팅 하는 종소리가 들리고 종이가 거칠게 밀려 나간다. 19세 대학생 캐서린 몽은 영화에서나 보던 기계 앞에 앉아 당황한 표정을 짓는다. 화면도, 백스페이스 키도 없는 낯선 기계가 그녀의 책상 위에 놓여 있다.

코넬대 독일어 수업의 2023년 아날로그 실험

코넬대학교의 독일어 강사 그리트 마티아스 펠프스는 2023년 봄부터 특별한 과제를 내기 시작했다. 그녀는 중고 매장과 온라인 시장에서 수십 대의 수동 타자기를 구해 수업에 배치했다. 학생들은 생성형 인공지능(텍스트나 이미지를 스스로 만들어내는 AI)이나 온라인 번역기 없이 오직 타자기로만 독일어 과제를 작성해야 한다. 맞춤법 검사기나 삭제 키가 없는 완전한 아날로그 환경이다. 일부 타자기에는 독일어 전용 키보드가, 일부에는 QWERTY(표준 키보드 배열) 키보드가 장착되어 있다.

펠프스 강사는 학생들이 디지털 도구 없이 글을 쓰는 감각을 익히게 하려고 강의 계획서에 아날로그 과제를 명시했다. 수업 시간에는 강사의 7세와 9세 자녀들이 테크 지원팀 역할을 맡아 학생들이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는지 감시한다. 학생들은 종이를 수동으로 밀어 넣고, 글자가 번지지 않을 정도의 적절한 힘으로 키를 눌러야 하는 법을 배운다. 줄 끝에서 울리는 종소리는 다음 줄로 넘어가기 위해 캐리지(타자기의 종이 받침대)를 수동으로 되돌려야 한다는 신호다.

삭제 키가 사라졌을 때 일어나는 인지적 변화

왜 굳이 불편한 타자기를 가져왔을까. 쉽게 말하면 생각의 속도를 강제로 늦춰 뇌가 직접 일하게 만들기 위해서다. 디지털 환경에서의 글쓰기는 비유하자면 고속도로를 달리는 자동차와 같다. AI(인공지능)나 Google 검색으로 정답을 즉시 찾아내고, 틀린 부분은 빛의 속도로 지우며 목적지인 완성본으로 빠르게 달려간다. 이 과정에서 정작 중요한 고민의 단계는 생략된다.

하지만 타자기는 매 순간 신중한 선택을 요구하는 높은 마찰력을 제공한다. 한 번 오타가 나면 X 표시를 쳐서 지워야 하기에, 글을 쓰기 전 머릿속으로 문장을 완전히 구성하는 훈련이 된다. 손가락 근력이 부족해 타자 속도가 느려지는 신체적 제약은 오히려 생각할 시간을 벌어주는 장치가 된다. 실제로 손목 부상으로 한 손만 사용해야 했던 캐서린 몽은 처음에는 지저분한 결과물에 좌절했지만, 점차 실수하는 과정 자체를 학습의 일부로 받아들이게 되었다.

또한 알림창이 뜨는 화면이 사라지자 학생들은 옆 사람에게 질문하며 소통하기 시작했다. 컴퓨터 과학 전공자인 랏차폰 레르담롱웡은 AI(인공지능)에 외주를 주지 않고 스스로 문제를 고민하는 경험을 했다고 말한다. 이는 단순히 도구를 바꾸는 것이 아니라, 외부 도구에 의존하던 사고의 주도권을 다시 인간이 가져오는 과정이다. 이러한 흐름은 코넬대뿐만 아니라 미국 전역에서 펜과 종이를 이용한 시험이나 구술 테스트로 회귀하는 추세와 궤를 같이한다.

가장 최첨단의 기술을 이기는 방법은 때로 가장 원시적인 도구로 돌아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