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 종료와 인력 이동의 실체
9월 14일은 AI 워크플로우 자동화 도구 릴레이(Relay)의 유료 고객 서비스가 완전히 종료되는 날이다. 무료 사용자들은 이미 지난 8월 15일에 접근 권한을 잃었다. 2021년 '제2의 재피어(Zapier)'를 목표로 시장에 진입했던 릴레이는 지난 7월 서비스 종료를 처음 알린 뒤 단계적으로 셧다운 절차를 밟고 있다.
구글 크롬의 제품 담당 부사장(VP of Product) 자리는 릴레이의 창업자이자 CEO였던 제이콥 뱅크(Jacob Bank)가 다시 맡게 된다. 그는 크롬의 제품 팀과 개발자 관계(Developer Relations) 팀을 동시에 이끌 예정이다. 뱅크는 과거 구글이 스케줄링 앱 타임풀(Timeful)을 인수하면서 2015년에 처음 구글에 합류했던 인물이다. 이후 지메일(Gmail), 구글 캘린더, 구글 챗의 제품 리드를 역임하며 구글의 생산성 도구 생태계를 경험했다.
문서 초안 작성이나 카피 에디팅, 프로젝트 관리 같은 반복적인 업무를 자동화하던 릴레이의 기능적 지향점은 이제 크롬 브라우저 내부로 옮겨간다. 뱅크는 자신의 SNS를 통해 크롬이 '에이전트와 협업하기에 완벽한 장소'라고 언급하며, 브라우저 내에서 AI를 통해 업무를 완결 짓는 야심 찬 계획이 있음을 시사했다.
브라우저 기반 AI 에이전트로의 흐름
10억 명의 사용자를 확보한 제미나이(Gemini)의 확산은 구글의 사용자 경험(UX) 전략을 브라우저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하고 있다. 이미 제미나이는 구글 검색의 전면부를 바꿨으며, 크롬 브라우저 내에서도 선택적 어시스턴트 형태로 통합되어 작동 중이다. 이번 릴레이 인력 영입은 단순한 인재 확보를 넘어, 브라우저 자체를 AI 에이전트의 실행 플랫폼으로 만들겠다는 채택 전략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기존의 AI 자동화 시장이 서로 다른 앱과 앱을 연결하는 '커넥터' 방식에 집중했다면, 구글은 사용자가 모든 웹 활동을 수행하는 '브라우저'라는 접점에 AI 에이전트를 직접 배치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릴레이가 추구했던 워크플로우 자동화 능력이 크롬이라는 거대 인터페이스와 결합할 경우, 사용자는 별도의 자동화 툴을 거치지 않고 브라우저 내에서 즉각적으로 반복 업무를 처리할 수 있게 된다.
투자나 시장 경쟁 관점에서 보면, 이는 독립적인 AI 자동화 스타트업들이 직면한 생존 위협을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하다. 특정 기능에 특화된 AI 도구가 브라우저나 OS 같은 기본 플랫폼의 기본 기능으로 흡수되는 '플랫폼 내재화' 흐름이 가속화되고 있다. 릴레이의 종료와 구글 합류는 이러한 흐름 속에서 개별 서비스보다 플랫폼 통합의 효율성이 더 높다는 판단이 작용한 결과다.
AI 실무자가 관찰해야 할 변화
한국의 AI 서비스 개발자와 기업 실무자가 주목해야 할 지점은 '인터페이스의 주도권' 변화다. 그동안 많은 AI 서비스가 독립적인 웹 페이지나 앱 형태로 제공되었으나, 이제는 사용자가 머무는 브라우저 환경 자체에서 에이전트가 어떻게 작동하는지가 핵심 경쟁력이 된다. 특히 뱅크가 이끌게 될 '개발자 관계 팀'의 행보는 크롬 브라우저가 외부 AI 에이전트들에게 어떤 API나 실행 환경을 제공할지를 결정하는 신호가 될 것이다.
앞으로 관찰해야 할 구체적인 지표는 크롬의 업데이트 내역 중 '에이전트 협업'과 관련된 기능 공개 시점이다. 브라우저가 단순한 뷰어(Viewer)를 넘어 업무를 대신 수행하는 실행기(Executor)로 진화한다면, 기존의 SaaS 자동화 도구들이 가졌던 연결 가치는 낮아질 수밖에 없다. 실무자들은 자사 서비스가 브라우저 내장 AI 에이전트와 어떻게 공존하거나 통합될 수 있을지, 혹은 브라우저 레벨의 자동화가 대체할 수 없는 고유의 전문 영역이 무엇인지 재정의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