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
억만장자 바이런 앨런(Byron Allen)이 버즈피드(Buzzfeed, 바이럴 미디어 기업)의 지분 52%를 인수하며 경영권에 개입한 수치다. 이는 침몰하는 배에 강력한 자본이라는 구명정을 투입한 것과 같다. 그런데 이 자본 투입의 핵심 전제는 AI가 회사를 다시 일으켜 세울 것이라는 믿음이다.
하지만 현실은 이 믿음과 정반대로 흐르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대중의 AI에 대한 여론이 급격히 악화되는 'AI 리벨리언(AI Rebellion)' 현상을 보도했다. 테크 엘리트들은 AI를 선택이 아닌 필연으로 규정하며 수용을 강요하지만, 실제 사용자들은 AI가 만들어내는 '슬롭(Slop, 저품질 AI 생성물)'과 신뢰성 결여에 냉소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효율성이라는 명분 아래 강요된 AI 도입이 오히려 인간의 전문성과 진실성을 훼손하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AI 맹신과 실효성 논란의 지표들
바이런 앨런(Byron Allen, 억만장자 투자자)이 버즈피드(Buzzfeed, 디지털 미디어 기업) 지분 52%를 인수하며 경영권에 개입했다. 이와 동시에 창업자인 조나 퍼레티(Jonah Peretti)는 대표직에서 물러나 버즈피드 AI 사장이라는 새로운 직책을 맡았다. 자본과 경영진은 AI가 기업의 재정 위기를 해결할 유일한 방책이라고 상정하고 조직 구조를 전면 재편한 셈이다. 그러나 현장의 반응은 이들의 확신과 정반대로 흐른다. 전 구글 CEO 에릭 슈미트(Eric Schmidt)는 대학 졸업식 연설에서 AI가 세상을 바꿀 것이 자명하므로 무조건 수용해야 한다고 강요했다. 그는 AI라는 로켓선에 자리가 있을 때 묻지도 말고 올라타라고 주장했으나, 돌아온 것은 졸업생들의 거센 야유였다. 레코드사 CEO 스콧 보르체타(Scott Borchetta) 역시 AI를 단순한 도구로 정의하며 수용을 촉구했다. 하지만 AI 버블로 인해 취업 전망이 어두워진 학생들은 이에 격렬히 반발했고, 보르체타는 이를 그냥 받아들이라는 냉소적인 태도로 응수했다.
경영진의 낙관론과 실제 이용자의 인식 사이에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괴리가 존재한다. 9월에 발표된 퓨 리서치 센터(Pew Research Center, 미국 여론조사 기관)의 데이터가 이를 증명한다. 미국 성인의 53%가 AI가 인간의 창의적 사고와 관계 형성을 악화시킬 것이라고 응답했다. 반면 AI가 이러한 능력을 향상시킬 것이라고 답한 긍정 응답자는 16%에 그쳤다. 주목할 점은 AI를 통한 효율성 증대라는 기업의 논리가 대중에게는 오히려 인간 고유의 영역을 침범하는 위협으로 읽히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는 기술의 강제적 보급 속도가 사회적 합의나 심리적 수용도를 완전히 앞지르고 있음을 보여주는 지표다. 대중은 AI를 필연적인 진보가 아니라, 관리되어야 할 리스크로 인식하고 있다.
AI의 실효성 논란은 단순한 정서적 거부감을 넘어 데이터의 신뢰성이라는 본질적인 문제로 확장된다. 2025년 네이처(Nature, 국제 학술지)에 게재된 연구 논문 중 일부가 철회된 사례가 그 증거다. 해당 논문에는 AI가 생성한 허구의 이미지가 포함되어 있었으며, 이는 특정 프레임워크를 설명하기 위해 삽입된 무의미한 데이터였다. 학술적 엄밀함이 최우선시되는 최상위 저널에서조차 AI의 환각 현상이 필터링 되지 않은 채 최종 결과물에 반영된 것이다. AI가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도구라는 주장은 계속되고 있다. 그러나 정작 그 결과물이 가져오는 오류와 허구에 대한 검증 체계가 작동하지 않는다는 점이 실제 수치와 사례로 드러나고 있다. 이는 AI 맹신이 가져오는 치명적인 결함이다.
AI 도구화의 허상: 생성물 신뢰도 비교
스티븐 로젠바움(Steven Rosenbaum, 미디어 경영인)은 저서 'The Future of Truth'의 연구와 집필, 편집 과정에서 ChatGPT와 Claude를 활용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AI가 임의로 가공하거나 완전히 조작한 인용구가 책에 포함되었고, 이는 결과적으로 저자의 전문적 신뢰성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AI를 단순한 보조 도구로 정의하며 효율성을 추구한 결과가 오히려 저작물의 정당성을 무너뜨린 셈이다. 주목할 점은 로젠바움이 이러한 오류를 AI의 위험성을 알리는 경고 사례로 정당화하려 했으나, 정작 기본 검증 절차를 생략한 행위 자체가 책의 본질적인 가치를 떨어뜨렸다는 사실이다. 이는 도구의 효율성이 인간의 비판적 검토를 대체할 때 발생하는 전형적인 신뢰성 붕괴 사례다.
반면 문학계에서는 AI 생성물 여부를 판별하기 위해 다시 AI를 사용하는 모순적인 검증 체계가 나타났다. 커먼웰스 단편 소설상(Commonwealth Short Story Prize, 연례 단편 소설 공모전) 수상작 중 일부가 AI 생성 의혹에 휩싸이자, 그란타(Granta, 영국 문학 잡지) 출판사는 Claude.ai를 통해 해당 텍스트의 진위 확인을 시도했다. 분석 결과 AI는 해당 작품이 인간의 도움 없이 작성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결론을 내놓았다. 하지만 AI를 이용해 AI의 흔적을 찾는 방식은 확정적인 증거가 되지 못했고, 결국 출판사가 판별 불능 상태를 인정하며 인간 작가의 창작 정체성에 대한 혼란만 가중시켰다. 검증 도구로서의 AI가 오히려 진실의 기준을 흐리는 역설이 발생한 것이다.
이와 대조적으로 노벨상 수상자인 올가 토카르추크(Olga Tokarczuk)는 AI를 팩트 체크와 문학적 보조 도구로 활용하고 있음을 공개적으로 인정했다. 그녀는 문서화 속도를 높이는 용도로 AI를 사용하며, 구체적으로는 문장을 더 아름답게 발전시키는 방법 등을 기계에 질문하는 방식을 취한다. 토카르추크는 알고리즘의 환각(Hallucination, AI가 거짓 정보를 사실처럼 생성하는 현상)과 데이터 오류를 인지하면서도, 문학적 허구의 영역에서는 이 기술이 믿기 힘들 정도의 이점이 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러한 활용 방식은 창작의 기초가 되는 소스와 AI의 개입 지점을 모호하게 만든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단순한 효율성 증대가 결과물의 진실성과 작가의 고유한 정체성을 훼손하는 지점은 바로 이 경계의 붕괴에서 시작된다. 기존의 창작 방식이 인간의 고뇌를 전제로 했다면, AI 도구화는 그 과정을 최적화라는 명목으로 삭제하고 있다.
'AI 슬롭'에 대한 피로감과 실무자의 선택지
링크드인(LinkedIn, 비즈니스 인맥 소셜 네트워크)의 피드에는 최근 AI가 생성한 텍스트의 정형화된 패턴을 지적하는 마케팅 전문가들의 비판이 빈번하게 올라온다. 이들은 AI 특유의 문체나 구조적 반복성, 그리고 지나치게 정중하거나 기계적인 연결어 같은 이른바 쉬운 단서(Easy tells)를 통해 콘텐츠의 기원을 즉각적으로 식별한다. 그러나 주목할 점은 이러한 비판의 화살이 AI라는 도구의 사용 자체를 향하고 있지 않다는 사실이다. 실무자들이 실제로 거부감을 느끼는 지점은 AI를 활용해 생산성을 높이는 행위가 아니라, 최소한의 수정이나 검토조차 거치지 않은 성의 없는 사용 방식, 즉 AI 슬롭(AI Slop, AI가 생성한 저품질의 무분별한 콘텐츠)의 범람이다.
반면 일부 사용자들은 AI를 활용한 효율성을 옹호하며 이러한 비판을 새로운 매카시즘에 비유하며 반발한다. 하지만 시장의 반응은 냉정하다. 단순히 두 개의 거대언어모델(LLM, Large Language Model)을 외투 속에 숨겨 입힌 것처럼 겉모습만 그럴듯하게 꾸민 텍스트는 더 이상 전문성으로 인정받지 못한다. 오히려 기계적인 최적화에 매몰되어 인간의 통찰이 완전히 삭제된 결과물은 작성자의 신뢰도를 급격히 떨어뜨리는 리스크로 작용한다. 실무자들 사이에서는 AI가 제안한 내용을 그대로 복제하여 게시하는 행위가 곧 지적 태만이자 전문성 결여로 간주되는 분위기가 빠르게 형성되고 있다.
이러한 피로감은 단순한 심리적 저항을 넘어 수치화하기 어려운 사회적 반감으로 확산되는 양상이다. 한 AI 인프라 컨설팅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인터뷰에서 AI가 정치인이나 미국 이민세관집행국(ICE, Immigration and Customs Enforcement)보다 인기가 없다며 현재의 대중적 인식을 진단했다. 이는 기술적 진보라는 명분 아래 강제된 AI 도입이 사용자들에게 심각한 피로감과 거부감을 주고 있음을 시사한다. 무조건적인 기술 수용이 정답이라고 믿었던 초기 시장의 맹목적인 분위기와는 극명하게 대조되는 결과다.
결국 실무 차원에서의 경쟁력은 무조건적인 도입이 아니라 검증 가능한 인간의 개입으로 이동하고 있다. 하이퍼 최적화와 효율성만을 강조하는 흐름 속에서, 역설적으로 인간이 직접 개입하여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맥락을 세밀하게 조정하는 능력이 새로운 희소 가치를 갖게 된 것이다. 주목할 점은 이제 AI를 얼마나 능숙하게 쓰느냐보다, AI가 만든 오류와 정형성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제거하고 인간 중심의 가치를 복원하느냐가 실무자의 핵심 생존 전략이 되었다는 사실이다. 기술에 주도권을 내주는 것이 아니라, 기술을 도구로 철저히 제어하는 인간의 주체성이 다시금 시장의 강력한 경쟁력으로 부상하는 국면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