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금과 참여 투자자가 보여주는 신호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AI는 연구소나 거대 IT 기업의 전유물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동네 식당조차 AI를 말하지 않으면 뒤처진다는 느낌을 받을 만큼 기술의 확산 속도가 빨라졌다. 샌드위치 전문점인 Jersey Mike's는 기업공개(IPO, 주식 시장에 처음 진출하는 것)를 위해 제출한 상장 서류(S-1)에 인공지능(AI)이라는 단어를 총 22번이나 적어 넣었다.

상장 서류는 회사가 투자자들에게 사업 모델의 강점과 잠재적 위험 요소를 투명하게 알리는 공식 문서이며, 기업의 미래 가치를 판단하는 핵심 지표가 된다. Jersey Mike's는 이 문서 전체에서 'artificial intelligence'와 그 약어인 'AI'라는 표현을 반복해서 사용했다. 샌드위치를 파는 가게가 AI를 이토록 많이 언급한 것은 현재 시장의 투자자들이 AI 기술에 얼마나 강력한 갈망을 가지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정작 기술적인 구현 내용은 매우 빈약하다. 회사는 투자자 위험 경고 섹션에 "비즈니스에 AI 기술을 사용하기 시작했다"는 짧은 문구 하나를 넣었을 뿐이다. 구체적으로 어떤 AI 도구를 도입했는지, 그로 인해 어떤 실질적인 위험이 발생하는지에 대한 상세 설명은 전혀 제공하지 않았다. 사실상 구체적인 계획 없이 AI라는 단어로 주의를 끄는 수준에 그쳤다.

단순히 단어 횟수를 늘려 기대감을 높이는 것과 실제 기술로 사업 가치를 만드는 것은 완전히 다른 문제다. 투자자들은 이제 AI라는 이름의 화려한 포장지와 그 안에 담긴 실질적인 구현 내용을 냉정하게 구분하는 기준을 가져야 한다.

식품 업계의 AI 도입 실패 사례로 Starbucks의 재고

112번이라는 숫자는 데이터가 현대 비즈니스에서 얼마나 당연한 요소인지 보여준다. 저지 마이크스는 상장 서류인 S-1(기업이 주식 시장에 처음 진입할 때 제출하는 기업 설명서)에서 데이터라는 단어를 112회, 소프트웨어는 52회 언급했다. 가맹점을 관리하는 프랜차이즈 본사 입장에서 전국에 퍼진 수많은 매장의 매출과 재고 상태를 실시간으로 파악하려면 디지털 도구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프랜차이즈 운영사로서 각 매장의 효율을 극대화하기 위해 소프트웨어와 데이터라는 도구를 활용하는 것은 지극히 상식적인 경영 활동이다. 이는 최신 기술을 통해 기업 가치를 높이려는 전략적 선택이라기보다, 현대의 비즈니스가 작동하는 가장 기본적인 방식에 의존하고 있음을 증명하는 수치다.

기본적인 계산조차 틀린 도구는 오히려 운영에 치명적인 독이 된다. 스타벅스는 최근 숫자를 제대로 세지 못하는 AI 재고 관리 도구를 출시했다가 결국 폐기했다. 재고 관리 도구는 매장에 남은 우유나 원두 같은 재료의 양을 정확히 파악해 부족한 품목을 자동으로 주문하는 시스템이다. 만약 AI가 셈을 틀려 재료를 너무 적게 주문해 품절 사태가 나거나, 반대로 너무 많이 주문해 식재료를 대량으로 폐기하게 된다면 매장 운영은 순식간에 마비된다. 정확한 수치 계산이라는 기본기가 결여된 AI는 효율이 아니라 오히려 비용과 혼란만 가중시킨다. 이는 식품 비즈니스 현장에서 검증되지 않은 AI를 성급하게 도입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실제 재난 사례로 꼽힌다.

샌드위치 전문점 저지 마이크스가 상장 서류에 AI를 22번이나 적어 넣었다. 정작 내용은 구체적인 기술 구현 없이 AI를 쓰기 시작했다는 상투적인 위험 고지가 전부였다. 챗GPT 이후 모든 산업에 AI라는 이름표가 붙는 유행이 샌드위치 가게의 서류에까지 닿은 모습이다.

이제는 AI라는 화려한 포장지보다 그 안에 담긴 실질적인 가치를 구분하는 눈이 필요하다. 기술의 이름이 아니라 현장의 문제를 실제로 해결하고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 하이프와 혁신을 가르는 유일한 기준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