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ML 2026과 NVIDIA 오픈 모델의 지표
많은 기업이 ChatGPT 같은 AI 서비스를 도입하며 가장 먼저 맞닥뜨리는 문제는 사용량에 따라 계속 늘어나는 운영 비용이다. 겉으로는 편리한 인터페이스만 보이지만 실제 서비스 배치 단계에서는 토큰 비용, 즉 AI 모델이 처리하는 텍스트 단위당 지불하는 금액이 사업의 수익성을 결정하는 핵심 변수가 된다. 이러한 비용 부담을 해결하기 위해 최근 AI 연구의 흐름은 모든 것이 통제된 폐쇄형 모델에서 누구나 수정하고 최적화할 수 있는 오픈 프런티어 모델과 인프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최근 개최된 ICML 2026(국제 머신러닝 컨퍼런스)의 채택 논문 지표는 이러한 변화를 구체적인 수치로 증명한다. 이번 컨퍼런스에서 NVIDIA는 총 74편의 논문을 채택시켰으며, 약 2,000편의 논문이 NVIDIA GPU를 연구의 핵심 하드웨어 기반으로 인용했다. 특히 오픈 모델과 데이터셋 제품군인 Nemotron을 인용한 논문은 145편에 달한다. 이는 연구자들이 단순히 기업이 제공하는 완성된 모델을 API로 호출해 쓰는 수준을 넘어, 모델의 내부 구조를 직접 수정하고 최적화하는 방식으로 연구 방향을 전환했음을 보여준다.
연구의 적용 범위는 텍스트 생성의 영역을 넘어 물리적 세계와 생명과학이라는 실재하는 영역으로 확장되었다. 물리 세계를 인지하고 추론하며 행동하는 Cosmos, 휴머노이드 로봇의 제어와 학습을 위한 Isaac GR00T, 그리고 생명과학 연구를 돕는 BioNeMo 같은 오픈 모델 제품군을 기반으로 한 연구가 다수 진행되었다. 연구자들은 이제 특정 기업의 폐쇄적인 환경에 의존하지 않고, 공개된 가중치와 데이터셋을 활용해 로봇의 정밀한 동작을 설계하거나 복잡한 단백질 구조를 예측하는 등 전문 영역의 피지컬 AI를 직접 구축하고 있다.
이러한 오픈 모델의 활용은 단일 모델의 도입이 아니라 연구 스택 전체를 도입하는 방식으로 진화했다. 연구 스택이란 모델의 오픈 가중치뿐만 아니라 학습에 사용된 데이터셋, 추론 효율을 높이고 안전성을 확보하는 레시피를 모두 포함한 체계를 말한다. 실제로 KiloCode는 Nemotron을 코드 라우팅 아키텍처, 즉 요청의 난이도에 따라 적절한 모델로 연결해 주는 구조에 통합해 토큰 비용을 최대 90%까지 절감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이는 오픈 모델 아키텍처의 도입이 단순한 기술적 호기심을 넘어 기업의 운영 비용을 결정짓는 경제적 판단 기준이 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Nemotron 연구 스택과 Cosmos 3의 구조
AI 추론 한 번에 발생하는 인프라 비용은 기업의 운영 수익과 직결된다. 이 비용을 낮추려면 모델 하나를 가져다 쓰는 수준을 넘어 학습과 최적화 전 과정을 직접 제어해야 한다. NVIDIA는 Nemotron을 단일 모델이 아닌 연구 스택(Research Stack, 모델 개발에 필요한 도구와 데이터의 집합) 형태로 제공한다. 여기에는 모델의 핵심 파라미터인 오픈 가중치와 학습에 쓰인 오픈 데이터셋이 포함된다. 또한 추론 효율을 높이는 방법과 도구 사용, 안전성 확보, 데이터 큐레이션(데이터 선별 및 정제)을 위한 오픈 레시피(구현 방법론)를 함께 공개한다. 연구자는 공개된 레시피를 활용해 모델의 추론 성능을 최적화하고 특정 도구와 연동하는 세부 설정을 조정함으로써 운영 비용을 관리한다. 이러한 스택 구조는 모델의 내부 동작을 투명하게 파악하고 목적에 맞게 수정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
학습 데이터의 품질을 결정하는 NeMo Curator는 재현 가능한 데이터 큐레이션 환경을 구축한다. 연구자는 이 도구를 통해 학습 데이터의 정제 과정을 표준화하고 동일한 결과가 나오도록 관리하여 실험의 신뢰도를 높인다. 특히 인간이 직접 라벨링(데이터에 정답을 다는 작업)하는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SDG(Synthetic Data Generation, 합성 데이터 생성) 기술을 적용한다. SDG는 AI가 스스로 고품질의 학습 데이터를 만들어내는 방식으로, 과거에는 불가능했던 규모와 속도로 훈련 세트를 구축한다. Nemotron과 피지컬 AI 전용 오픈 데이터셋은 이러한 합성 데이터 생성 과정을 통해 학습 효율을 높인다. 이는 물리 AI 모델이 필요로 하는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확보하면서도 인간의 개입 비용을 줄이는 핵심 수단이 된다.
물리 세계의 인지와 행동을 처리하는 Cosmos 3는 모든 모달리티(텍스트, 이미지, 영상 등 다양한 데이터 형태)를 통합 처리하는 오픈 프런티어 옴니모델(Omnimodel)이다. 이 모델은 단순히 영상을 보는 것에 그치지 않고 물리적 환경을 인지하고 추론하며 구체적인 행동 계획을 세운다. 로봇이나 자율주행 차량이 실제 환경에서 어떻게 움직여야 할지 결정하는 판단 기준을 제공하며, 이는 기존 모델 대비 세대적 도약을 이룬 성능을 보여준다. 개발자는 Cosmos 3를 기반으로 시각 AI를 구축하여 물리적 실체가 있는 기기가 환경을 인식하고 계획하며 행동하는 일련의 과정을 구현한다. 인지에서 행동까지 이어지는 이 통합 구조는 로봇과 자율주행 시스템이 복잡한 물리적 상호작용을 수행하는 기초가 된다.
가상 환경 검증으로 낮춘 물리 AI 도입 비용
가상 시뮬레이션은 단순한 소프트웨어 도입 비용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물리적 자산의 파손과 인명 사고라는 거대한 잠재 비용을 막는 보험과 같다. DreamDojo는 인간이 촬영한 비디오 데이터에서 물리 세계의 동작 원리를 학습하고 NVIDIA Cosmos 오픈 프런티어 모델을 통해 학습하지 않은 환경에서도 로봇이 객체를 어떻게 조작할지 예측한다. 이는 특정 환경에서만 작동하는 기존의 학습 방식과 달리 미학습 객체나 낯선 공간에서도 동작을 추론할 수 있는 범용성을 제공한다. 연구자는 가상 로봇 텔레오퍼레이션(원격 제어)과 액션 플래닝(행동 계획) 기능을 활용해 실제 하드웨어를 구동하기 전 가상 공간에서 제어 정책을 평가하고 최적의 경로를 설계한다. 기존의 물리 AI 개발이 하드웨어를 먼저 배치하고 오류를 수정하는 시행착오 방식이었다면 이 구조는 가상 환경에서 동작을 완결 지은 뒤 물리 세계로 옮기는 순서의 전환을 가져온다. 이를 통해 로봇을 현장에 직접 배치했을 때 발생하는 기기 파손 리스크와 반복적인 튜닝 비용을 가상 검증 단계에서 선제적으로 제거한다.
신약 개발 과정에서 수만 번의 화합물 합성 실험을 직접 수행하는 것은 막대한 재료비와 시간 소모를 야기하는 고비용 구조다. BioNeMo(생명과학 전용 AI 플랫폼) 기반의 KERMT는 약물 발견에 결정적인 분자 특성을 예측하는 오픈 모델로 실제 합성 전 단계에서 분자가 체내에서 어떻게 행동할지 미리 가늠하게 한다. 이는 실험실의 물리적 제약 없이 수많은 분자 조합을 가상으로 테스트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존의 습식 실험 방식과 대비된다. 단백질 변이가 일으키는 효과를 정확히 측정하기 위해 FLIP2라는 공개 벤치마크(성능 측정 표준)를 도입하여 AI의 예측 성능을 객관적으로 검증하는 체계를 구축했다. 물리적 실험실에서 시약을 섞고 반응을 기다리는 공정 이전에 가상 모델로 유효성을 먼저 거르는 필터링 구조를 통해 연구 효율을 높인다. 결과적으로 연구자는 실패 확률이 높은 후보 물질을 빠르게 제외하고 성공 가능성이 높은 경로에만 물리적 자원을 집중함으로써 전체 개발 비용을 낮춘다.
KiloCode의 비용 절감과 산업별 실배치 사례
기술적 로드맵을 거침없이 설명하던 개발자가 유독 한 지점에서 답변을 지연시켰다. 손익분기점(BEP)과 단위당 서비스 비용(Unit Economics)을 묻는 순간이었다. 서비스 규모가 커질수록 모델 호출 비용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며 이는 곧 사업의 생존 문제로 직결된다. 기업이 고성능 모델의 성능과 운영 비용 사이에서 타협점을 찾는 과정은 상용화의 핵심 과제다.
KiloCode는 Nemotron을 코드 라우팅 아키텍처에 통합하여 이 비용 문제를 해결했다. 코드 라우팅은 입력된 요청의 복잡도를 분석해 가장 효율적인 모델로 작업을 배분하는 경로 제어 구조다. 이를 통해 토큰 비용을 최대 90%까지 절감하는 성과를 거뒀다. 이는 고비용의 프런티어 모델을 모든 요청에 사용하는 대신 최적화된 오픈 모델을 적재적소에 배치함으로써 제품의 경제성을 확보한 실배치 사례다.
연구 자동화와 인프라 접근성 영역에서도 오픈 모델의 실효성이 구체화된다. Sakana AI는 Nemotron 3 Ultra를 기반으로 Fugu와 Fugu-Ultra 모델을 구축했다. 모델의 내부 파라미터 값인 오픈 가중치를 활용해 AI 연구의 전 과정을 자동화하는 체계를 구축하며 연구 효율을 높였다. Together AI는 Nemotron 모델을 자사 플랫폼에서 호스팅하며 오픈 추론 접근성을 제공한다. 추론은 학습된 모델이 새로운 입력값에 대해 결과물을 생성하는 연산 과정이다. 연구자들이 개별적으로 고가의 GPU 인프라를 구축하지 않고도 모델을 즉시 테스트하고 배포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 것이다.
바이오 및 생명과학 산업은 오픈 모델을 통해 분자 수준의 예측을 실무에 적용하고 있다. Merck & Co.는 KERMT를 활용해 약물 분자가 체내에서 어떻게 행동하는지 예측한다. KERMT는 약물 발견에 필수적인 분자 특성을 예측하는 BioNeMo 오픈 모델이다. 이를 통해 약물의 유효성과 안전성 그리고 실제 개발 가능성을 사전에 수치로 검증하여 신약 개발의 시행착오를 줄인다. Basecamp Research는 DNA 파운데이션 모델인 EDEN을 개발하여 유전 서열을 해석하고 설계하는 공정을 최적화했다. 복잡한 생물학적 데이터를 디지털 모델로 처리하여 연구 기간을 단축하는 실질적인 도구로 활용된다.
NAVER와 LG전자가 주목한 오픈 아키텍처의 의미
개발 팀장이 모델을 처음부터 설계할지 아니면 이미 검증된 설계도를 가져올지 결정하는 회의실의 풍경은 치열하다. 네이버는 후자의 효율성을 선택했다. 네이버는 네모트론(Nemotron, 엔비디아가 공개한 오픈 모델 제품군) 아키텍처를 사용하여 한국어 AI 연구를 위한 자체 모델을 개발했다. 모델의 뼈대인 아키텍처를 오픈 모델에서 가져오면 기초 설계에 드는 시간과 컴퓨팅 자원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네이버는 이렇게 확보한 여력을 한국어라는 특정 언어의 문법과 문화적 맥락을 학습시키는 최적화 작업에 집중했다. 이는 모델 설계의 불확실성을 제거하고 연구의 실질적인 성과를 앞당기는 전략이다.
LG전자는 산업용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를 공장이나 서비스 현장에 빠르게 배치하기 위해 아이작 GR00T(Isaac GR00T, 로봇의 동작과 학습을 돕는 파운데이션 모델) 모델을 도입했다. 네우라 로보틱스(NEURA Robotics)와 노블 머신즈(Noble Machines) 역시 이 모델을 채택해 로봇의 기본 지능을 구축했다. 로봇이 실제 산업 현장에서 물건을 집거나 이동하는 동작을 수행하려면 수많은 시행착오 학습이 필요하다. 기업들은 오픈 모델이 제공하는 기본 동작 능력을 기반으로 삼아, 각자가 타겟으로 하는 산업 현장의 특수 동작만을 추가로 학습시키는 방식을 취한다. 이를 통해 개발 기간을 단축하고 현장 투입 시점을 앞당긴다.
물리 세계의 복잡한 상호작용을 해결하려는 기업들은 가상 환경과 세계 모델을 결합하는 더 깊은 단계의 엔지니어링을 진행한다. 1X, 어질리티(Agility), 애자일 로보틱스(Agile Robots), 보스턴 다이내믹스(Boston Dynamics), 헥사곤 로보틱스(Hexagon Robotics), 멘티(Mentee)는 코스모스(Cosmos) 월드 모델과 아이작 심(Isaac Sim, 로봇의 물리적 동작을 모의 실험하는 시뮬레이션 도구), 아이작 랩(Isaac Lab, 로봇의 강화 학습을 위한 환경)을 기반으로 차세대 로봇을 개발한다. 월드 모델은 로봇이 물리적 환경의 인과관계를 이해하고 다음 상황을 예측하게 만드는 지능의 핵심이다. 가상 시뮬레이션에서 수만 번의 반복 학습을 거친 뒤 실제 로봇에 이식함으로써, 물리적 배치 시 발생할 수 있는 기기 파손 위험과 막대한 테스트 비용을 동시에 해결한다.
엔비디아가 허깅페이스(Hugging Face)에 구축한 오픈 모델 페이지(https://huggingface.co/nvidia)에서는 산업적 적용의 토대가 되는 모델 가중치와 설정값을 공개하고 있다. 기업들은 이제 모델을 직접 소유하는 것보다, 빠르게 작동하는 구현체를 확보하고 운영 비용을 최적화하는 실리를 택한다. 검증된 오픈 모델을 기반으로 특화 기능을 얹는 방식이 상용 서비스의 경제성을 확보하는 가장 빠른 경로가 되었다. 오픈 아키텍처의 채택은 단순히 무료 모델을 쓰는 것이 아니라 개발의 기준점을 높이는 행위다.
ICML 2026 논문 중 145편이 Nemotron을 인용한 사실은 오픈 모델이 단순한 도구를 넘어 데이터셋과 추론 레시피를 포함한 연구 스택으로 활용되고 있음을 증명한다. KiloCode가 오픈 모델 아키텍처로 토큰 비용을 최대 90%까지 절감한 사례는 기업이 AI를 도입할 때 고려해야 할 가장 현실적인 경제적 기준이 된다.
결국 AI 서비스의 지속 가능성은 모델의 성능보다 운영 비용을 통제하는 아키텍처 설계 능력에서 결정된다. 본문에서 언급한 오픈 모델의 비용 절감 수치를 기준으로 현재의 인프라 운영 비용을 재검토하는 것이 실질적인 시작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