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을 쓰고 싶어 하는 사람은 전 세계에 넘쳐나지만, 정작 이를 돌릴 기계는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마치 전 세계 모든 아이가 최신 게임기를 갖고 싶어 하는데, 공장에서 만드는 속도가 너무 느려 가게마다 줄이 끝도 없이 길게 늘어선 모습과 비슷하다. 왜 똑똑한 인공지능을 만드는 회사들이 갑자기 기계 부족이라는 벽에 부딪힌 것일까.

엔비디아 블랙웰 가격 48% 상승과 대여 조건 변화

최근 인공지능의 두뇌 역할을 하는 GPU(인공지능의 계산을 도와주는 핵심 부품)의 가격이 빠르게 오르고 있다. 특히 엔비디아 블랙웰(엔비디아가 만든 최신 인공지능 칩)을 빌려 쓰는 가격은 두 달 전 시간당 2.75달러였으나 최근 4.08달러까지 치솟았다. 이는 짧은 시간 동안 가격이 약 48%나 오른 수치다.

이런 현상은 단순히 가격 상승에 그치지 않고 계약 방식까지 바꾸고 있다. CoreWeave(인공지능 컴퓨터를 빌려주는 회사)는 대여 가격을 20% 올렸을 뿐만 아니라, 최소 계약 기간을 기존 1년에서 3년으로 대폭 늘렸다. 한 번 계약하면 아주 오랫동안 묶여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돈을 많이 내겠다고 해도 기계 자체가 부족해 구할 수 없는 상황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OpenAI와 Anthropic이 겪는 계산 능력의 한계

기계가 부족해지자 세계에서 가장 힘이 센 인공지능 회사들조차 계획을 수정하고 있다. OpenAI의 CFO(회사의 돈 관리를 책임지는 최고 재무 책임자)는 계산 능력이 부족해서 하고 싶어도 포기해야 하는 일들이 생기고 있다고 고백했다. 돈이 없어서가 아니라, 인공지능을 학습시킬 기계가 없어서 연구를 못 하고 있다는 의미다.

Anthropic 역시 최신 모델을 공개하면서 이를 사용할 수 있는 곳을 약 40개 조직으로 엄격하게 제한했다. 누구나 쓸 수 있었던 이전의 모습과 달리, 이제는 선택받은 소수만이 최첨단 기술을 만질 수 있는 구조로 변하고 있다.

과거에는 기술만 있으면 누구나 도전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기계를 얼마나 많이 가졌느냐가 곧 권력이 되는 시대가 되었다.

작은 회사들이 마주한 높은 시작의 벽

거대 기업들이 기계를 싹쓸이하면서 이제 막 시작하는 작은 회사들은 더 큰 어려움에 처하게 된다. 예전에는 클라우드(인터넷을 통해 컴퓨터 자원을 빌려 쓰는 서비스)에서 적당한 비용으로 기계를 빌려 인공지능을 만들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빌리는 비용이 너무 비싸졌고, 계약 기간마저 길어져 작은 회사들이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 되었다.

결국 앞으로의 경쟁은 무조건 큰 인공지능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적은 기계로도 똑똑하게 작동하는 효율적인 기술을 개발하는 쪽으로 흐를 가능성이 크다. 무작정 데이터를 많이 넣는 방식보다는, 어떻게 하면 더 적은 계산으로 정답을 찾을지 고민하는 코드가 중요해진다.

이제는 덩치를 키우는 경쟁이 아니라 알뜰하게 사용하는 경쟁으로 방식이 바뀌고 있다.

인공지능의 풍요로운 시대는 끝났고, 이제는 한정된 자원을 어떻게 나누어 쓸지 고민해야 한다. 적은 자원으로 최대의 효과를 내는 효율적인 기술이 미래의 핵심 경쟁력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