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think Scott [Stevenson] is right. I’ve heard all sorts of anecdotes as well," 법률 AI 스타트업 워즈스미스(Wordsmith, 법률 문서 자동화 서비스)의 CEO 로스 맥나언(Ross McNairn)이 테크크런치를 통해 전한 말이다. 그는 최근 AI 업계에서 공공연하게 벌어지는 매출 지표 왜곡 현상에 대해 깊은 공감을 표하며, VC(Venture Capital, 벤처캐피털)들 사이에서도 이미 기준이 모호해진 상태라는 점을 지적했다.

지금 개발자와 창업자 커뮤니티에서는 이른바 'ARR 스캠'에 대한 논쟁이 뜨겁다. 스펠북(Spellbook, AI 기반 법률 계약서 작성 도구)의 CEO 스콧 스티븐슨(Scott Stevenson)이 X(구 트위터)에 올린 폭로글이 도화선이 됐다. 많은 AI 기업이 기록적인 매출 성장세를 발표하고 있지만, 그 이면에는 정직하지 못한 지표 산정 방식이 숨어 있다는 주장이다. 특히 '계약은 했지만 돈은 아직 안 들어온' 수치를 마치 확정된 매출인 것처럼 포장하는 행태가 업계의 관행처럼 번지고 있다는 정황이 드러나며, AI 붐의 실체에 대한 의구심이 증폭되고 있다.

'CARR'을 'ARR'로 둔갑시킨 매출 뻥튀기의 실체

스콧 스티븐슨(Scott Stevenson, 법률 AI 스타트업 스펠북 CEO)이 X(구 트위터)에 올린 글 하나가 개발자와 투자자 커뮤니티를 발칵 뒤집어 놓았다. 그는 최근 일부 AI 스타트업들이 공개적으로 발표하는 매출 수치를 부풀리는 행태를 거대한 사기라고 정면으로 폭로했다. 논란의 핵심은 ARR(Annual Recurring Revenue, 연간 반복 매출)이라는 지표의 왜곡이다. 원래 ARR은 계약 하에 있는 활성 고객의 연간 매출 합계를 의미하지만, 지금 시장에서는 CARR(Committed ARR, 약정 연간 반복 매출)를 일반 ARR로 둔갑시켜 발표하는 수법이 유행하고 있다. 스티븐슨은 세계적인 펀드들이 이러한 부정직한 지표를 뒷받침하며 언론 보도를 통해 시장을 기만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CARR는 계약은 체결했지만 아직 제품 도입이나 온보딩이 완료되지 않은 매출까지 포함하는 훨씬 느슨한 지표다. 실제 현장에서는 CARR가 실제 ARR보다 70%나 높게 측정되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심지어 한 유명 엔터프라이즈 AI 스타트업은 ARR 1억 달러 돌파를 대대적으로 홍보했으나, 실제 결제 고객은 극소수에 불과했다. 나머지 수치는 아직 배포조차 되지 않은 미배포 계약 건으로 채워진 숫자였다. 더 심각한 것은 1년짜리 무료 파일럿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도 이를 ARR에 포함시킨 사례까지 발견되었다는 점이다. 제품이 실제로 구현되어 고객이 가치를 느끼기 전까지는 계약이 언제든 취소될 수 있음에도 이를 확정 매출처럼 포장한 셈이다.

마케팅 자료와 실제 장부의 괴리도 심각한 수준이다. 한 기업의 경우 외부 홍보물에는 ARR 5,000만 달러라고 기재했지만, 실제 내부 장부상 수치는 4,200만 달러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약 800만 달러의 차이가 발생했지만, 일부 투자자와 운영진은 AI 산업의 폭발적인 성장 속도를 고려하면 이 정도는 단순한 반올림 오차 수준이라고 치부하며 묵인했다. 투자자들은 포트폴리오 회사가 런어웨이 위너(Runaway Winner, 압도적 승자)라는 서사를 만들기 위해 이러한 숫자 뻥튀기를 방조하거나 오히려 권장하는 분위기다. 특히 전통적인 성장 곡선이 아니라 1에서 20, 100으로 수직 상승해야 한다는 압박이 이러한 기만적인 지표 산출을 부추기고 있다. 커뮤니티에서는 실질적인 제품 경쟁력보다 PR용 지표 관리에 매몰된 AI 붐의 민낯이라는 비판이 뜨겁다.

GAAP 회계 기준과 '런레이트'의 위험한 간극

GAAP(Generally Accepted Accounting Principles, 일반적으로 인정된 회계원칙)은 이미 수집된 과거의 매출에만 집중한다. 반면 최근 AI 스타트업들이 전면에 내세우는 지표들은 미래에 들어올 돈을 현재의 성과로 둔갑시키는 경향이 강하다. 대표적인 것이 CARR(Committed ARR, 계약 체결 매출)이다. 이는 계약서는 썼지만 아직 온보딩(Onboarding, 서비스 도입 과정)조차 완료되지 않은 고객의 매출까지 모두 포함하는 지표다. 개발자 커뮤니티에서는 이를 두고 실제 구현 가능성을 무시한 위험한 계산법이라는 논쟁이 뜨겁다. 도입 과정이 예상보다 길어지거나 기술적 결함으로 실패할 경우, 계약된 매출은 실제 수입으로 이어지지 않고 그대로 취소될 위험이 상존하기 때문이다. 특히 엔터프라이즈급 솔루션일수록 도입 단계에서 요구사항 충돌로 계약이 파기되는 경우가 많아 CARR의 거품은 더 심해진다.

더욱 논란이 되는 지점은 연간 런레이트(Annualized run-rate revenue) 방식의 적용이다. 이는 특정 짧은 기간의 매출을 단순히 12개월로 확장하여 계산하는 방식으로, 일시적인 매출 급증을 연간 성과로 포장하는 수단으로 쓰인다. 특히 많은 AI 서비스가 채택하고 있는 사용량 기반 과제(Usage-based pricing) 모델에서는 이러한 계산법이 더욱 치명적이다. 사용량에 따라 매출이 널뛰는 구조 특성상, 예측 가능한 계약 기반의 ARR(Annual Recurring Revenue, 연간 반복 매출)을 산출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기업들은 특정 시점의 고점을 기준으로 런레이트를 산정해 시장에 공개하며 성장 신화를 만들어낸다. 이는 실제 현금 흐름과는 무관한 산술적 유희에 가깝다는 비판이 지배적이다.

현장에서는 실제 ARR과 CARR 사이의 간극이 70% 이상 벌어지는 사례가 공유되며 경계심이 높아지고 있다. 겉으로는 1억 달러 이상의 ARR을 달성했다고 발표하지만, 실제 결제 고객이 내는 돈은 그 극히 일부에 불과한 경우가 허다하다는 지적이다. 일부는 심지어 1년짜리 무료 파일럿 프로그램을 ARR에 포함시키는 과감한 수법까지 동원하며, 고객이 나중에 더 적은 금액을 결제하는 다운셀(Downsell, 구매 금액 축소) 가능성조차 계산에서 제외한다. 투자자들은 내부 장부를 통해 이러한 수치 왜곡을 인지하고 있음에도, AI 산업의 폭발적인 성장 속도라는 명분 아래 이를 묵인하거나 오히려 권장하는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다. 결국 전통적인 회계 기준과 AI 시대의 변칙적 지표 사이의 괴리는 기업의 실질적인 생존 능력을 가리는 가림막이 되고 있다.

'1에서 100으로'라는 압박이 만든 AI 버블의 민낯

지금 AI 스타트업 생태계는 1에서 20, 그리고 100으로 이어지는 비현실적인 성장 궤적을 증명하라는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제너럴 캐탈리스트(General Catalyst, 글로벌 벤처캐피털)의 헤만트 타네자 CEO는 과거의 점진적 성장은 더 이상 의미가 없으며, 압도적인 속도로 시장을 장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성장 지상주의는 단순히 기업의 목표치를 높이는 수준을 넘어,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생존 전략으로 변질되었다. 개발자 커뮤니티와 투자 업계에서는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수치 왜곡이 단순한 실수를 넘어선 구조적 문제라고 지적한다. 밸류에이션이 천정부지로 치솟을수록 수치를 부풀려야 하는 유인은 강력해지며, 셀레스타 캐피털(Celesta Capital, 딥테크 전문 VC)의 마이클 마크스 파트너는 바로 이 지점이 시장의 왜곡을 불러오는 핵심 동력이라고 분석한다.

이러한 현상의 중심에는 ARR(연간 반복 매출)이라는 지표의 오남용이 있다. 법률 소프트웨어 기업 클리오(Clio)는 지난해 가을 기업 가치 50억 달러를 인정받으며 시장의 주목을 받았는데, CEO 잭 뉴턴은 VC들이 포트폴리오 회사의 수치 부풀리기를 묵인하거나 방조하는 현실을 강하게 비판했다. 실제로 많은 스타트업이 아직 온보딩조차 되지 않은 계약 매출을 ARR에 포함하는 CARR(계약된 연간 반복 매출) 방식을 사용하면서도 이를 구분 없이 ARR로 발표하고 있다. 투자자들은 이러한 수치 조작을 인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포트폴리오가 시장의 압도적 승자로 비춰지길 원하기 때문에 침묵을 선택한다. 이는 업계 전반에 걸쳐 '우리만 정직하게 보고하면 뒤처진다'는 잘못된 신호를 확산시키고 있다.

부풀려진 매출 발표는 곧 '압도적 승자'라는 내러티브를 만들어낸다. 화려한 수치는 우수한 인재를 끌어모으는 강력한 자석이 되고, 이는 다시 후속 투자를 유치하는 선순환 구조로 이어진다. 하지만 이 선순환은 실질적인 비즈니스 성장이 아닌, 숫자의 마술 위에 세워진 사상누각일 가능성이 높다. 커뮤니티에서는 이러한 행태가 결국 시장의 신뢰를 무너뜨리고, 거품이 꺼질 때 가장 먼저 타격을 입는 것은 실무자와 개발자들이라는 우려가 팽배하다. VC의 묵인 하에 진행되는 이러한 수치 조작은 단순히 기업의 가치를 속이는 행위를 넘어, 건강한 기술 생태계의 토양을 갉아먹는 시장 왜곡의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