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x. 마이크로소프트가 TypeScript(자바스크립트에 타입을 추가한 언어) 컴파일러를 Go(구글이 만든 효율적인 시스템 언어)로 재작성하며 달성한 속도 향상 수치다. 기존의 도구를 완전히 갈아엎어 성능을 열 배 끌어올린 셈이다. 그런데 이러한 변화는 단순한 최적화가 아니라 AI가 어려운 언어를 다루는 능력이 임계점을 넘었음을 시사한다.
AI의 시스템 언어 정복과 구체적 성과
Claude Opus 4.7, GPT-5.5, Gemini 3.1, DeepSeek V4는 최근 몇 주 사이에 SWE-bench Verified(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 능력을 측정하는 벤치마크)에서 모두 80% 이상의 정답률을 기록했다. AI 모델들이 동시성 버그나 레이스 컨디션(두 개 이상의 프로세스가 공유 자원에 동시에 접근해 발생하는 오류), 아키텍처 결함 같은 시스템 수준의 문제를 계획 단계에서 식별하고 최적화하기 시작한 결과다.
Anthropic(앤스로픽)의 연구원 니콜라스 칼리니는 16개의 Claude 에이전트를 병렬로 운용해 Rust(메모리 안전성과 성능을 동시에 잡은 시스템 언어)로 작성된 프로덕션급 C 컴파일러(C 언어 코드를 기계어로 변환하는 프로그램)를 구축했다. 10만 줄의 코드로 구성된 이 컴파일러는 x86, ARM, RISC-V(컴퓨터 프로세서 설계 방식) 환경의 Linux(오픈 소스 운영체제 커널) 6.9 버전을 부팅시키며, QEMU, FFmpeg, SQLite, PostgreSQL, Redis 같은 주요 오픈 소스 소프트웨어를 컴파일한다. 투입된 비용은 약 2,000회의 Claude Code 세션을 통해 2만 달러 미만으로 집계되었다.
Rust 전문가 스티브 클랩닉은 Claude를 이용해 2주 만에 Rue라는 새로운 시스템 언어를 만들었으며, 이때 약 7만 줄의 Rust 코드가 작성되었다. Ladybird 브라우저의 제작자 안드레아스 클링 역시 Claude Code와 Codex(AI 코딩 모델)를 통해 자바스크립트 엔진을 C++에서 Rust로 2주 만에 포팅(다른 환경으로 옮기는 작업)했다. 2만 5천 줄의 Rust 코드로 구현된 이 엔진은 6만 5천 개 이상의 테스트를 통과하며 기존 C++ 버전과 완전히 동일한 동작을 보였다.
파이썬 생태계의 Rust화와 개발 패러다임의 변화
예전에는 개발 속도를 위해 Python(데이터 분석과 AI에 널리 쓰이는 언어)이나 JavaScript(웹 브라우저에서 실행되는 언어)를 선택하고 성능 최적화는 나중으로 미루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반면 최근의 파이썬 생태계는 겉모습만 파이썬일 뿐 내부 핵심은 Rust로 대체되는 경향이 뚜렷하다. pydantic(데이터 검증 라이브러리), Polars(빠른 데이터 처리 라이브러리), Hugging Face tokenizers(텍스트 토큰화 도구), orjson(빠른 JSON 처리 라이브러리)의 핵심 코어는 모두 Rust로 작성되었다. JetBrains의 2025년 파이썬 설문조사에 따르면 파이썬 바이너리 확장 도구에 Rust를 사용하는 비율은 1년 만에 27%에서 33%로 상승했다.
인프라 도구들의 변화는 더 급격하다. Astral(파이썬 도구 개발사)이 만든 ruff, uv, ty는 모두 Rust로 작성되어 수억 건의 월간 다운로드를 기록 중이다. OpenAI는 uv가 Codex의 컴퓨팅 시간을 매주 약 100만 분 절약한다는 이유로 Astral을 인수했다. Anthropic 역시 Bun(빠른 자바스크립트 런타임)을 인수하며 AI 주도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을 위한 필수 인프라로 정의했다. Rolldown-Vite(Rust 기반 번들러)는 GitLab의 빌드 시간을 2.5분에서 40초로 단축하고 메모리 사용량을 100배 줄였다.
개발자가 체감하는 가장 큰 변화는 기여의 단위가 패치(부분 수정)에서 포트(언어 전체 전환)로 바뀌었다는 점이다. Flask(파이썬 웹 프레임워크) 제작자 아민 로나커는 Rust 라이브러리인 MiniJinja(템플릿 엔진)를 Go로 옮기는 작업을 에이전트를 통해 수행했다. 총 10시간의 실행 시간 중 사람이 직접 개입한 시간은 45분이었으며, API 비용은 60달러에 불과했다. 라이브러리를 다른 언어로 옮기는 작업이 45분 만에 가능해지면서, 타인의 라이브러리에 패치를 보내는 것보다 직접 포크(복제 후 수정)하는 효율이 더 높아졌다.
이제 코드의 가치는 작성하는 행위가 아니라 이를 검증하는 테스트와 문서의 정교함으로 이동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