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금과 참여 투자자가 보여주는 신호
거대 산업 현장에서 돌아가는 기계들은 멈추지 않아야 수익이 발생하지만, 그 이면에는 유지보수를 위한 막대한 비용이 숨어 있다. 런던의 인공지능 스타트업 Applied Computing은 최근 2,000만 달러 규모의 시리즈 A 투자를 유치하며 이 비용을 줄이는 기술에 시장이 주목하고 있음을 증명했다. 이번 투자는 엔지니어링 기업 KBR이 주도했으며, 데이터 분석 플랫폼 기업 Databricks Ventures가 함께 참여했다. 이들은 석유, 가스, 석유화학 산업 현장에 특화된 파운데이션 모델을 개발하는 기업이다.
설립 18개월 만에 이 회사는 연간 반복 매출 수천만 달러를 달성하며 빠르게 스텔스 모드(공개 전 비밀리에 개발하는 기간)를 벗어났다. 현재 대형 상장 석유·가스 및 석유화학 기업들이 현장의 복잡한 데이터를 처리하기 위해 이들의 모델인 오비탈(Orbital)을 실제 공정에 사용 중이다. 구체적인 고객사의 이름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업스트림(석유·가스 탐사 및 채굴)부터 다운스트림(정유 및 석유화학 제품 생산)에 이르는 전 과정에서 실질적인 매출 지표를 만들어내고 있다.
Applied Computing의 파운데이션 모델
산업 현장의 복잡한 데이터를 다루던 경영진들이 가장 고민하는 지점은 수집된 정보를 실제 공정 개선으로 연결하는 속도다. Applied Computing이 선보인 오비탈(Orbital)은 단순히 다음 단어를 예측하는 언어 모델의 한계를 넘어, 시계열 데이터 모델(시간 흐름에 따라 변화하는 수치를 분석하는 기술), 물리 기반 모델(현실 세계의 물리·화학 법칙을 수식으로 구현한 장치), 언어 모델을 결합해 시설 상태를 예측한다.
이 모델은 센서 데이터와 물리 및 화학 법칙은 물론, 장비 제약 조건과 운영자의 활동까지 동시에 분석한다. 이를 통해 공장 내 특정 부품의 미세한 변화가 전체 운영 효율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실시간으로 시뮬레이션할 수 있다. 현장 관리자는 이 결과를 바탕으로 예기치 못한 가동 중단이나 에너지 낭비를 즉각적으로 방지하는 판단 기준을 얻는다.
이 분야의 기존 강자인 AspenTech(산업용 공정 시뮬레이션 및 AI 모델링 소프트웨어 공급업체)나 AVEVA(물리 기반 공정 최적화 및 가상 시뮬레이션 솔루션 기업)와 비교할 때, Applied Computing의 전략은 명확하다. CEO Callum Adamson은 회사의 경쟁력이 단순히 산업 데이터를 많이 확보하는 데 있지 않다고 강조한다. 대신 오비탈과 대등하게 경쟁할 수 있는 고도의 AI 모델을 구축할 수 있는 연구진을 결집한 것이 이들의 핵심 역량이다.
확인해야 할 핵심 지점
현장에서 문제가 터졌을 때 원인을 찾기 위해 수주씩 서류 더미를 뒤지는 일은 관리자들에게 가장 고통스러운 업무 중 하나다. Orbital은 이러한 조사 과정을 수 초 내로 단축한다. 물리 법칙과 장비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결합해 이상 징후를 즉각 포착하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운영자는 에너지 낭비를 줄이고 공장 생산량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다.
Applied Computing은 이번에 확보한 2000만 달러의 투자금을 국제적 확장과 연구 인력 채용에 투입한다. 최근 런던 본사와 벵갈루루 운영 허브에 이어 휴스턴에 새로운 사무소를 열었다. 앞으로 북미와 중동 시장을 중심으로 에너지 분야 고객사들과의 협력을 본격화할 계획이다.
오비탈은 단순히 정보를 모으는 도구를 넘어 공장의 물리적 한계까지 계산하는 디지털 쌍둥이 역할을 수행한다. 데이터 홍수 속에서 길을 잃던 관리자들은 이제 서류 더미를 뒤지는 대신, 기계가 보내는 미세한 신호를 통해 고장 전조를 미리 파악하고 즉각적인 대응책을 결정한다. 결국 산업 현장의 경쟁력은 수집된 데이터의 양이 아니라, 얼마나 정확하게 공정의 제약 조건을 해석해 가동 중단이라는 비용을 0에 가깝게 줄이느냐에 달려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