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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억 달러라는 거액의 배상금 판결이 내려졌다. 윌리엄 알섭(William Alsup) 판사는 앤스로픽(Anthropic)이 AI 모델 학습 과정에서 작가들의 저작물을 무단으로 사용한 것에 대해 이 같은 배상 명령을 내렸다. 주목할 점은 판결의 핵심이 'AI 학습' 그 자체가 아니었다는 사실이다. 알섭 판사는 앤스로픽의 AI 학습 행위는 적법하다고 판단했다. 문제가 된 것은 학습 데이터를 확보하기 위해 불법 온라인 섀도우 라이브러리(Shadow Libraries)에서 도서를 복제해 가져온 '해적판 이용' 행위였다.
법원은 LLM(대규모 언어 모델)이 수조 개의 단어를 섭취하는 과정을 작가가 문학을 공부하는 과정에 비유했다. AI가 기존 저작물을 단순히 복제하거나 대체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이를 통해 새로운 무언가를 창조하기 위해 학습했다면 이는 저작권법상 허용될 수 있다는 논리다. 즉, 저작물을 '복제(Copying)'하는 것과 저작물을 '경험하고 읽는(Reading/Consuming)' 행위를 구분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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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판결은 AI 기업들이 직면한 저작권 리스크의 축이 '학습 여부'에서 '데이터 수집 경로'와 '시장 경쟁 관계'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현재 미국 저작권법은 1976년에 제정된 기준을 따르고 있어, AI라는 새로운 기술적 환경을 온전히 담아내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법원은 '공정 이용(Fair Use)' 원칙, 즉 저작물을 얼마나 '변형적(Transformative)'으로 사용했는지를 기준으로 개별 사건을 판단하는 흐름이다.
학습의 목적이 원작자와 직접적으로 경쟁하는 제품을 만드는 것이라면 법원은 이를 부정적으로 보는 경향이 강하다. 톰슨 로이터(Thomson )가 로스 인텔리전스(Ross Intelligence)를 상대로 낸 소송이 대표적이다. 로스 인텔리전스는 로이터의 콘텐츠를 복제해 경쟁 관계에 있는 AI 기반 법률 플랫폼을 구축했다. 스테파노스 비바스(Stephanos Bibas) 판사는 이 사례에서 AI 모델의 목적이 원작자의 서비스와 직접적으로 경쟁하며, 새로운 목적이나 성격이 부족하다고 판단해 공정 이용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반면 일반적인 챗봇처럼 광범위한 지식을 학습해 범용적인 도구를 만드는 경우는 '변형적 사용'으로 인정받을 가능성이 높다. AI 기업 입장에서는 15억 달러라는 배상금이 막대해 보이지만, 2028년까지 연간 매출 2,000억 달러를 전망하는 시장 규모를 고려하면 수집 경로만 투명하게 관리함으로써 얻는 법적 안정성의 가치가 더 크다고 판단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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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AI 실무자와 기업이 주목해야 할 지점은 데이터셋 구축 단계의 '출처 검증'이다. 단순히 인터넷에 공개된 데이터라고 해서 모두 사용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그 데이터가 불법 복제물(해적판)인지, 혹은 유료 장벽을 무단으로 넘은 데이터인지를 가려내는 프로세스가 필수적이다. 학습 행위 자체가 면죄부를 받더라도, 수집 경로의 불법성이 확인되면 앤스로픽 사례처럼 막대한 징벌적 배상 책임이 따를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개발 중인 AI 서비스가 특정 저작권자의 시장을 직접적으로 대체하는 '경쟁 모델'인지 확인해야 한다. 특정 분야의 전문 데이터를 학습시켜 해당 분야 전문가의 수익 모델을 직접적으로 위협하는 서비스를 출시할 경우, 법원은 이를 '변형적 사용'이 아닌 '시장 침해'로 해석할 가능성이 높다.
AI 생성 콘텐츠의 저작권 인정 여부 역시 변수다. 탤러 대 펄머터(Thaler v. Perlmutter) 사건에서 법원은 100% AI가 생성한 저작물은 저작권 보호 대상이 아니라고 판결했다. 결국 기업은 데이터 수집의 적법성을 확보하는 동시에, AI가 생성한 결과물에 인간의 기여도를 어떻게 증명하고 결합할 것인지에 대한 운영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