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일 오후, 대구의 한 제조 공장.
숙련공의 빈자리를 채우지 못한 채 멈춰 선 공정 라인과 구인난을 알리는 공고문이 곳곳에 붙어 있다.
이 장면 뒤에 AI 휴머노이드 로봇이 투입되는 실증 체계가 가동된다.
23억 7천만 원 투입된 'AI 휴머노이드 제조 거점센터' 구축
제조 현장의 인력 공백을 메우기 위해 투입되는 로봇이 단순 반복형 팔 형태를 넘어 인간의 외형을 닮은 휴머노이드로 대체될 수 있을까. 대구시는 한국로봇산업진흥원(KIRIA)이 주관하는 로봇 플래그쉽 지역거점 구축 사업(2025년)의 일환으로 AI 기반 휴머노이드 로봇 활용 제조 특화 거점센터를 구축했다. 이번 사업에는 대구기계부품연구원을 중심으로 경북대학교 산학협력단, 아이엠로보틱스, 아이솔 등 지역 산학연 기관이 참여했다. 지난해 7월부터 올해 5월까지 약 11개월 동안 연구개발과 실증 작업이 진행됐다. 구인난과 생산가능인구 감소로 심화된 지역 제조업의 인력 공백을 보완하기 위해 휴머노이드 로봇의 실전 도입 가능성을 타진한 결과다.
총 사업비 23억 7,000만 원이 이번 거점센터 구축에 투입됐다. 세부 예산은 국비 9억 5,000만 원, 시비 9억 5,000만 원, 민자 4억 7,000만 원으로 구성된다. 정부와 지자체가 예산의 80% 이상을 분담하고 민간 자본이 결합된 형태다. 예산 투입의 핵심은 제조 현장에 즉시 적용할 수 있는 기술 확보와 이를 검증할 실증 기반 마련에 있었다. 제조 특화 거점 구축, 핵심 요소기술 확보, 전문기업 육성, 협력 네트워크 조성이라는 4개 분야를 중심으로 사업비를 집행했다.
대구시는 거점센터 내에 실증 테스트베드를 조성하고 가상환경과 실제 제조 현장을 유기적으로 연계하는 시뮬레이션 분석 체계를 확보했다. 가상 세계에서 설계한 동작을 실제 로봇이 오차 없이 수행하게 만드는 동기화 과정이 핵심이다. 이를 통해 현장 투입 전 발생할 수 있는 물리적 충돌이나 작동 오류를 사전에 차단하고 최적의 공정 경로를 도출한다. 시뮬레이션 분석 체계는 가상환경의 데이터가 실제 현장으로 이어지는 연결 고리 역할을 수행한다.
기술 국산화의 결과물로 키 140cm, 무게 50kg 규모의 2족 보행 휴머노이드 로봇 플랫폼이 개발됐다. 가상환경과 실제 현장 간의 오차를 최소화해 제조 공정 투입 가능성을 확인했다. 이와 함께 로봇 공급 및 시스템 통합(SI, System Integration) 기업 5개사를 발굴하고 현장 맞춤형 전문인력 15명을 양성했다. 산학연관이 참여하는 휴머노이드 기술연구회를 통해 표준 공정모델 2건을 개발하며 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하드웨어 플랫폼 개발부터 전문 인력 양성, 공정 표준화까지 이어지는 밸류체인을 구축해 지역 산업의 자생력을 확보하려는 조치다.
키 140cm·무게 50kg 2족 보행 플랫폼의 실증 구조
현장 투입을 앞둔 로봇의 하드웨어 사양을 결정하는 방식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범용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인간의 평균 체형을 모사하는 방식과, 특정 제조 공정의 동선에 맞춰 크기를 최적화하는 방식이다. 이번에 공개된 2족 보행 휴머노이드 로봇 플랫폼은 후자의 전략을 택했다. 개발팀은 키 140cm, 무게 50kg이라는 구체적인 수치를 설정해 플랫폼을 설계했다. 이는 성인 작업자가 활동하는 제조 현장의 공간 제약을 고려한 결과다. 기존 산업용 로봇이 고정된 위치에서 작동하는 것과 달리, 이 플랫폼은 좁은 통로와 설비 사이를 이동하며 작업해야 한다. 50kg의 무게는 이동 효율성을 높이면서도 작업 시 필요한 하중을 견디기 위한 최소한의 물리적 타협점이다.
로봇의 하드웨어 설계보다 중요한 것은 가상환경과 실제 현장 사이의 간극을 메우는 시뮬레이션 체계다. 개발팀은 가상 공간에서 구현된 로봇의 움직임이 실제 현장에서 동일하게 재현되도록 동역학 모델을 정교화했다. 제조 현장의 바닥 재질, 조명, 작업물과의 거리 등 변수를 디지털 트윈(가상 모델)에 실시간으로 반영한다. 로봇이 가상환경에서 학습한 보행 알고리즘은 실제 하드웨어에 적용되기 전, 시뮬레이션 테스트베드를 거쳐 오차를 보정한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데이터는 로봇의 제어 알고리즘을 업데이트하는 데 사용된다. 물리적 테스트를 반복하지 않고도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는 구조다.
이러한 실증 구조는 지역 내에 구축된 제조 특화 거점센터를 중심으로 운영된다. 거점센터는 단순한 연구 시설을 넘어, 실제 제조 공정을 모사한 실증 테스트베드를 제공한다. 로봇은 이곳에서 표준화된 제조 공정 모델을 수행하며, 가상환경에서 설정된 임무를 실제 물리적 환경에서 완수하는지 검증받는다. 로봇이 현장에 배치되기 전, 가상환경과 실제 현장의 오차를 0에 가깝게 줄이는 체계가 확립된 셈이다. 이는 개발된 2족 보행 플랫폼이 단순한 시제품을 넘어 현장 적용성을 갖춘 도구로 평가받는 이유다.
개발팀은 이 플랫폼을 통해 제조 현장의 인력 공백을 보완하는 데 집중했다. 2족 보행 로봇은 기존의 바퀴형 이동 로봇이 접근하기 어려운 계단이나 복잡한 장애물이 있는 현장에서도 작업을 수행할 수 있다. 140cm의 높이는 작업대의 높이와 조화를 이루며, 50kg의 무게는 작업자와의 충돌 시 안전성을 확보하는 데 유리하다. 시뮬레이션 체계와 실제 테스트베드의 연계는 로봇이 현장에 도입된 이후에도 지속적인 성능 향상을 가능하게 한다. 플랫폼은 현장에서 수집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다시 가상환경을 고도화하는 선순환 구조를 갖추고 있다.
단순 자동화를 넘어선 휴머노이드 표준 공정 모델
현장 작업자가 서 있던 자리에 로봇이 들어선다. 기존 산업용 로봇은 정해진 위치에 고정되어 특정 좌표 내에서만 반복 작업을 수행하는 구조였다. 작업 반경이 제한적이라 사람이 로봇의 동선에 맞춰 부품을 공급하거나 위치를 조정해야 했다. 이번에 개발된 휴머노이드 표준 공정 모델은 이 관계를 뒤집는다. 로봇이 인간의 작업 영역을 그대로 대체하며 유연하게 움직이는 방식이다. 대구광역시는 이를 위해 휴머노이드 특화 표준 공정 모델 2건을 개발했다. 고정형 자동화가 아닌 인간의 동작과 공간 활용을 모사한 표준을 정립한 결과다. 로봇이 사람의 자리를 대신해 공정을 수행하려면 단순한 하드웨어 제어를 넘어 작업 순서와 동선에 대한 표준화된 정의가 필수적이다.
실행 단계에서는 네 가지 핵심 분야를 설정해 추진했다. 제조 특화 거점 구축, 핵심 요소기술 확보, 전문기업 육성, 협력 네트워크 조성이 그 내용이다. 단순히 로봇 한 대를 도입하는 것이 아니라 인프라와 기술, 기업, 네트워크를 동시에 구축하는 전략이다. 제조 특화 거점센터를 통해 실증 테스트베드를 마련했고 가상환경과 실제 현장을 연계하는 시뮬레이션 분석 체계를 확보했다. 가상 세계에서 검증한 공정 모델을 실제 현장에 적용해 오차를 줄이는 과정이다. 핵심 요소기술 확보는 로봇의 정밀 제어와 환경 인식 능력을 높이는 데 집중했다. 전문기업 육성과 네트워크 조성은 기술이 현장에서 사장되지 않고 지속적으로 업데이트되는 구조를 만들기 위함이다.
기술의 지속성을 위해 산·학·연·관이 참여하는 휴머노이드 기술연구회를 구성했다. 대구기계부품연구원을 중심으로 경북대학교 산학협력단, 아이엠로보틱스(IM Robotics), 아이솔(Isoll) 등 지역 내 주요 기관과 기업이 참여했다. 연구회는 개발된 표준 공정 모델의 현장 적용성을 검토하고 개선안을 도출하는 역할을 맡는다. 개별 기업이 독자적으로 개발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공통의 표준을 공유하는 체계로 전환했다. 서로 다른 제조사나 모델의 로봇이 투입되어도 동일한 공정 표준에 따라 작동할 수 있는 호환성을 확보하는 기반이 된다. 연구회 참여 기관들은 실증 데이터를 공유하며 표준 모델의 정밀도를 높이는 작업에 집중하고 있다.
SI 기업 5개사 발굴 및 전문인력 15명 양성 결과
5개라는 숫자는 단순한 기업 리스트가 아니다. 이번 사업으로 발굴하고 육성한 로봇 공급 및 시스템 통합(SI, 시스템 구성 요소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기술) 기업 5개사는 로봇 하드웨어를 실제 제조 공정에 이식하는 실행 조직이다. 휴머노이드 로봇이 연구실을 벗어나 공장 라인에 배치되려면 센서, 제어기, 통신망을 하나로 묶는 통합 기술이 필수적이다. 특히 2족 보행 로봇은 기존 고정형 산업용 로봇보다 공간 활용도와 이동 경로 제어의 복잡도가 훨씬 높다. 개별 부품의 성능보다 중요한 것은 전체 시스템의 정합성과 현장 환경에 맞는 최적화다. 기술 개발 단계에서 멈추지 않고 이를 실제 현장에 구현할 수 있는 SI 기업을 확보한 것은 로봇 보급의 병목 구간을 제거한 결과다.
현장 맞춤형 전문인력 15명의 양성 수치 역시 실무 관점에서 분석해야 한다. 이들은 논문 기반의 로봇 공학자가 아니라 제조 현장의 변수를 즉각적으로 이해하고 로봇의 동작을 최적화할 수 있는 운영 인력이다. 휴머노이드 로봇은 작업 환경의 작은 변화에도 균형을 잃거나 오작동할 가능성이 크다. 현장에서 발생하는 예외 상황을 실시간으로 처리하고 하드웨어를 유지보수할 수 있는 인력이 없으면 로봇은 고가의 전시물로 전락한다. 15명의 전문인력은 기술 공급자인 개발사와 실제 수요처인 제조 기업 사이의 기술적 간극을 메우는 실무 접점이 된다. 이들이 확보한 현장 대응 능력은 로봇 도입 초기 단계에서 발생하는 시행착오 비용을 직접적으로 낮춘다.
기업 5개사와 인력 15명은 지역 내 자생적 로봇 생태계의 최소 단위가 된다. 대구기계부품연구원과 경북대학교 산학협력단 등 산학연이 참여한 이번 체계는 기술 개발과 운영 주체를 동시에 확보하는 전략을 취했다. 로봇 플랫폼이 아무리 정교해도 이를 운용할 기업과 사람이 없으면 산업화는 불가능하다. 공급망의 하단인 SI 기업과 운영단인 전문인력을 동시에 배치해 기술의 현장 적용 속도를 높였다. 여기에 산학연관이 참여하는 휴머노이드 기술연구회와 표준 공정모델 2건의 개발 성과가 더해져 운영의 표준이 마련됐다. 이는 연구 성과를 상업적 가치로 전환하는 물리적 기반을 조성한 것이다.
국가로봇테스트필드 연계와 'AI 로봇 수도' 전략
사람을 구하려 공고를 내는 공장과 로봇 도입을 서두르는 기업의 속도가 극명하게 갈린다. 대구 지역 제조업체들은 구인난과 생산가능인구 감소라는 현실적인 벽에 부딪혔다. 현장에서는 사람이 직접 붙잡고 수행하던 단순 반복 작업이나 위험 공정을 대체할 수단이 절실하다. 휴머노이드 로봇은 단순 자동화 설비를 넘어 인간의 작업 공간에 그대로 투입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이 공백을 메울 구체적인 대안으로 제시됐다. 인력 부족으로 가동률이 떨어지는 라인을 로봇으로 대체해 생산성을 유지하려는 시도다. 이는 노동력 부족이라는 사회적 문제를 기술적 대체로 해결하려는 현장의 요구가 반영된 결과다.
대구시는 이를 위해 AI 로봇 수도(인공지능 기반 로봇 산업의 중심 도시) 전략을 추진한다. 최근 구축한 AI 기반 휴머노이드 로봇 활용 제조 특화 거점센터가 그 실행 도구다. 이 사업에는 국비 9.5억 원, 시비 9.5억 원, 민자 4.7억 원 등 총 23억 7000만 원의 예산이 투입됐다. 대구기계부품연구원을 중심으로 경북대학교 산학협력단, 아이엠로보틱스, 아이솔 같은 지역 산학연이 참여해 실증 기반을 닦았다. 제조 특화 거점 구축, 핵심 요소기술 확보, 전문기업 육성, 협력 네트워크 조성이라는 4개 분야를 중심으로 사업이 전개됐다. 지역 산업의 자생력을 높이기 위해 현장 맞춤형 전문인력 15명을 양성하고, 산학연관이 참여하는 휴머노이드 기술연구회를 구성해 표준 공정모델 2건을 개발했다.
거점센터의 운영은 국가로봇테스트필드(국가 차원의 로봇 성능 및 안전성 검증 인프라)와 연계되어 시너지를 낸다. 개별 기업이 구축하기 어려운 대규모 테스트 인프라를 국가 단위 시설과 공유해 검증 비용과 시간을 줄인다. 센터에서 개발한 키 140cm, 무게 50kg 규모의 2족 보행 휴머노이드 로봇 플랫폼이 그 대상이다. 가상환경 시뮬레이션과 실제 제조 현장 사이의 오차를 최소화한 기술을 국가 인프라에서 최종 검증하는 구조다. 로봇 공급 및 시스템 통합(SI, System Integration) 기업 5개사가 이 과정에 참여해 현장 맞춤형 솔루션을 개발한다. 연구개발 단계에서 실증과 상용화까지 이어지는 경로를 단축해 시장 진입 속도를 높인다. 인프라의 공유는 중소 로봇 기업이 겪는 테스트베드 부족 문제를 해결하는 실질적인 방안이 된다.
대구의 제조 거점센터 구축은 휴머노이드 로봇의 평가 기준을 연구실의 벤치마크 수치에서 현장의 양산 가능성으로 전환한다. 단순한 기술 시연을 넘어 제조 공정의 최적화와 공급망 확보라는 실질적 단계에 진입했다는 사실이 핵심이다. 이는 연구 단계의 성과를 산업적 가치로 치환하는 과정이다.
결국 하드웨어의 안정적인 보급 능력이 로봇 산업의 실질적인 주도권을 결정한다. 성능의 고도화라는 추상적 목표보다 제조 효율의 극대화라는 물리적 실체가 시장의 승패를 가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