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리포터가 쓴 '가짜 뉴스룸'의 실체
2025년 12월 29일 출범한 디지털 뉴스 사이트 'Acutus(The Wire by Acutus)'가 사람이 아닌 AI에 의해 운영되는 '포템킨 뉴스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4개월 동안 게시된 94건의 기사를 AI 콘텐츠 탐지 도구인 팡그램(Pangram)으로 분석한 결과, 69%는 완전한 AI 생성물이었고 28%는 부분적으로 AI가 작성한 것으로 확인됐다. 사람이 쓴 것으로 분류된 기사는 단 3건에 불과했다.
웹사이트 소스 코드에서 발견된 내부 편집 인터페이스는 이 사이트의 작동 방식을 그대로 보여준다. 관리자는 'AI 배경 컨텍스트'와 '질문 프롬프트' 필드에 정보를 입력한 뒤 '스토리 초안 생성(Generate Story Draft)' 버튼을 눌러 기사를 만든다. 특히 주목할 지점은 'AI 인터뷰어' 혹은 '리포터 에이전트'라고 명명된 기능이다. '마이클 첸'이라는 가상의 기자 이름으로 발송된 이메일은 실제로는 AI 봇이 보낸 것이며, 이를 통해 전문가로부터 답변을 받아내 기사에 인용하는 방식으로 신뢰도를 조작했다.
검증 과정의 부실함도 드러났다. 내부 API를 통해 확인된 기록에 따르면, AI 편집 리뷰 시스템이 '수정 필요(needs_revision)' 판정을 내린 기사가 42건에 달했지만, 운영자는 이를 무시하고 그대로 발행했다. 첫 이슈 해결부터 최종 발행까지 걸린 시간은 중앙값 기준 단 54초였다.
1억 2,500만 달러 규모의 자금과 '위장 여론'의 연결고리
이러한 자동화 뉴스 사이트의 배후에는 OpenAI와 밀접하게 연결된 정치 자금 흐름이 있다. Acutus의 콘텐츠는 공화당 PR 회사인 노버스 퍼블릭 어페어스(Novus Public Affairs)의 패트릭 하인스 사장과 궤를 같이한다. 노버스는 다시 OpenAI의 정치적 도구 역할을 하는 GOP 컨설팅 펌 '타겟티드 빅토리(Targeted Victory)'의 고객사 명단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자금의 정점에는 그레그 브록만 OpenAI 사장과 벤처캐피털 a16z가 주로 후원한 1억 2,500만 달러 규모의 슈퍼 PAC '리딩 더 퓨처(Leading The Future)'가 있다. Acutus가 다룬 기사 중 약 15%는 AI 규제 반대, 앤스로픽(Anthropic) 비판 등 리딩 더 퓨처가 밀고 있는 정치적 논리와 정확히 일치한다. 이는 단순한 뉴스 발행이 아니라, 특정 이해관계자의 로비 활동을 '독립 저널리즘'으로 위장해 유포하는 전형적인 아스트로터핑(Astroturfing) 전략이다.
더욱 모순적인 점은 OpenAI의 공식 정책이다. OpenAI는 자사 제품을 정치 캠페인이나 로비 활동에 사용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으며, 과거 안전 프레임워크에서도 AI 생성 정치 영향력 캠페인을 주요 리스크로 경고했다. 하지만 정작 회사의 핵심 인물이 후원하는 슈퍼 PAC은 AI를 이용해 정체를 숨긴 뉴스 사이트를 운영하며 반대파를 공격하고 여론을 조작하는 방식을 택했다.
AI 실무자가 주목해야 할 '인지전'의 새로운 도구
이번 사건은 AI가 단순히 생산성을 높이는 도구를 넘어, 정교한 '인지전(Cognitive Warfare)'의 수단으로 어떻게 활용되는지를 보여준다. 특히 AI 에이전트가 인간 기자를 사칭해 인터뷰를 수행하고, 이를 통해 얻은 실제 인간의 인용구를 AI 생성 텍스트와 섞어 '검증된 기사'처럼 보이게 만드는 기법은 기존의 단순 텍스트 생성보다 훨씬 위협적이다.
한국의 AI 실무자와 기업들은 이제 콘텐츠의 '생성 여부'보다 '출처의 진위'와 '운영 주체의 투명성'을 검증하는 체계를 고민해야 한다. 특히 B2B 협력이나 정책 제안 과정에서 접하는 '전문가 매체'나 '독립 리포트'가 AI 에이전트에 의해 자동 생성된 위장 매체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앞으로 관찰해야 할 신호는 AI 탐지 기술과 위장 매체의 진화 속도다. Acutus 사례처럼 소스 코드나 API 엔드포인트를 통해 정체가 드러나는 수준을 넘어, AI가 인간의 편집 프로세스를 완벽히 모사하기 시작하면 신뢰할 수 있는 정보원을 식별하는 비용이 급격히 상승할 것이다. 결국 AI 시대의 정보 신뢰도는 기술적 탐지가 아니라, 발행 주체의 실명제와 자금 출처의 투명성이라는 고전적인 저널리즘 원칙으로 회귀할 가능성이 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