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마이크로그램 비행체와 소리 기반 추진 시스템

무게 150마이크로그램의 비행체가 배터리나 모터 같은 전력 공급 장치 없이 특정 주파수의 소리만으로 공중을 비행한다. 전원 장치를 완전히 제거해 극단적으로 무게를 줄인 이 방식은 초소형 로봇이 직면한 에너지 밀도와 무게 제약이라는 물리적 한계를 해결하는 실질적인 대안이 된다. 소리 에너지를 물리적인 방향성 추진력으로 변환해 기체가 스스로 움직이게 만드는 구조를 구현한 것이 이번 기술의 핵심이다. 전선이나 배터리가 차지하던 공간을 없애고 오직 소리라는 외부 에너지원만으로 구동하는 체계를 구축했다.

EPFL(로잔 연방 공과대학교)의 MICROBS(MicroBioRobotic Systems, 마이크로 바이오 로봇 시스템) 연구팀은 소리 기반 추진 시스템을 개발해 Science Advances 학술지에 관련 내용을 게재했다. 연구팀은 외부에서 가해지는 소리 파동을 기계적인 추진력으로 바꾸기 위해 내부가 비어 있는 중공 구조(hollow structure)를 설계하고 이를 소형 기계에 적용했다. 기존의 마이크로 로봇들이 전원 장치의 부피 때문에 크기를 줄이는 데 한계가 있었다면, 이 시스템은 전원부를 물리적 설계로 대체해 크기 제약을 없앴다. 소리라는 보이지 않는 에너지를 물리적인 힘으로 치환하는 공학적 접근을 시도한 결과다.

이 추진 시스템의 적용 범위는 센티미터 규모의 보트부터 마이크로 규모의 비행체(microfliers)까지 다양하게 설정된다. 연구팀은 소리 공명기를 공기 중의 무선 액추에이터(wireless actuator, 전선 연결 없이 물리적 움직임을 생성하는 장치)로 활용해 기체를 제어했다. 특정 주파수의 소리를 외부에서 쏘아주면 기체 내부 구조가 이에 반응해 방향성 추력을 생성하며, 이를 통해 별도의 전원 장치 없이도 로봇을 무선으로 구동한다. 사용자가 소리의 주파수를 정밀하게 조절하면 로봇의 이동 방향과 속도를 제어할 수 있어, 복잡한 전자 회로 없이도 기동이 가능하다.

이번 연구 결과는 단순히 소리 파동을 이용해 물체를 공중에 띄우는 음향 부양(acoustic levitation) 기술과 명확한 차이를 보인다. 음향 부양은 외부에서 형성된 정지 파동의 마디 부분에 물체가 갇혀 수동적으로 위치가 유지되는 방식이지만, MICROBS 연구팀이 설계한 장치는 유입된 소리 에너지를 스스로의 추진력으로 변환하는 능동적 구동 방식을 사용한다. 이는 로봇이 단순히 특정 지점에 머무는 상태를 넘어 스스로 원하는 방향을 향해 나아갈 수 있는 독립적인 기동 능력을 확보했음을 뜻한다. 수동적인 객체를 공중에 띄우는 수준에서 벗어나 소리를 물리적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는 능동적 기계의 가능성을 구현한 결과다.

헬름홀츠 공명을 이용한 제트 추력 생성 원리

추력 생성은 원형 또는 종 모양의 중공 구조인 공동(cavity) 설계와 외부 소리 주파수의 일치 여부에 따라 결정된다. 공동은 내부가 비어 있는 공간을 의미한다. 이 구조는 헬름홀츠 공명(Helmholtz resonance) 현상을 이용한다. 헬름홀츠 공명은 병 입구에 바람을 불 때 내부 공기가 특정 주파수로 진동하며 소리가 나는 물리적 현상이다. 외부에서 소리 파동이 유입되어 공동 내부의 공기를 자극하면 공기가 특정 주파수에 맞춰 빠르게 진동한다. 이 진동은 공동 내부의 공기 밀도를 주기적으로 변화시킨다.

공동 내부에서 진동한 공기는 좁은 입구를 통해 집중된 제트(concentrated jet) 형태로 강하게 분출된다. 제트는 좁은 영역으로 압축되어 빠르게 나가는 공기 흐름을 말한다. 반면 공동 내부로 다시 유입되는 공기 흐름은 특정 방향 없이 넓게 분산된 형태를 띤다. 유입되는 공기의 분산된 흐름과 분출되는 공기의 집중된 흐름 사이에는 물리적인 힘의 불균형이 발생한다. 분출되는 제트의 운동량이 유입되는 공기의 운동량보다 크기 때문에 물체는 제트의 반대 방향으로 밀려나게 된다. 이 불균형이 결과적으로 기체를 한 방향으로 밀어내는 추진력(thrust)을 생성한다. 소리라는 파동 에너지가 공기의 흐름을 제어해 물리적인 운동 에너지로 변환되는 과정이다.

이러한 추력 생성 구조를 구현하기 위해 다양한 물리적 재료를 사용한다. 가장 흔하게 쓰이는 재료는 일반적인 3D 프린팅 플라스틱이다. 3D 프린팅을 통해 복잡한 종 모양의 내부 공동을 정밀하게 설계하고 출력한다. 고무와 유사한 성질을 가진 폴리머(polymer, 분자량이 큰 고분자 화합물)를 사용해 탄성 있는 구조를 만들기도 한다. 투명한 유리 재질을 활용해 공동을 제작하면 내부에서 일어나는 공기 진동과 흐름을 시각적으로 확인하기 쉽다. 재료의 강도와 탄성은 공동 내부의 공명 특성에 영향을 준다.

공동의 전체적인 부피와 입구의 단면적은 공명하는 주파수를 결정하는 핵심 변수가 된다. 외부에서 가해지는 소리 파동의 주파수가 공동의 고유 진동수와 정확히 일치할 때 헬름홀츠 공명 현상이 극대화된다. 이때 내부 공기의 진동 폭이 가장 커지며 입구를 통해 분출되는 제트의 속도와 밀도가 최대치에 도달한다. 제트 형태로 나가는 공기의 속도가 유입되는 공기의 속도보다 압도적으로 빠르기 때문에 순수한 힘의 합산이 한쪽 방향으로 쏠리게 된다. 이 원리는 별도의 기계적 펌프나 모터 같은 구동 장치 없이 오직 외부 소리 자극만으로 물리적인 힘을 만들어낸다. 공기의 진동이라는 보이지 않는 흐름을 물리적으로 집중된 제트로 바꾸는 구조적 설계가 추진력 생성의 핵심이다.

기존 방식과 달라진 지점

보트는 사람이 들을 수 있는 가청 주파수를 사용하여 구동하며 최대 3개의 공동(cavity, 내부가 빈 공간)을 서로 다른 주파수로 튜닝해 방향 제어와 자율 주행을 수행한다. 각각의 공동이 특정 주파수에만 반응하도록 설계되어 있어, 외부에서 입력되는 소리의 주파수를 조절함으로써 로봇이 움직이는 방향을 결정하는 구조다. 반면 비행체는 인간이 들을 수 없는 초음파 주파수를 동력원으로 사용한다. 이는 구동 매체인 공기의 진동 특성과 로봇의 크기에 맞춰 주파수 대역을 다르게 설정한 결과다. 매질의 특성에 따라 최적의 추진력을 얻을 수 있는 주파수 범위를 분리해 적용했다.

비행체는 내부 구조 설계에 따라 서로 다른 두 가지 구동 형태를 가진다. 첫 번째 유형은 공동을 통해 로켓처럼 직접적인 상향 추력을 생성하는 방식이다. 공동 내부에서 증폭된 공기의 진동이 좁은 분출구를 통해 강하게 뿜어져 나오며 기체를 위로 밀어 올린다. 별도의 기계적 회전 장치 없이 오직 공동의 기하학적 형상과 소리의 공명만으로 수직 상승에 필요한 힘을 얻는다. 이는 부품 수를 최소화하여 초소형 비행체가 가질 수 있는 무게 제약을 해결한 설계 방식이다.

두 번째 비행체 유형은 공동과 소형 블레이드(blade, 회전 날개)를 결합하여 양력을 생성한다. 이 구조에서는 초음파 진동이 블레이드를 분당 최대 13,000RPM(분당 회전수)까지 회전시키는 동력으로 변환된다. 헬리콥터가 프로펠러를 돌려 공중에 떠 있는 것과 유사하게, 고속 회전하는 블레이드가 공기 흐름을 만들어 안정적인 비행 성능을 구현한다. 단순한 수직 상승을 넘어 공기 역학적 양력을 이용함으로써 비행의 안정성을 높였다. 진동 에너지를 회전 에너지로 변환하는 물리적 결합 구조를 통해 구동 효율을 최적화했다.

이러한 구동 방식은 외부에서 소리를 쏘아 수동적 객체를 공중에 띄우는 기존의 음향 부양(acoustic levitation, 소리 파동으로 물체를 띄우는 기술)과 명확히 구분된다. 기존의 음향 부양은 대상 물체가 스스로 추진력을 가지지 못한 채 외부에서 형성된 정지 파동의 마디에 갇혀 떠 있는 상태를 유지하는 수동적 방식이다. 반면 이번에 구현된 로봇은 소리라는 외부 에너지를 받아들여 스스로 추진력을 만들어내는 능동적 구동 방식을 채택했다. 외부의 파동에 의존해 위치가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로봇 내부의 구조가 에너지를 변환해 스스로 이동 방향과 속도를 제어한다. 이는 단순한 부양을 넘어 독립적인 기동이 가능한 물리적 AI의 기초가 되는 차이점이다.

구동 부품 제거를 통한 초소형화와 확장 가능성

모터와 기어, 자석과 같은 전통적인 구동 부품을 설계 단계에서 전부 제거했다. 로봇의 물리적 움직임을 만들기 위해 필수적으로 들어갔던 전동기나 동력 전달 장치를 완전히 배제한 결과다. 제작 공정에는 3D 나노프린팅 기술을 적용했다. 3D 나노프린팅은 나노미터 단위의 정밀도로 재료를 층층이 쌓아 올려 복잡한 입체 구조물을 만드는 공정이다. 부품을 개별적으로 가공하여 조립하는 기존 방식과 달리, 전체 구조를 하나의 통합된 덩어리로 출력한다. 조립 과정에서 발생하는 물리적 유격이나 결합 부위의 마모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했다. 기계적 복잡성을 걷어내고 재료의 기하학적 구조만으로 기능을 수행하게 만든 설계다.

물리적 구동부가 사라지면서 로봇의 크기와 무게를 극단적으로 줄이는 소형화가 가능해졌다. 기존의 초소형 로봇은 소리 파동을 이용해 외부에서 기기를 밀어내는 방식으로 움직였으나, 이 장치는 내부에 소리 공명 구조를 갖춰 스스로 추력을 생성한다. 덕분에 모터의 최소 물리 크기와 전력 공급을 위한 배터리, 전선 등이 차지하는 부피 제약에서 벗어났다. 내부 전원 장치나 제어 회로를 탑재할 필요가 없어 하드웨어 설계자가 매번 고민해야 했던 무게 중심의 불균형이나 부품 간의 물리적 간섭 문제가 사라진다. 이는 로봇의 전체 무게를 마이크로그램 단위까지 낮출 수 있는 결정적인 근거가 된다. 설계 제약이 낮아짐에 따라 항공 역학의 기존 경계를 확장하는 초소형 비행체 설계가 현실화되었다.

하나의 유연한 장치 내부에 서로 다른 주파수에 반응하는 여러 구조를 통합하여 확장성을 높일 수 있다. 주파수는 소리가 1초 동안 진동하는 횟수를 의미한다. 특정 주파수의 소리에만 반응하여 진동하는 구조를 여러 개 배치하면, 입력되는 소리의 주파수 값에 따라 로봇의 특정 부위가 다르게 움직이거나 전체 형태가 변하는 가변형 로봇을 구현할 수 있다. 이는 복잡한 제어 알고리즘이나 서보 모터 없이도 외부 소리 신호만으로 물리적 형태를 정밀하게 제어하는 방식이다. 단순한 직선 이동을 넘어 환경 변화에 맞춰 스스로 외형을 바꾸는 소프트 로봇의 가능성을 열어준다.

이러한 접근은 로봇을 개별 부품의 조합이 아닌 하나의 지능형 물질로 정의하는 로봇 물질 개념을 실현한다. 부품의 조립이 아니라 재료의 배치와 형상 설계 자체가 로봇의 기능이 되는 구조다. 엔지니어는 이제 모터의 토크나 기어비 같은 기계적 성능 수치 대신, 공동의 크기와 입구 너비 같은 기하학적 수치를 조정하여 로봇의 성능을 튜닝한다. 하드웨어 개발 프로세스가 기계 조립 중심에서 정밀 구조 설계 중심으로 이동하는 변화다. 이는 마이크로 규모의 비행체나 보트처럼 극단적인 경량화와 단순한 구조가 필수적인 환경에서 개발 효율을 극대화하는 실질적인 방법이 된다.

한국 마이크로 로보틱스 실무자를 위한 적용 관점

혈관 내 약물 전달이나 반도체 웨이퍼 미세 공정 검사처럼 전원 공급 장치를 탑재할 수 없는 초소형 환경이 무선 구동의 핵심 적용 영역이다. 기존의 모터나 기어 기반 액추에이터(구동기)는 부피와 무게 제약으로 인해 마이크로 규모의 공간에서 작동하기 어렵다. 반도체 웨이퍼 미세 공정 검사의 경우 기존의 프로브 핀이나 거대 장비가 닿지 않는 좁은 틈새를 탐색해야 하며, 이때 무선 구동 로봇은 물리적 접촉 없이 소리만으로 이동하며 결함을 찾아낸다. 특정 주파수 튜닝만으로 로봇을 움직이는 방식은 배터리나 전선 없이 외부 음파만으로 물리적 동력을 얻게 한다. 인체 내부의 좁은 혈관이나 나노미터 단위의 공정이 이루어지는 웨이퍼 표면에서는 물리적인 전선 연결이 불가능하며 배터리 무게조차 치명적인 제약이 된다. 외부에서 송신하는 특정 주파수의 소리가 로봇 내부의 빈 공간과 공명하여 추진력을 만드는 구조는 이러한 물리적 한계를 제거한다. 이는 전력망 구축이 불가능한 극한의 환경에서 로봇을 운용할 수 있는 실질적인 경로를 제공한다.

로봇의 공동(cavity, 내부 빈 공간) 설계와 구동 환경의 주파수 특성을 일치시키는 작업이 기술 도입의 첫 번째 판단 기준이다. 3D 나노프린팅 소재의 내구성은 초음파 제어 정밀도와 직접적인 상관관계를 갖는다. 3D 나노프린팅은 복잡한 내부 공동 구조를 오차 없이 구현할 수 있게 하며, 이는 곧 주파수 튜닝의 정확도로 이어진다. 소재가 진동에 의해 미세하게 변형되거나 마모되면 설계된 공명 주파수가 틀어져 제어 성능이 급격히 떨어진다. 특히 고주파의 초음파를 사용하는 비행체나 정밀 의료 로봇의 경우 소재의 강성이 조금만 변해도 추진 방향이 어긋나는 결과가 나타난다. 출력물의 표면 거칠기나 벽면 두께의 불균일함은 공명 효율을 떨어뜨리는 변수가 된다. 따라서 사용할 폴리머나 유리 소재의 탄성 계수와 내마모성을 먼저 측정하고 이에 맞춰 공동의 크기와 형태를 최적화하는 과정이 선행되어야 한다.

산업 현장의 기계 소음이나 의료 환경의 초음파 진단 장비에서 발생하는 간섭 주파수는 로봇의 구동 안정성을 저해하는 직접적인 원인이 된다. 주변 환경에서 발생하는 특정 주파수가 로봇의 공명 주파수와 겹치면 의도하지 않은 방향으로 움직이거나 제어가 불가능한 상태가 된다. 이는 로봇이 목표 지점까지 도달하는 경로를 이탈하게 만들거나 추진력의 세기를 불규칙하게 만드는 원인이 된다. 외부 소음의 피크 주파수와 로봇의 작동 주파수를 분리하는 설계 없이는 실배치 시의 신뢰성을 보장할 수 없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실제 배치가 이루어질 현장의 소음 스펙트럼을 먼저 분석하고 간섭이 가장 적은 대역으로 구동 주파수를 설정하는 필터링 설계가 동반되어야 한다. 외부 간섭을 배제한 주파수 대역 설정은 무선 액추에이터의 현장 배치 가능성을 결정하는 핵심 검증 단계다.

무선 액추에이터의 실무 적용 여부는 구동 환경의 배경 소음 주파수 대역과 로봇의 공명 주파수가 겹치지 않도록 주파수 대역을 분리하고 이를 통해 외부 간섭 없는 구동 안정성을 확보했는지로 결정한다.