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서 요리도 하고 청소도 하며 회계 장부까지 쓰는 사람이 있다고 생각해보자. 처음에는 잘하겠지만 시간이 흐르면 요리하다가 갑자기 청소기를 돌리거나 장부에 소금을 뿌리는 실수를 할지도 모른다. 너무 많은 일을 한꺼번에 기억하려다 보니 머릿속이 엉키는 것이다.

Gemini CLI에 들어온 작은 전문가들

Google의 Gemini CLI(명령어를 입력해 컴퓨터를 조종하는 도구)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서브에이전트라는 기능을 넣었다. 서브에이전트는 특정 분야만 아주 잘하는 작은 AI 전문가라고 보면 된다. 이들은 Markdown(글을 쉽게 쓰게 도와주는 양식)이나 YAML(설정 내용을 정리해 적는 방식)이라는 간단한 메모 파일로 정의된다.

사용자는 이 파일을 통해 AI에게 어떤 도구를 쓰고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미리 정해줄 수 있다. 이렇게 만든 전문가는 개인 설정 폴더(~/.gemini/agents)에 넣어 혼자 쓰거나, 프로젝트 공유 폴더(.gemini/agents)에 넣어 팀원들과 함께 쓸 수 있다. 이제 메인 AI는 모든 일을 직접 하지 않고 적절한 전문가에게 일을 나누어 주는 지휘자 역할을 한다.

기억의 방을 나누어 효율을 높이는 방법

왜 굳이 AI를 여러 명으로 나누어 쓰는 것일까. AI는 한 번에 기억할 수 있는 정보의 양인 컨텍스트 윈도우(AI가 한 번에 기억할 수 있는 메모장)가 정해져 있다. 여기에 너무 많은 정보가 들어가면 정작 중요한 내용을 잊어버리거나 엉뚱한 대답을 하는 컨텍스트 폴루션(정보가 너무 많아 AI가 헷갈리는 현상)이 발생한다.

비유하자면 책상 위에 서류를 너무 많이 쌓아두어 정작 필요한 종이를 못 찾는 것과 같다. 서브에이전트는 각자 독립된 방에서 자기 일만 처리한 뒤 최종 결과만 요약해서 메인 AI에게 전달한다. 이렇게 하면 메인 AI의 책상은 항상 깨끗하게 유지되며 대답 속도와 정확도가 올라간다. 결국 정보의 오염을 막아 더 똑똑한 결과물을 내놓게 된다.

동시에 여러 일을 처리하는 팀워크

이 시스템의 진짜 힘은 여러 전문가를 동시에 움직이는 병렬 실행(여러 일을 한꺼번에 처리하는 방식)에서 나온다. 예를 들어 다섯 가지의 서로 다른 주제를 조사해야 할 때, 다섯 명의 서브에이전트를 동시에 투입해 결과를 한 번에 받아낼 수 있다. 혼자서 순서대로 처리하던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셈이다.

사용자는 @ 기호를 사용해 특정 전문가를 직접 부를 수도 있다. 코드베이스 인베스티게이터(코드의 구조를 분석해 버그를 찾는 전문가) 같은 기본 전문가를 불러 복잡한 프로그램의 문제를 빠르게 찾아내게 시키는 식이다. 다만 여러 전문가가 동시에 같은 파일을 수정하면 내용이 겹치거나 지워지는 충돌이 생길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하지만 적절히 활용한다면 거대한 프로젝트도 순식간에 분석하고 개선할 수 있다.

AI는 이제 똑똑한 개인 비서를 넘어 체계적으로 움직이는 전문 회사처럼 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