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프란시스코의 AI 네이티브 스타트업 사무실을 방문하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텅 빈 PM(제품 관리자)의 자리다. 최근 관찰된 5개 기업 중 전담 PM을 둔 곳은 단 한 곳뿐이었으며, 이는 40명 규모의 조직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과거에는 엔지니어가 개발에 집중하고 PM이 고객의 요구사항을 정리해 전달하는 구조였으나, 이제는 엔지니어가 직접 고객과 대화하며 제품의 의사결정을 처음부터 끝까지 소유하는 방식으로 운영 모델이 완전히 바뀌었다. PM이라는 직무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엔지니어링과 디자인 역량 속으로 자연스럽게 흡수되고 있는 셈이다.
기술 스택의 수렴과 Slack의 역할 변화
기업들이 사용하는 도구는 Slack(업무용 메신저), Claude Code(Anthropic이 제공하는 터미널 기반 코딩 에이전트), GitHub(코드 저장소), Codex(코드 제안 모델), 그리고 Linear(이슈 추적 도구)로 빠르게 수렴하고 있다. 특히 Slack은 단순한 대화 창을 넘어 에이전트 오케스트레이션의 핵심 허브로 진화했다. 이모지 반응만으로 티켓이 생성되고, 봇이 고객 이슈를 분류하며, 에이전트가 스레드에 태그되는 즉시 수정 작업에 착수한다. 6개월 전만 해도 모든 대화의 중심에 있던 Cursor(AI 기반 코드 에디터)는 이제 산발적으로 언급될 뿐이며, 엔지니어들은 Claude Code 환경에서 직접 생활하며 코드를 작성하고 있다.
기능 공장의 유혹과 전략적 제약
예전에는 기획부터 배포까지 수주가 걸리던 작업이 이제는 하루 만에 구현 가능해졌다. 하지만 이러한 속도는 오히려 독이 되기도 한다. 모든 요청을 즉시 구현하려는 기능 공장(feature factory)의 유혹이 기업의 가장 큰 전략적 리스크로 부상했기 때문이다. 이를 방어하기 위해 일부 기업은 엄격한 제약을 도입했다. 예를 들어, 에이전트가 JSON(데이터 교환 형식)을 통해 기존 기능의 설정만 변경할 수 있게 하고, 새로운 애플리케이션 코드 생성은 원천 차단하는 식이다. 실행 비용이 제로에 가까워진 시대에는 무엇을 만들지 결정하는 취향(taste)이 곧 기업의 해자(moat)가 된다.
조직 전반의 역량 확대와 실험의 복리 효과
개발자가 아닌 직군들도 AI를 통해 업무 방식을 완전히 재정의하고 있다. 회계팀은 MCP(모델 컨텍스트 프로토콜, AI가 외부 데이터와 통신하는 표준 규격)를 활용해 직접 데이터베이스를 쿼리하고, Chief of Staff(비서실장 격의 전략 기획자)는 30분 만에 마케팅 자료를 제작한다. 특히 그로스 PM이 이틀 만에 Meta Ads(메타 광고 플랫폼) 파이프라인 전체를 구축하는 사례는 AI가 엔지니어만을 위한 도구가 아님을 증명한다. 한 팀은 실제 고객 피드백을 받기 전, 다양한 페르소나를 연기하는 AI 에이전트를 통해 제품 스트레스 테스트를 수행한다. 이러한 방식은 단일 실험의 속도를 높일 뿐만 아니라, 여러 실험을 병렬로 진행하게 함으로써 지식이 복리로 축적되는 효과를 낳는다.
6개월 뒤 우리 코드베이스에는 AI 에이전트가 Slack 스레드에서 직접 PR을 생성하고, 비개발 직군이 MCP를 통해 실시간 데이터를 분석하는 환경이 기본값이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