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사업 운영을 중단한다
인건비를 낮추기 위해 업무 일부를 해외로 이전하는 오프쇼어링(Offshoring) 전략의 효율성이 낮아지고 있다. 샌프란시스코 기반의 온라인 주택 구매 플랫폼 Opendoor는 인도 진출 2년 만에 현지 사업 운영을 종료한다. 저렴한 인건비를 찾아 거점을 옮기던 기존 방식이 AI 기반 자동화라는 변수를 만나 경제적 논리가 바뀌었기 때문이다.
HFS Research의 Phil Fersht는 AI와 소프트웨어, 인간의 전문성을 결합해 인원 증원 없이 결과를 도출하는 모델을 'Services-as-Software'라고 정의한다. 이 모델은 성과를 내기 위해 인력을 지속적으로 추가하던 관성에서 벗어나, AI가 운영 노동력 자체를 줄이는 구조를 지향한다. 이를 통해 기업은 인력을 늘리지 않고도 AI로 동일하거나 더 높은 성과를 내는 조직 운영을 실현한다.
운영 효율의 판단 기준은 이제 국가 간 인건비 비교가 아니다. AI 도입 이후 실제로 필요한 절대 노동량이 얼마나 감소했는지를 기준으로 전체 운영 구조를 재산정해야 한다. 'Services-as-Software' 모델이 안착하면, 대규모 오프쇼어링 센터가 제공하던 규모의 경제보다 AI-네이티브한 소규모 팀의 생산성이 더 높은 경제적 가치를 창출한다.
미국 본국 회귀와 AI 네이티브 팀으로의 전환
Opendoor는 시차로 인한 소통 비용을 줄이기 위해 운영 업무를 다시 미국으로 가져온다. Kaz Nejatian CEO는 고객이 있는 미국으로 업무 중심지를 옮기고 소규모 AI 네이티브 팀으로 전환한다. 고객과의 물리적 거리를 좁히는 동시에 AI를 기본으로 설계된 작은 팀이 기존의 거대 운영 조직을 대체하는 방식이다.
AI 네이티브 조직은 단순히 기존 업무에 AI 도구를 도입하는 수준을 넘어, 처음부터 AI의 수행 능력을 전제로 팀의 규모와 역할을 재설계한다. 더 작은 규모의 팀이 더 많은 운영 업무를 처리하게 함으로써 관리 비용을 줄이고 실행 속도를 높인다.
인력 규모는 구체적인 수치로 감소했다. 증권 신고서에 따르면 Opendoor의 글로벌 직원 수는 전년 1,470명에서 작년 말 1,042명으로 줄었다. 비미국 지역 인력 역시 2024년 말 342명에서 작년 말 184명으로 감소하며 조직의 무게 중심을 본국으로 옮겼다.
글로벌 역량 센터(GCC) 모델의 붕괴와 시사점
인도는 현재 전 세계에서 가장 큰 글로벌 역량 센터(GCC, 다국적 기업이 IT·재무·R&D 등을 처리하기 위해 세운 전담 오프쇼어 부대) 시장이다. 2,100개가 넘는 센터가 약 236만 명을 고용하며 매년 1,000억 달러의 수익을 낸다. 이는 인건비 차익을 통해 운영 효율을 극대화하던 기존 오프쇼어링 모델의 정점을 보여준다.
하지만 AI가 수동 작업을 대체하면서 저렴한 노동력에 의존하던 비용 차익 모델이 무너지고 있다. Emergent Ventures의 벤처 캐피털리스트 Keshav Lohia는 이를 AI 기반 운영의 분수령(watershed moment)이라고 정의한다. AI가 전문 인력의 역할을 대신함에 따라 인도의 핵심 수출 산업인 글로벌 인재 및 전문성 공급 체계가 직접적인 압박을 받는다.
결국 AI가 수행할 수 있는 업무 범위가 넓어질수록 오프쇼어링의 경제적 논리는 약해진다. Opendoor가 거대 GCC 시장의 관성 속에서도 인도 철수와 AI-네이티브 소규모 팀 전환을 택한 것은, 저렴한 노동력을 찾는 시대에서 AI로 업무 프로세스를 압축하는 시대로 비용 최적화의 핵심이 이동했음을 보여준다.
이제 운영 효율을 재산정하는 기준은 국가 간 임금 비교가 아니라 AI 도입 후 감소하는 절대 노동량의 수치다. 인적 자원의 양적 확보보다 AI-네이티브한 운영 구조를 갖추는 것이 실질적인 비용 최적화의 결정권이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