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규모와 성장 속도

기업가치 약 12억 달러(약 1.6조 원)를 인정받는 시리즈 B 투자 논의가 진행 중이다. 벤처캐피털 8VC가 주도하는 이번 라운드는 XDOF가 스텔스 모드에서 벗어난 지 3개월이 채 되지 않은 시점에 추진되고 있다. 지난 6월 Thrive Capital, Andreessen Horowitz, Lux, Spark Capital 등이 참여한 7,000만 달러 규모의 시리즈 A 투자를 받은 직후라 이례적으로 빠른 자금 조달 속도다.

급격한 밸류에이션 상승의 근거는 매출 성장세에 있다. XDOF의 연간 환산 매출은 현재 5,000만 달러(약 680억 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회사는 시리즈 A 이후 빠른 재조달 계획이 없었으나, 성장 지표를 확인한 VC들이 먼저 투자 제안을 건네며 이번 라운드가 성사됐다.

UC 버클리 연구진인 필립 우(Philipp Wu) CEO와 프레드 셴투(Fred Shentu) CTO가 2024년 설립한 이 회사는 로봇이 스스로 학습할 수 있도록 돕는 실세계 원격 제어(Teleoperation) 데이터 수집에 특화되어 있다. 현재 프런티어 AI 연구소들을 포함해 총 20개의 고객사와 협력 중이다.

물리적 AI의 병목: 데이터 공급망

이번 투자가 주목받는 이유는 로봇 산업의 고질적인 '데이터 기근' 문제를 해결하려는 접근 방식 때문이다. 거대언어모델(LLM)이 인터넷상의 방대한 텍스트 데이터를 통해 학습한 것과 달리, 물리적 로봇은 참고할 수 있는 표준화된 실세계 데이터셋이 없다. 이 지점이 범용 로봇 구현의 결정적인 병목 구간으로 작용해 왔다.

XDOF는 스스로를 로봇 업계의 '스케일 AI(Scale AI)' 혹은 '머코(Mercor)'로 정의한다. AI 붐의 배후에서 데이터 라벨링을 통해 성장을 견인한 기업들처럼, 로봇 기업이나 AI 랩이 직접 구축하기 어려운 데이터 파이프라인, 수집 도구, 어노테이션 시스템을 외주 형태로 공급하는 전략이다.

데이터 수집 방식은 두 가지 축으로 움직인다. 먼저 저비용 원격 제어 시스템인 'GELLO'를 통해 사람이 로봇 팔을 원격으로 조종하며 학습 데이터를 생성한다. 여기에 더해 사람이 직접 센서를 착용하고 옷을 접거나 상자를 펴는 등의 일상 작업을 수행하는 '에고센트릭(Egocentric)' 데이터 수집을 결합한다. 이를 통해 UC 버클리 AI 연구소와 협력하여 역대 최대 규모의 고품질 로봇 훈련 데이터셋인 'ABC'를 공개할 계획이다.

현재 시장에서는 Mecka AI 같은 데이터 수집 스타트업뿐 아니라, 기존 LLM 데이터 플랫폼이었던 스케일 AI와 Micro1 등이 로봇 데이터 영역으로 확장하며 경쟁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로봇 실무자가 주목할 변화

모델 아키텍처의 개선보다 '고품질 데이터의 확보 경로'가 제품의 성능을 결정하는 단계로 진입했다. 특히 이번 사례는 단순히 데이터를 모으는 것을 넘어, 원격 제어자와 센서 착용 운영자로 구성된 글로벌 데이터 수집 팀을 직접 고용하고 훈련시키는 '인적 인프라'가 곧 경쟁력이 되는 구조를 보여준다.

한국의 로봇 및 AI 개발사들이 관찰해야 할 지점은 데이터 수집의 외주화 가능성이다. 자체적으로 데이터 수집 환경을 구축하는 비용과 시간보다, XDOF와 같은 전문 공급망을 통해 정제된 데이터셋을 구매하는 것이 도입 시점을 앞당기는 선택지가 될 수 있다.

향후 관전 포인트는 'ABC' 데이터셋의 공개 범위와 실제 범용 로봇의 성능 향상 간의 상관관계다. 물리적 AI의 성능이 모델의 크기가 아닌, 얼마나 다양하고 정확한 인간의 움직임 데이터가 투입되었느냐에 따라 갈리는 흐름이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