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새벽 3시, 3만 명 규모 기업의 급여 지급 시스템을 지탱하는 cron job(정해진 시간에 자동으로 작업을 수행하는 도구)이 어김없이 작동한다. 코드 상단에는 'Ben에게 물어볼 것'이라는 주석이 달려 있지만, Ben은 이미 조직에 없다. 이 복잡한 레거시(과거에 만들어져 현재까지 운영되는 시스템)를 유지하는 것은 Sara라는 이름의 엔지니어다. 그녀는 1998년부터 이어진 도제식 교육의 산물이자, 조직이 존재조차 잊은 보이지 않는 운영 지식의 보관소다. 하지만 경영진은 이 시스템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누가 그것을 붙들고 있는지 알지 못한다.
AI 도입을 명분으로 한 인력 구조조정의 실체
최근 기술 업계의 의사결정권자들은 AI를 생산성 향상의 증거로 내세우며 대규모 인력 감축을 단행하고 있다. CEO들은 오프사이트 회의에서 에이전트(AI가 스스로 판단해 작업을 수행하는 소프트웨어)가 14분 만에 기능 전체를 작성하는 데모를 보고받는다. 이를 근거로 이사회에 엔지니어링 조직의 30%를 감축하겠다는 계획을 보고한다. Goodhart’s Law(지표가 목표가 되는 순간 지표로서의 가치를 잃는 현상)에 따라 속도 지표, 스토리 포인트, 테스트 커버리지 같은 수치들이 실제 품질을 대체한다. 경영진은 주니어가 적응하고 재교육받아 다른 곳으로 이동할 것이라 낙관하지만, 현실은 주니어가 시니어로 성장하는 도제식 파이프라인 자체가 끊어지는 결과로 이어진다.
도제식 성장의 단절과 시스템의 취약성
예전에는 코드 리뷰가 시니어의 혹독한 검토를 통해 주니어의 성장을 돕는 핵심 과정이었다. 이제는 산출량 최적화라는 명목 아래 코드 리뷰와 도제식 성장이 비용 절감의 대상으로 전락했다. DORA 지표(소프트웨어 개발 성과를 측정하는 4가지 핵심 지표)를 도입하며 도구 추가에만 급급한 조직들은 정작 오류를 잡아낼 사람들을 밀어내고 있다. 오류를 잡는 법을 배우지 못한 조직의 코드베이스는 시간이 갈수록 취약해진다. 2014년 Peter Welch가 지적했던 'Programming Sucks'의 상황보다 더 심각한 것은, 이제는 그 문제를 해결할 사람조차 길러내지 못하는 구조적 결함이다.
탐욕이 가져온 보이지 않는 시스템의 붕괴
결국 기술 업계가 직면한 위기는 AI라는 기술 자체가 아니라, 단기 성과주의와 탐욕이 빚어낸 인적 자본의 파괴다. Sara는 오늘도 본사에서 떨어진 곳에서 USB 스틱에 담긴 복사본을 이용해 시스템을 재가동한다. 그녀가 사라지는 순간, 3년 전 이미 죽어버린 인재 양성 시스템 때문에 대체자를 찾을 방법은 없다. 기술은 도구일 뿐, 그 도구를 운용하는 조직의 지식 체계가 무너지면 시스템은 멈춘다. 기업들이 AI라는 가면을 쓰고 미래의 숙련도를 팔아치우는 동안, 보이지 않는 곳에서 회사를 지탱하던 기반은 서서히 불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