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프로젝트에서 정규직 채용, 그리고 '쓰론' 출시까지

대학 시절 개인적으로 개발한 AI 투자 프로덕트가 기업의 정규직 채용과 실제 서비스 출시로 이어졌다. 사건의 시작은 투자 AI 프로덕트 'Cresco'의 개발과 이를 (개발자 및 기술 트렌드 공유 커뮤니티)에 공유한 회고 글이었다. 해당 글을 통해 역량을 확인한 클리브(Cleave) 팀이 커피챗을 제안했고, 이는 인턴십을 거쳐 정규직 합류로 연결됐다.

합류 후 수행한 첫 과제는 콘텐츠 기업의 CS 리소스 문제를 해결하는 AI Agent(특정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자율적으로 판단하고 실행하는 AI 시스템) 프로젝트였다. 단순히 챗봇을 만드는 수준을 넘어, AI가 실제 데이터를 조회하고 액션을 실행할 수 있는 구조를 설계했다. 특히 고객사가 유저 데이터를 제대로 분석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 착안해, 전문 데이터 사이언티스트 없이도 비개발자가 콘텐츠 성과 및 퍼널 분석을 직접 수행할 수 있는 에이전트를 구성했다.

이후 클리브 팀은 개인 투자자의 경험을 혁신하기 위한 프로덕트 '쓰론(Throne)'을 개발해 공식 출시했다. 쓰론은 국내외 증권사가 신뢰하는 데이터 소스인 FnGuide와 FMP 데이터를 적재하는 파이프라인을 구축하고, 에이전트가 복잡한 증권 데이터를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는 하네스(Harness, 시스템 연결 장치)를 갖춘 것이 특징이다. 이를 통해 기존 LLM(거대언어모델)만으로는 처리하기 어려웠던 세부 재무제표 수치 분석과 데이터 시각화 기능을 구현했다.

'스펙'보다 '구현체'를 보는 AI 인재 채택 흐름

이번 사례에서 주목할 지점은 기업이 AI 인재를 채택하는 기준이 학위나 정형화된 스펙보다 '실제로 작동하는 프로덕트'와 '문제 해결 과정'으로 빠르게 옮겨가고 있다는 점이다. 과거의 채용이 특정 기술 스택의 보유 여부를 확인했다면, 이제는 AI를 활용해 실제 비즈니스 임팩트를 낼 수 있는 '엔지니어링 역량'이 핵심 지표가 됐다.

특히 클리브가 인턴 단계에서 부여한 과제와 이후 쓰론 개발 과정은 현재 AI 시장의 채택 흐름을 그대로 보여준다. 단순히 LLM API를 연결하는 수준의 서비스는 경쟁력이 낮다. 대신 데이터 접근 권한을 설정하고, AI가 실행 가능한 액션 구조를 만들며, 신뢰할 수 있는 외부 데이터(FnGuide, FMP 등)를 파이프라인으로 연결하는 '인프라적 접근'이 제품의 성패를 가른다.

결국 시장 참여자들은 'AI가 무엇을 할 수 있는가'라는 막연한 기대보다, 'AI가 실제 데이터에 어떻게 접근해 어떤 수치를 정확히 뽑아내는가'라는 구체적인 구현 능력에 투자하고 있다. 이는 AI 개발자의 경쟁력이 모델 튜닝 능력보다는 도메인 데이터에 대한 이해와 이를 AI와 연결하는 시스템 설계 능력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AI 실무자가 관찰해야 할 '데이터 하네스'의 가치

한국의 AI 개발자와 기업 실무자가 이번 사례에서 판단해야 할 핵심은 LLM의 한계를 보완하는 '데이터 하네스' 설계의 중요성이다. 쓰론의 사례처럼 LLM은 기본적으로 수치 계산과 세부 재무제표 분석에 취약하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모델의 성능 향상에 매달리는 대신, 신뢰할 수 있는 데이터 소스를 파이프라인으로 연결하고 이를 시각화하는 구조를 짠 것이 실질적인 제품 경쟁력이 됐다.

또한, 고객의 요구사항 이면에 숨은 진짜 문제를 찾는 '관찰 기반 개발' 방식이 AI 에이전트의 실효성을 높인다. CS 리소스 해결을 위해 시작했지만, 결국 비개발자의 데이터 분석 도구라는 더 근본적인 솔루션을 찾아낸 과정은 AI 프로덕트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한다.

AI 실무자들은 이제 포트폴리오의 기준을 '어떤 모델을 썼는가'에서 '어떤 데이터 파이프라인을 구축해 어떤 비즈니스 문제를 풀었는가'로 전환해야 한다. 특히 금융과 같이 데이터의 정확성이 생명인 도메인일수록, LLM의 생성 능력보다 데이터 적재-분석-시각화로 이어지는 정교한 워크플로우 설계 능력이 채용과 사업 확장 과정에서 결정적인 선택지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