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물학적 뇌의 블랙박스를 여는 물리 기반 시뮬레이션 simZFish
신경과학자들은 살아있는 동물의 뇌 회로를 임의로 수정하여 특정 연결의 기능을 테스트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제약에 직면해 왔다. 최신 이미징 기술이 뉴런의 활동 기록과 일부 조작을 가능하게 했으나, 복잡한 생물체 내에서 특정 연결 고리를 물리적으로 재배치하여 기능을 검증하는 작업은 여전히 불가능에 가깝다. EPFL, 듀크 대학교, IST 공동 연구팀은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실제 제브라피쉬의 뇌 청사진을 물리 기반 시뮬레이션에 이식한 simZFish를 개발하여 Science Robotics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듀크 대학교 나우만 연구실의 전뇌 칼슘 이미징 데이터와 회로 모델링 결과를 바탕으로 뇌 스케일의 OMR(시각 안정화 반사) 경로 Wiring Diagram을 도출했다. 연구진은 이 청사진을 기반으로 시각 망막에서 전책(pretectum)을 거쳐 척수 신경으로 이어지는 신경 회로를 디지털 환경에 그대로 복제했다. 이를 통해 연구자는 가상 환경 내에서 특정 뉴런을 삭제하거나 연결 가중치를 변경하고, 눈의 렌즈 설정을 수정하는 등의 변수 통제를 수행하며 그 결과를 즉각적으로 확인할 수 있게 되었다.
4mm 유생의 물리 스펙과 망막-근육 신경 파이프라인
연구진은 물리 엔진 기반 시뮬레이터인 Webots를 사용하여 부화 후 6일 된 제브라피쉬 유생의 신체 조건을 1:1 스케일로 복제했다. simZFish는 4mm의 몸체 길이와 0.3mg의 무게, 7개의 세그먼트와 이를 구동하는 6개의 시뮬레이션 모터로 구성되었으며, 실제 물속의 유체 역학을 적용해 물리적 저항을 재현했다. 머리 양옆에는 2개의 카메라를 배치하여 실제 물고기의 눈이 수행하는 픽셀 단위의 시각 정보 수집 기능을 구현했다.
인공 망막이 감지한 빛의 변화는 4가지 유형의 방향 선택적 신경절 세포를 통해 시각 뇌 영역인 전책으로 전달된다. 전책의 뉴런들은 양쪽 눈에서 들어오는 시각 정보를 통합하여 운동 방향을 계산하며, 이 신호는 다시 후뇌 운동 명령 뉴런으로 전달되어 꼬리 근육의 수축 빈도와 회전 방향을 결정한다. 최종적으로 bout gate 구조가 신경 신호를 축적했다가 한꺼번에 방출함으로써, 실제 제브라피쉬 유생의 특징인 burst-and-glide(분출 후 활강) 유영 패턴을 완성한다.
개구부 문제로 증명한 체화(Embodiment)의 원리와 회로 최적화
연구팀은 시뮬레이션 망막의 전체 시각 정보를 회로에 입력했을 때 OMR 동작이 중단되는 현상을 발견했다. 머리 양옆에 배치된 카메라가 강물 속에서 생성하는 시각 흐름(optic flow)이 서로 충돌하며 소용돌이 형태의 신호를 만들어냈고, 이로 인해 신호가 상쇄되는 개구부 문제(aperture problem)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이는 하드웨어의 물리적 배치(눈의 위치)가 소프트웨어(신경 회로)의 연산 결과에 직접적인 오류를 일으킨 사례다.
연구진은 입력 범위를 시야의 하단 후방(lower posterior) 영역으로 제한하는 설정을 적용하여 OMR 동작을 즉각적으로 복구했다. 놀랍게도 이 영역은 실제 제브라피쉬의 전책에서 기록된 가장 강력한 수용장(receptive field) 위치와 정확히 일치했다. 이는 신체 구조와 눈의 위치라는 물리적 제약이 신경 회로의 효율적인 연결 방식을 결정한다는 체화(Embodiment)의 원리를 입증하며, 진화가 최소한의 연결로 최적의 정보를 획득하는 경로를 선택했음을 보여준다.
시뮬레이션 예측과 2광자 이미징을 통한 모델 업데이트 루프
simZFish 1.0은 전방과 후방에서 서로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는 상충 자극(shearing stimulus)을 받았을 때 실제 제브라피쉬보다 과하게 회전하는 예측 오류를 보였다. 매튜 로링(Matthew Loring) 박사가 실제 제브라피쉬에게 동일한 자극을 준 결과, 실제 생물은 거의 회전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확인되었다. 연구팀은 이 불일치를 해결하기 위해 볼륨 2광자 칼슘 이미징을 통해 수만 개의 뉴런을 다시 기록했다.
분석 결과, 기존 모델이 간과했던 전방 튜닝 및 후방 튜닝 서브타입의 양안 뉴런들이 전책에 존재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연구진은 이 발견을 바탕으로 뉴런의 세부 유형과 연결 구조를 수정한 simZFish 2.0을 개발하여 상충 자극에 대한 반응을 실제 생물과 동일하게 정밀하게 재현했다. 이는 '시뮬레이션 예측 $
ightarrow$ 실제 생물 검증 $
ightarrow$ 모델 업데이트'로 이어지는 신경 회로 최적화 루프가 작동하여 뇌의 작동 원리를 역으로 추론해낸 과정이다.
피지컬 AI 설계자를 위한 시사점과 자율 유영의 실효성
연구팀은 최종 검증을 위해 실제 강바닥 지형과 물리적 힘이 적용된 가상 환경에 simZFish를 배치했다. 실험 결과, 실험적으로 도출한 최소한의 신경 구성 요소 세트만으로도 가시성이 낮은 환경에서 자율적으로 상류를 찾아 거슬러 올라가는 내비게이션 동작이 성공했다. 이는 고도의 추상적 논리 없이도 신체 구조와 결합된 최소한의 회로가 목적 지향적 생존 행동을 만들어낼 수 있음을 입증한다.
피지컬 AI 설계자는 제어 성능을 높이기 위해 신경망의 파라미터를 늘리기보다, 센서의 물리적 위치와 시야각이 생성하는 정보의 기하학적 특성을 우선적으로 분석해야 한다. 하드웨어의 물리적 특성이 입력 데이터의 노이즈를 걸러내는 필터 역할을 수행하므로, 신체 구조가 규정하는 최적 연결 경로를 설계에 반영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따라서 설계자는 시뮬레이션 예측과 실제 검증을 반복하는 최적화 루프를 통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결합 지점에서 지능을 구현하는 전략을 취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