는 엔지니어 집단보다 빨랐다. 현재 OpenAI의 법무 및 채용 담당자가 생성하는 출력 토큰의 85% 이상이 Codex에서 발생하고 있다. 초기 코딩 도구였던 Codex가 일반 지식 노동 영역으로 확장되면서, 비개발자들도 복잡한 워크플로우를 직접 처리하고 있다.
장기 과업 위임과 병렬 에이전트의 오케스트레이션
Codex 전체 요청의 약 25%는 사람이 수행했을 때 1시간 이상 소요되는 과업이다. 2025년 12월부터 2026년 5월 사이, 30분 이상 걸리는 과업을 요청한 사용자 비중은 80.6%, 1시간 이상 소요되는 과업 요청 비중은 70.2%로 상승했다. 사용자가 짧은 문답 방식에서 벗어나, 작업 완료까지 단계와 시간이 긴 '롱 호라이즌(long-horizon)' 과업을 에이전트에게 위임하기 시작한 결과다.
2026년 6월 기준, 상위 1% 사용자는 하루에 60시간 이상의 에이전트 턴(모델이 도구를 호출하거나 환경과 상호작용하는 최소 작업 단위)을 생성한다. 이들은 단일 에이전트가 아닌, 여러 개의 독립적인 에이전트를 동시에 실행해 서로 다른 과업을 처리하는 '병렬 에이전트 구조'를 활용한다. 사용자는 한 번에 하나의 답을 얻는 수준을 넘어, 하루 동안 수십 개의 에이전트 작업을 동시에 조율하는 오케스트레이션(orchestration) 단계로 진입했다.
에이전트는 해결책을 찾을 때까지 스스로 수정하고 보완하며 수 시간 동안 독립적으로 작동하므로 사람이 개입해야 하는 지점이 줄어든다. 상위 사용자가 하루 60시간 이상의 작업량을 생성하는 이유는 이러한 독립적 수행 능력을 병렬로 배치해 물리적 시간 제약을 없앴기 때문이다. 이는 개별 작업자가 처리할 수 있는 업무량을 늘리며, 기존에 사람이 수동으로 수행하던 장기 과업의 처리 속도를 높여 워크플로우를 수정하는 근거가 된다.
비개발자의 엔지니어링 업무 수행과 이용률 급증
2025년 8월부터 2026년 6월 초까지 비개발자 개인 사용자는 137배, 조직 사용자는 189배 급증했다. OpenAI 내부의 비개발자 사용자 역시 같은 기간 12배 늘어났다. Codex가 일반적인 지식 노동 영역으로 확장하며 비개발 직군의 진입 장벽을 낮춘 결과이며, 특히 조직 단위의 도입 속도가 개인보다 빠르게 나타났다.
비즈니스 직군이 Codex로 수행한 업무의 25% 이상이 엔지니어링 또는 코딩 과업으로 집계되었다. 전문 기술 지식이 없던 비즈니스 인력이 에이전트를 통해 기존에 엔지니어만 가능했던 영역의 업무를 직접 처리하기 시작했다. 이로 인해 전문 기술 지원을 기다리며 정체되었던 워크플로우가 가속화되었으며, 기술적 전문성으로 나뉘어 있던 직무 간 협업 방식이 변했다.
부서별 사용량 증가 폭은 전방위적으로 나타났다. 2025년 11월 대비 2026년 6월 기준 중앙값 사용량은 연구직이 56배로 가장 컸으며, 고객지원 32배, 엔지니어링 27배, 법무 13배 순으로 증가했다. 모든 부서에서 에이전트를 활용한 노동 투입량이 늘어났으며, 비전문가가 엔지니어링 업무의 25%를 직접 수행하게 됨에 따라 기업은 인력 배치와 업무 프로세스를 재설계할 실질적인 데이터를 갖게 되었다.
에이전트 중심의 워크플로우 재설계와 필요 역량
비개발자가 엔지니어링 업무를 직접 처리하게 되면서 실무 프로세스의 병목 현상이 제거되고 있다. 기존 비기술 부서는 데이터 추출이나 자동화 도구 제작 시 개발 팀의 일정에 맞춰 지원을 기다려야 했으나, 이제는 에이전트를 통해 기술적 장벽을 직접 해결한다. 이에 따라 코드 작성 능력보다 에이전트를 적절히 제어해 결과물을 도출하는 운용 능력이 중요해졌다.
법무나 재무 담당자가 복잡한 데이터 정제나 보고서 자동화 스크립트 작성을 직접 처리하면서 타 부서 협조를 요청하고 대기하는 비용이 줄어든다. 이는 과거 타 부서의 협조가 필수적이었던 전문 영역의 일부를 한 사람이 완결 짓는 구조로, 작업자 한 명이 책임질 수 있는 과업 범위가 넓어짐을 의미한다.
이러한 변화는 한국 기업 환경에서도 실무 프로세스를 재설계하는 기준이 된다. 개발자와 비개발자의 협업 지점은 구현 단계가 아니라, 에이전트에게 내릴 지시어의 정교함과 결과물이 비즈니스 목적에 맞는지 검증하는 단계로 이동한다. 기업은 특정 언어의 숙련도보다 비즈니스 문제를 기술적 과제로 치환해 에이전트에게 위임하는 설계 역량을 핵심 인재의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 기술 지원 리소스가 감소하면 조직은 비즈니스 로직 설계와 시장 가치 검증 같은 고부가가치 작업에 자원을 집중할 수 있다.
결국 AI 시대의 경쟁력은 누가 더 많은 코드를 짜느냐가 아니라, 누가 더 효율적으로 에이전트의 작업 단위를 설계하느냐에서 결정된다.
단순한 질의응답을 넘어 1시간 이상의 과업을 에이전트에게 위임하는 방식이 실무의 표준이 되고 있다. 상위 1% 사용자가 하루 60시간 이상의 작업을 병렬로 처리하는 구조는 개별 작업자의 물리적 시간이라는 제약을 완전히 제거한다. 비전문가가 엔지니어링 업무의 25%를 수행하게 된 현시점에서 기업이 집중해야 할 지점은 인력 충원이 아니라 워크플로우의 전면적인 재설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