캔버스의 경계를 코드와 모션으로 확장한 Config 2026

Figma(피그마)는 지난 10여 년간 제품 디자인의 기본 작업 공간이자 표준 도구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AI가 기획, 프로토타이핑, 출시 방식을 재편하면서 캔버스가 여전히 디자인의 중심축인지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이 제기되었다. Figma는 이에 대응해 Config 2026에서 캔버스의 영역을 코드, 모션, 셰이더, 에이전트 워크플로로 확장하며 생존을 위한 전략적 변화를 시도했다.

Code layers(코드 레이어)는 개발 코드를 캔버스 위로 직접 가져와 디자인과 코드의 간극을 줄이는 역할을 한다. Figma Motion(피그마 모션)은 애니메이션과 타이밍 설정을 정적 파일 내부에 직접 편입해 구현 단계의 속성을 정의한다. 셰이더 도구는 더 표현력 있는 시각 효과를 추가하며, 에이전트는 연결된 워크플로 전반에서 유용성을 강화한다. Figma는 이러한 기능들을 통해 디자이너가 캔버스에서 픽셀을 일일이 끌어다 놓아야 했던 수동적 작업의 필요성을 제거했다.

Figma는 정적 협업을 넘어 AI 연결 워크플로로 확장하기 위해 MCP, Code Connect, 로컬 코드에서의 Figma Make 기능을 도입했다. 이 기능들은 디자인 데이터가 개발 환경과 AI 도구 사이를 유연하게 이동하도록 지원한다. Figma는 캔버스를 단순히 더 예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캔버스가 중심에서 물러난 뒤에도 디자인이라는 영역이 제품 개발 과정에서 살아남게 하는 것을 핵심 도전 과제로 설정했다.

독점적 파일에서 이식 가능한 '오퍼레이팅 레이어'로의 전환

Figma는 정적 협업 도구를 넘어 디자인 의도와 컴포넌트 로직, 구현 정렬을 보존하는 오퍼레이팅 레이어(operating layer)로의 전환을 추진한다. 오퍼레이팅 레이어란 개별 디자인 도구에 종속되지 않고 에디터, 브라우저, 코드베이스, AI 에이전트 사이에서 디자인 의도를 유지하며 작동하는 시스템을 의미한다. Figma는 이를 위해 .figma 파일이 가졌던 독점적 지위를 내려놓고 데이터의 이식성(portability)을 강화하는 방향을 택했다.

Figma Motion은 생성된 모션 데이터를 CSS, JSON, React, MP4, WebM, 애니메이션 SVG, GIF 등 다양한 표준 포맷으로 내보내어 외부 환경에서의 재사용성을 높였다. 이는 디자인 자산이 특정 벤더의 잠긴 파일이 아니라, 재사용 가능한 토큰과 가독 가능한 구조, 도구 비종속적 메타데이터 중심으로 구축되어야 한다는 시장의 요구를 반영한 결과다. 디자인 파일은 이제 최종 결과물이 아니라 '구조화된 의도'를 저장하는 저장소로 기능한다.

이러한 구조적 변화는 실무자의 작업 우선순위를 근본적으로 바꾼다. 디자이너는 단순한 픽셀 조정이나 시각적 목업 제작보다, 다양한 플랫폼에서 일관되게 작동할 수 있는 구조화된 의도를 설계하는 작업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게 된다. Figma는 디자인 데이터를 파일 바깥에서도 이식 가능하고 유용하게 만듦으로써, 캔버스가 정본 진실 원천(source of truth)이기를 멈춘 시대에도 디자인 시스템의 지배력을 유지하려 한다.

Anthropic의 에이전트 공세와 '의도의 아키텍처' 시대

Anthropic(앤스로픽)은 Claude Code(클로드 코드)와 Claude Design(클로드 디자인)을 통해 캔버스를 건너뛰는 새로운 워크플로를 정상화하며 Figma의 입지를 위협하고 있다. Claude Code는 코드베이스 전반에서 여러 파일을 동시에 편집하며 사용자의 의도(intent)를 코드 실행으로 직접 연결해 정적 목업 단계를 생략한다. 이러한 에이전트 중심의 소프트웨어 구축 방식은 실제 제품의 느낌을 주는 프로토타입을 즉시 생성하며, 정적 드로잉 중심의 워크플로를 대체한다.

이러한 변화는 Figma의 핵심 수익 모델인 엔터프라이즈 좌석(seat) 모델에 직접적인 압박을 가한다. 기존에는 PM, 엔지니어, 마케터 등 많은 이해관계자가 검토와 코멘트를 위해 Figma에 진입해야 했으나, 이제 엔지니어가 코딩 환경에서 UI를 직접 생성하고 검수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팀이 공유 캔버스를 거치지 않고 구조화된 디자인 의도를 작동하는 소프트웨어로 즉시 번역하게 되면, 수동적·저활용 좌석의 필요성은 급격히 약화된다.

결국 제품 디자인은 캔버스 우선 분야에서 '의도의 아키텍처(architecture of intent)'로 이동하는 기로에 섰다. 의도의 아키텍처란 시각적 드로잉보다 제품 개발 전반에서 살아남는 구조화된 설계 체계를 의미한다. Figma는 이제 다른 디자인 도구와의 경쟁이 아니라, AI 에이전트가 주도하는 전혀 다른 제품 구축 방식과 경쟁하고 있다. 승리하는 시스템은 의미를 잃지 않고 코드베이스와 AI 에이전트 사이를 자유롭게 오갈 수 있는 구조화된 디자인 시스템을 구축하는 쪽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